개봉일 40만 관객… 코로나 기간 개봉 당일 관객으로 최고

우주까지 확장한 상상초월 스케일…줄거리 구성은 매끄럽지 못해

앞선 시리즈 '분노의 질주: 홉스 & 쇼' 관객 넘어설까?

유니버셜 픽쳐스의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개봉 전략은 지금까진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9번째 작품이다. 유니버셜 픽쳐스는 각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 수준과 앞선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실적을 고려하여 개봉 국가 순서를 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고려에 따라 한국은 5월 19일, 중국은 5월 21일에 개봉했고 미국은 6월 25일에 개봉 예정이다.

<분노의 질주 9>는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의 숨겨진 친동생(존 시나)이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와 손잡고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자, 도미닉과 그의 패밀리 그리고 이전 시리즈에 나왔던 멤버들이 모여 위험을 없애고 세계를 구하는 내용이다.

                                                                                                        출처: 유니버셜 픽쳐스 코리아
                                                                                                        출처: 유니버셜 픽쳐스 코리아

그렇다면, 한국에서 중국보다 이틀 먼저, 특히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5월 19일이 한국에선 석가탄신일로 공휴일이었다는 점과 한국 관객이 영화만 좋다면 극장으로 올 준비가 되어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작년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반도>는 약 35만명,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약 34만명이 개봉 당일 영화관을 찾았다. 또한, 코로나19 이전이긴 하지만, 시리즈 스핀오프인 <분노의 질주: 홉스 & 쇼>(2019)가 시리즈 중에서 개봉 첫날 가장 많은 35만 1556명의 관객을 모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5월 19일 극장 관객의 82.9%가 <분노의 질주 9>을 보았다. 그 결과 코로나19 기간 동안 개봉 당일로는 가장 많은 40만 이상의 관객을 기록했다. 20년 동안의 <분노의 질주> 시리즈 개봉 첫날 기록을 갈아 치우면서 그들의 전략이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유니버셜 픽쳐스는 중국에서의 개봉 주말 3일의 성공 방정식을 따랐고, 이 또한 성공했다. 스크린 데일리에 따르면, 중국에서 <분노의 질주> 시리즈 8번째인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이 헐리우드 영화로는 개봉 주말 3일 동안 약 2억 달러로 최고의 오프닝 수익을 올렸다. 따라서 올해도 좋은 결과를 예상하며 한국보다 이틀 늦은 금요일에 개봉을 했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의하면 <분노의 질주 9>은 개봉 첫 주말 동안 중국에서 1억3천600만 달러(1천515억원)를 벌어들이며 1위에 올랐다.

세 번째는 한국의 영화시장이 미국 스튜디오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되었다 는 점이다. 미국영화협회(MPAA)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한국의 박스오피스 시장 규모는 16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위를 차지했고, 2020년에는 4억 달러로 프랑스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중국 영화시장이 북미 영화시장을 제치고 세계 1위 시장에 등극했다.

이번에는 한국 사람들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의 빠른 속도와 흉내 낼 수 없는 운전 기술, 엄청난 스케일과 아슬아슬한 자동차 액션일 것이다. 집은 없어도 차는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진 우리 사회에선 자동차에 대한 선망과 열망이 있다. 또한 자동차 소유자는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한 번쯤은 어떤 제약도 없이 자신이 원하는 속도대로 달려보고, 차로 멋진 묘기를 해보고 싶은 욕구가 무의식 속에 존재한다. 이 20년에 걸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러한 그들의 욕구를 대리만족 시켜주고 있으며, 다양한 차종을 보여준다.

다음은 도미닉을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의 가족에 대한 믿음과 신뢰이다. 어떤 순간에도 가족을 저버리지 않고 항상 가족을 우선하는 스토리는 우리나라의 가족 중시 문화와 맞닿아 있다. 비록 영화 속 도미닉 가족의 대부분은 혈연관계가 아닌 함께 일하면서 가족이 되었지만, 가족보다 더 진한 가족애를 보여준다. 바로 이 점이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주요 캐릭터가 가진 각자의 매력이 <분노의 질주>(2001) 1편부터 지속적으로 후속편을 보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출처: 유니버셜 픽쳐스 코리아
                                                                                                       출처: 유니버셜 픽쳐스 코리아

또 다른 이유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 회차가 더 해질수록 커지는 영화 규모와 대담함이다. 초기에는 차량 레이스가 중심이었지만, 나중에는 비행기, 잠수함까지 동원되고, 이번에는 우주까지 진출하면서 영화의 규모와 공간적 배경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울러 다양한 기술의 발전-거대한 금고를 두 차량이 끌고, 자석을 이용해 차량을 연결하고, 이번에는 강력한 자석을 이용해 차량을 전복하는 등-이 영화팬들을 붙잡아 두는데 기여하고 있다.

                                                                                                        출처: 유니버셜 픽쳐스 코리아
                                                                                                        출처: 유니버셜 픽쳐스 코리아

마지막으로는 새로운 인물의 도입과 함께 잘 짜여진 스토리로 재미를 더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편은 줄거리 구성과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화끈한 자동차 액션이 줄어든 대신 씁쓸한 가족사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앞부분은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예고편에서 보여준 장면을 제외하면 기대에 못미쳤다. 

비록 6월 6일 기준 약 2백만명 이상이 <분노의 질주 9>을 관람했지만, 시리즈 중 한국에서 가장 높은 극장 매출(약 322억)을 올렸던 <분노의 질주: 홉스 & 쇼>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개봉 전략은 성공적이었을지는 모르나, 영화자체로만 놓고 본다면 앞선 시리즈에 비해 역량은 좀 부족해 보인다.

김주희 영화 칼럼니스트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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