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우즈 재단 공동주관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성료

욘 람 우승…정의선 회장, 차량 열쇠·트로피 직접 수여

우즈 효과 톡톡히 경험한 PGA ‘즐거운 비명’

“앞으로 4대 메이저 이벤트 외에 연간 한두 개만 출전할 수 있다. 나이와 몸 상태가 그런 수준이고, 은퇴할때까지 앞으로 풀타임으로 참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PGA 일반대회로는 3년 만에, 메이저까지 포함해도 7개월 만의 공식 대회 출전. 타이거 우즈(47)의 2023년 컴백 무대는 '타이거 우즈 재단'과 현대자동차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1급 이벤트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었다.

VIP 박스를 배경으로 4라운드 18번홀에서 마지막 퍼팅을 앞둔 타이거 우즈가 라이를 읽기 위해 그린을 걸어가고 있다. (리비에라CC=봉화식 객원특파원) 
VIP 박스를 배경으로 4라운드 18번홀에서 마지막 퍼팅을 앞둔 타이거 우즈가 라이를 읽기 위해 그린을 걸어가고 있다. (리비에라CC=봉화식 객원특파원) 

출전 신청 데드라인 직전인 10일(금) 오후(이하 LA시간)에 전격적으로 우즈의 출전이 발표되면서 골프계는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베벌리힐스-UCLA 캠퍼스 인근 선셋길 부촌에 위치한 리비에라CC(파71, 7322야드)와 PGA 사무국은 16일(목) 개막을 코앞에 두고 전국에서 갑자기 몰려든 취재 요청과 클럽 회원들의 VIP 입장권 추가 발급 요구로 직원들이 탈진 상태에 빠질 지경이었다. 각종 출입증-기자증 역시 플라스틱에 이름과 사진을 따로 인쇄할 시간이 부족한 탓에, 바코드만 집어넣은 채 나눠주야 했다. ‘우즈 효과’ 덕분에 자원봉사자 숫자도 500명으로 대폭 늘렸다. 벼락치기가 따로 없었다. 

우즈 사고 때 탑승했던 제네시스 홍보 효과도 만점 

1997년 이후 열리는 골프대회는 우즈가 출전하는 이벤트와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연히 갈린다. 기자와 갤러리 숫자는 물론, TV시청률과 광고 효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정의선 회장이 우승자 욘 람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우승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당초엔 대회 호스트인 우즈의 불참이 유력시되면서 취재 신청도 서부 캘리포니아주 LA주변 수십명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우즈 출전 소식에 최소한 300명 이상의 골프담당 기자들이 추가로 동부-중부-남부에서 서부로 출장을 와 대회에 대한 관심과 뉴스 밀도가 높아졌다.

덩달아 현대차가 자랑하는 '명품 제네시스'에 대한 홍보효과도 커졌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현장을 다시 방문, 우즈와 덕담을 주고받으며 우승자에게 직접 차량 열쇠와 트로피를 건넸다.

우즈는 3년전 마지막으로 출전한 이 대회에서 컷오프를 통과한 선수 가운데 최하위인 68위에 그친바 있다. 그 다음해인 2021년에는 컨디션 난조로 현장만 지킨뒤 폐막 다음날 인근 팔로스 버디스 1번 국도를 과속으로 질주하다 오른발을 절단할뻔한 대형 교통사고를 야기했다. 당시 그가 직접 운전했던 차량은 제네시스 SUV인데, 장착된 에어백 9개 덕분에 피해가 그만한 정도에서 그쳤다. 이 사고로 지난해 대회에서도 챔피언 호아킨 니에만(칠레)에게 축하를 건네는 호스트 신분에 머물러야했다. 호아킨 니에만은 최근 사우디 아라비아 주관 LIV투어로 소속을 옮겼다.

18번홀 그린에서 시상식 사회자가 타이거 우즈-우승자 욘 람-정의선 현대차 회장-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지역 사장-리비에라CC 여주인 와타나베 여사(왼쪽부터)를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리비에라CC=봉화식 객원특파원)
18번홀 그린에서 시상식 사회자가 타이거 우즈-우승자 욘 람-정의선 현대차 회장-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지역 사장-리비에라CC 여주인 와타나베 여사(왼쪽부터)를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리비에라CC=봉화식 객원특파원)

가장 선호하는 리비에라CC에선 우승턱 못넘는 '징크스' 

올해 우즈는 마침내 선수로 다시 나섰다. 리비에라CC는 세계 16세 100대 명문 클럽이기도 하지만, 우즈에겐 고교생 아마추어 시절이던 1992년 바로 이곳에서 프로 데뷔전을 소화한 특별한 인연의 장소다. 그 때의 앳된 흑백사진이 클럽하우스 정문에 걸려있다. 15차례나 리비에라에서 프로로 뛰었지만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곳이기도 하다. 우즈가 데뷔 이후 이처럼 자주 출전하고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골프장은 전 세계에서 리비에라가 유일무이하다.

북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페블비치, 매스터스 개최지인 조지아주 오거스타 클럽과 더불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3대 명문코스지만 “아마 은퇴할 때까지 이곳에서 우승은 어려울 것 같다”고 본인 입으로 얘기했다. 예식 사업가로 성공한 일본인 와타나베 노보루 부부가 34년전 인수한 리비에라는 2026년 여자 US오픈, 2028년 LA올림픽 개최지로 일찌감치 낙점돼 향후 명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원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도 지난달 주최측 초청으로 라운드 기회를 가졌지만 인생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했다. 다만 우즈가 여러 차례 보기를 범한 핸디캡 1번인 2번홀(파4, 475야드) 버디로 만족하는데 그쳤다.  

최종 4라운드에서 특유의 붉은 색 상의를 착용한 타이거 우즈가 호쾌한 드라이브 티샷을 날리고 있다. (리비에라CC=봉화식 객원특파원)
최종 4라운드에서 특유의 붉은 색 상의를 착용한 타이거 우즈가 호쾌한 드라이브 티샷을 날리고 있다. (리비에라CC=봉화식 객원특파원)

매일 고통스런 얼음 마사지…혼신의 복귀 노력

우즈는 비록 턱걸이로 컷오프를 통과했지만, 132명중 45위에 입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1,294위였던 세계 랭킹도 985위로 뛰어올랐다. 첫날과 무빙데이인 토요일 3라운드에서는 언더파를 치며 갤러리들의 갈채를 독점하기도 했다. 돌아온 호랑이는 첫 이틀동안 메이저 챔프 출신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저스틴 토머스(미국)와 한조로 플레이하며 후배들을 능가하는 306야드의 평균 비거리를 과시했다. 호쾌한 스윙으로 볼 스피드 역시 180마일을 넘나들었다.

현지 시간으로 정오에 출발한 이 그룹 1라운드 분위기는 마치 최종 4라운드처럼 열광적이었고, 수만명 갤러리들 대부분은 오로지 이 팀에만 몰려들었다. 우즈를 처음 본 게 벌써 21년전이지만 이번 대회 취재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대회를 무사히 마친 우즈는 “경기를 마치면 밤새 숙소에서 얼음 목욕으로 몸 곳곳의 긴장을 풀어주는 추위와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랫만에 걸어서 72홀을 소화한 우즈는 주말부터 절뚝이는 모습을 나타냈다. 사고 이후 여러 차례 수술로 그의 오른쪽 발목은 뒤틀리고 얇아져 있었다. 발바닥에 건네지는 하중도 왼쪽과 밸런스가 맞지 않아 일상 생활까지 지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일 오후 그는 18번홀 그린 위에서 정의선 회장과 더불어 17언더파의 우승자 욘 람(29·스페인)을 환영했다. 총상금 2,000만달러 가운데 우승 상금은 360만달러(약46억7,000만원). 2위는 2타 뒤진 LA출신의 맥스 호마였다.

대회 호스트 자격으로 15일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타이거 우즈(오른쪽)가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리비에라CC=봉화식 객원특파원)
대회 호스트 자격으로 15일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타이거 우즈(오른쪽)가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리비에라CC=봉화식 객원특파원)

4월초 매스터스에서 올해 두번째 대회 출전할 듯  

모처럼 우즈 덕분에 흥행 파워를 과시한 PGA의 다음 관심은 그가 어느 대회에 나설지 여부다. “모든 샷을 구사할수 있지만 가장 큰 도전은 18홀 6마일 길이의 언덕길을 1주일 내내 걷는 일”이라고 토로한 그는 4월 6일 개막하는 매스터스에서 4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출전한 3대 메이저에서 매스터스에서만 유일하게 컷오프를 통과했다. PGA 통산 82승으로 샘 스니드와 최다 우승 공동 1위인 우즈의 남은 목표는 4대 메이저 최다승 기록을 세우는 것이다. 그랜드슬램에서 15차례 정상에 오른 그는 ‘황금의 곰’ 잭 니클러스의 통산 18승을 추격하고 있다.

최종 합계 1오버파 공동45위로 4라운드를 끝마친 우즈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리비에라CC=봉화식 객원특파원)
최종 합계 1오버파 공동45위로 4라운드를 끝마친 우즈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리비에라CC=봉화식 객원특파원)

2년전 50세였던 왼손잡이 라이벌 필 미켈슨이 PGA 챔피언십에서 최고령으로 우승하며 우즈를 자극했다. 그의 스탠포드대 선배이기도 한 톰 왓슨은 59세였던 14년전 브리티시 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우즈 입장에서는 몸만 회복된다면 앞으로 10여년동안 40차례 가량 메이저 대회에 더 나설수 있다는 계산이다.

자산 규모가 10억달러에 달해 굳이 돈 때문에 골프 치는 일은 예전에 사라졌다. 오직 명예와 기록 돌파를 위해 고통스런 치료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우즈는 “지난해보다 몸은 강해졌다. 교통사고로 하체가 부실해진 탓에 이제는 땅을 딛고 반발을 활용하는 대신 몸 전체를 이용해서 스윙 스피드를 내야 한다"면서 "훈련과 재활 과정을 반복하는 일이 어렵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견딜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사람의 골프 스타가 한국의 현대차가 주관하는 대회에 복귀하면서 전세계 골프계의 관심이 또 커졌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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