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10.29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을 위한 활동 등에 유가족들이 함께 대처해나가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유가족협의회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희생자 97명 유가족 170명이 참석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42일 만이다.

그동안 정부는 유가족들이 다른 유가족을 만날 수 있는 유가족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유가족들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을 통해 알음 알음 서로 연결한 끝에 이날 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었다. 

유가족 협의회 대표를 맡은 희생자 이지한씨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오늘 처음 만난 가족들 수만 50여명이다”면서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에도 몇번이나 (다른 유가족 연락처를) 요청했지만, ‘정신과 치료 받아라’, ‘상담 받아라’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행안부는) 저희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해체했다. 그 뒤 유가족 통합지원센터에 전화하니 유가족과 소통할 계획도 없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온 적도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도 촉구했다. 이씨는 "윤석열 대통령님께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저희 유가족들이 다 죽어야,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 발 뻗고 잘 수 있는 겁니까. 저희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십시오.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희생자 이지한씨의 어머니도 “참을 만큼 참았다. 자식 잃은 어미, 아비들이 분노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며  "10월29일 이후로 엄마는 변했다. 유가족들은 이 일이 투명하게 끝날 때까지 투사가 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희생자 고 김현수씨 어머니는 “아직도 아들이 어떻게 죽어서 어떻게 병원에 갔는지도 모른다”면서 “사과를 받지도 못했는데, 왜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고 오열했다.

유가족들은 다른 유가족들의 이야기 이어질 때마다 흐느끼거나 오열했고, 유가족 중 한 명은 기자회견 도중 실신해 119에 실려가기도 했다.

희생자 이주영씨의 아버지로 유가족 협의회 부대표를 맡은 이정민씨는 “권성동 의원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면 안 된다고 한다. 세월호가 가는 길이 대체 어떤 길입니까"라고 반문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반정부 세력입니까, 저희가 반정부 세력입니까"라고 따졌다.

이씨는 이어 "세월호 유가족도 자식을 잃고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했고, 저희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우리한테 손을 내밀어 줬는가”라며 “왜 벌써부터 갈라치기를 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것인가. 이게 정부와 책임있는 여당 책임자가 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유가족협의회 출범에 앞서 페이스북에 "'재난의 정쟁화'라는 국민적 의구심이 있는 것"이라며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유가족들은 창립선언문에서 '정쟁을 배제한 철저한 국정조사·성역 없는 수사 등 참사 진실규명 활동 촉구' '책임자 강력 처벌', '유가족 소통 공간 마련 및 추모 공간 설치', '2차 가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등을 선언했다. 

유가족들은 창립선언문을 낭독한 뒤 “이상민을 파면하라”는 구호도 외쳤다. 

유가족협의회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49재인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서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추모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