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은 기대 이상이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스릴러 영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살인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는 유민호(소지섭)와 그의 변호사 양신애(김윤진)의 가설에 따라 달라지는 살인자에 대한 추측은 영화의 백미다. 두 개의 살인 사건을 절묘하게 엮었다. 실종된 자식의 행방을 알기 위한 부모의 연기와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또 다른 반전은 <자백>에 이어 원작을 시청한 후에 일어났다. 이 영화는 스페인 감독 오리올파울로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인비저블 게스트(Invisible Guest)>를 리메이크했다. 비록 한국적 상황에 맞게 장소, 배우, 내용을 교체했지만(특히 결말), 원작과의 장면 일치율이 높았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영화에 푹 빠져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작과 <자백> 모두 공권력이 해결해 주지 않는 문제를, 피해 당사자 스스로가 해결한다는 점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스릴러 장르의 매력 극대화
<자백>의 장르는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서스펜스 등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스릴러 장르로 정리될 수 있다. 배상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영화 장르』(2015)에서 “스릴러는 긴장감을 유발하고 지속시키는 내러티브 공식을 가진 영화를 총칭한다. 스릴러는 범죄 사건을 중심으로 한 의혹과 반전의 중층적인 서사 구조를 의미하는 매우 폭넓은 개념이다"라고 정의한다. <자백>은 이러한 정의에 딱 부합하는 영화다.
유민호의 내연녀 김세희(나나)가 죽은 밀실 살인 사건에는 숨겨진 다른 살인 사건이 있었다. 여기에 첫 번째 반전이 있다. 유민호와 김세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다. 마주 오던 차의 운전자가 심하게 다쳤으나, 그들은 자신들의 내연관계가 드러날까 봐 이 모든 사실을 은폐한다.
교통사고가 잊혀질 무렵, 둘은 협박을 받는다. 도착한 장소에서 김세희가 살해된다. 현장에 있던 유민호는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한다. 한편,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평범한 부모가 직접 나선다. 유민호의 권력과 돈으로 인해 그에 대한 조사가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종 청년의 아버지 한영석(최광일)은 유민호와 김세희를 감시, 추적한다.
두 번째 반전은 실종자 엄마의 변호사 변신이다. 아이디어가 기가 막힌다. 더 나아가, 유민호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그녀의 논리는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결국 유민호(소지섭)도 마지막에 가서야 그녀의 실체를 알아낸다(세 번째 반전). 이 반전들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복선이 깔려 있다. 원작과 리메이크 모두 영화적 상상력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서 더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자백>은 초반부터 범인을 드러내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노출하면서 영화를 이끌어갔다. 초반에 편하게 영화를 보다가 과연 누가 범인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럴듯한 상황 설명에 넘어가기도 하다가, 아닌가 하다 보면 어느 새 범인을 알게 된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살인 사건을 풀어갈 수 있는지 신기했다. 두 사건을 동시에 해결하는 반전의 서사에, 원작에 대한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리메이크 영화의 숙명: 원작과의 비교
리메이크는 원작을 이용하여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다. 따라서 원작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다.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작품이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의 첫 장편영화 <더 바디>(2012)가 <사라진 밤>(2018)으로 리메이크되었다. <사라진 밤>에선 죽은 아내가 사라졌지만, 돈 많은 부인이 관련되었음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사라진 밤>보다는 <자백>이 훨씬 흥미롭고, 한순간도 눈을 떼기 어려웠다. 윤종석 감독이 내러티브를 한국적 상황에 잘 맞게 재구성했다고 생각한다.
<자백>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리메이크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하지만 원작 <Invisible Guest>(세번재 손님)(2016) 과 여러 장면이 유사했다는 것이다.
원작과 <자백>의 큰 차이는 부모의 직업, 제한된 3시간과 결말이다. 원작에선 부모 모두 연극을 했기에 변호사 연기에 대한 설득력이 높다. 진짜 변호사가 오기 3시간 전에 일을 끝낸다. 또한 살인자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며 영화를 마무리 짓는다.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깔끔한 마무리가 더 좋다. 반면 <자백>은 불리한 증인의 법정(검찰) 출두 전 변론 완성을 목적으로 유민호를 압박하지만, 시간적인 설정을 하지는 않았다. 결말 부분에 원작에 없는 새로운 반전이 추가되었는데, 기발해 보이진 않는다.
물론 주인공들의 배경과 직업, 결혼유무, 증인 및 사고 차 처리 같은 소소한 부분의 변화는 많았다. 예를 들면, <자백>의 증인은 죽는데, 원작의 증인은 매수된다. <자백>은 흔적을 없애기 위해 사고 차량을 폐차하는 대신에 대포차로 처리한다. <자백>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자식의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변호사이자 엄마역의 김윤진 연기였다. 그녀의 절실함이 전해졌다.
영화평론가 전종혁은 한국에서 리메이크 영화가 증가된 이유로 창작 시나리오 부족보다는 좋은 영화 소재의 확보를 들었다(한국영화, 2018, 102호). 리메이크는 동아시아 영화를 넘어 유럽 영화로 확대되고 있다. 영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리올 파울로 같은 감독이 탄생하기를 고대한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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