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웃을 수 있지만 '공조'보다 짜임새와 구성 헐거워져
<공조2: 인터내셔날>의 흥행 성공은 작품성보다는 다른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작금의 어두운 현실, 코로나19 이후 관객 취향 변화, 성공한 <공조>의 후속편 그리고 추석에 개봉한 경쟁작의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지속, 급등하는 물가와 금리,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과 같은 우울한 현실은 관객들이 골치 아프고 내용이 복잡한 영화를 멀리하게 하고 있다. 더군나다, 추석 연휴 한국(상업) 영화로는 <공조2>만이 유일하게 개봉하였고, 외국(상업)영화는 <블랙폰>만이 개봉하면서 관객의 선택 폭이 좁았다.
안타깝게도 <공조2: 인터내셔날>은 전작의 장점을 많이 잃어버렸다. 코미디 측면이 강화되면서 전편에 비해 서사의 짜임새와 구성은 헐거워지고, 깊이는 얕아졌다. 잭(다니엘 헤니)의 투입은 수사 범위의 확대(국제수사)와 전작과의 차별화를 위한 카드일 뿐이다. 림철영(현빈)과 강진태(유해진) 형사의 브로맨스는 여전하지만, <공조>의 진지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경박해졌다. 비록 총격전과 차량 추격전 및 폭파 장면 등의 특수효과 기술은 향상되었지만, 창의성은 부족해 보인다. <공조2>에서 북한(문제)은 영화의 소재로 소비되는 느낌이다. 덕분에 2시간여 동안 아무 고민과 불안함 없이 편하게 웃고 즐길 수 있었다.
남북 브로맨스가 모티브
<공조>와 <공조2>는 남북한 형사의 브로맨스 영화다. 브로맨스(Bromance)는 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의 합성어다. 남자들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끈끈한 우정과 의리라고 정의 할 수 있다. 남북한 주인공의 브로맨스에 초점을 둔 영화로는 <의형제>(2010), <강철비>(2017), <공작>(2018), <백두산>(2019)을 들 수 있다. 2017년에 개봉한 <공조>와 올 추석에 개봉한 <공조2>까지 더하면 6편이다. 영화감독과 영화제작자가 사랑하는 주제임에 틀림없다. 문재인 정부 당시의 남북한 화해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을 걸로 생각한다.
<의형제>에선 국정원 요원(송강호)과 남파 공작원(강동원), <강철비>에서는 북한정예요원(정우성)과 외교안보수석(곽도원), <공작>은 스파이 흑금성(황정민)과 북한고위간부(이성민), <백두산>에선 북한 무력부 일급자원(이병헌)과 특전사 대위(하정우)의 브로맨스가 주요 동력이다. 처음엔 서로를 믿지 못하고 때로는 무시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게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해결해야 할 공통의 목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의형제>에선 해결해야 할 숙제가, <강철비>는 남북한 간의 핵 공격을 막을 필요가, <공작>에서는 북풍 공작 무력화가, <백두산>에서는 백두산의 재폭발을 막아 가족을 구하려는 목적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체로 북한측 주인공의 외모가 키도 크고 잘생겼다는 점이다.
<공조>와 <공조2>는 다른 작품과 달리 남북이 공개적으로 허용한 남북간 공조다. 브로맨스의 주인공은 북한 형사 림철영(현빈)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다. 1편에선 차기성(김주혁) 체포(제거)와 위조지폐 동판 회수가, 2편에선 장명준(진선규) 체포와 10억 달러 회수가 이들의 목표다. 격투 실력과 외모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는 두 형사의 공조는 처음에는 삐걱거렸지만,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한다. 림철영의 태도 변화에는 강진태 가족의 보살핌과 배려도 영향을 끼쳤다. 즉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공감과 교감이다.
전작과 달라진 캐릭터 비중과 역할
전작인 <공조>에서는 림철영의 활약이 눈부시긴 했지만, 강진태의 비중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공조2>에서는 무게 중심이 완전히 림철영 형사로 옮겨갔다. 특히, 다양한 총격 장면이나 격투 장면에서 림철영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파리채를 이용한 싸움, 장명준 일당과의 총격전 및 빌딩 위 장명준과의 몸싸움에 이르기까지 강형사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에 강형사의 역할은 대사와 행동을 통해 관객을 웃기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이버 수사대에 근무하면서 나오는 대사와 딸의 돼지 저금통을 털어 들키는 장면 등. 별다른 의미는 없고 단순한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물론 인위적이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긴 하다.
이 점에서 잭(다니엘 헤니) 역시 웃음 유발을 위한 코드로 작동하고 있다. 삼각공조의 일원이면서, 림철영, 박민영(윤아), 잭으로 이루어진 가벼운 삼각관계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 결과 잭의 연기도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다. 또한 악당 장명준(진선규)이 상당한 실력과 조직을 갖추었다는 점은 보여주지만, 그의 개인적인 서사는 거의 다루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전편과 달리 박민영(윤아)의 역할과 비중은 커졌다.
일상적인 웃음코드에 집중
이석훈 감독은 평소에 우리가 느끼는 일상적인 웃음을 관객에게 제공하고자 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너무 가볍게 흐른다. 남북한 대치 상황이나, 문화 차이는 많이 완화되고 가벼운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상황만 부각되고 있다. 전편에서 차기성과 림철영의 사적인 관계와 복수, 잔인하고 이기적인 차기성이 위조동판을 이용한 계획, 차기성 추적과정의 과감함, 결말의 반전 등은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며 몰입을 요구한다.
반면에, <공조2>는 많은 부분에서 진지함 대신 유머러스하게 사건을 해결한다. 잭이 러시아 형사로 변해 정보를 구하는 장면은 웃기면서도 어떤 우격다짐이나 심문의 괴로운 장면을 피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다루고 있는 주제와 비교해 볼 때 너무 쉬운 해결책이 아닐까. 영화 마지막에 바이러스를 이용한 테러를 해결하는 방법도 예상을 좀 벗어난다. 이야기 전개상 굉장히 위급하고 긴급한 상황인데도 그런 분위기가 잘 묻어나지 않는다.
한국 영화의 당면한 여러 문제를 고려할 때 흥행에 성공한 영화의 후속작을 만드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관객 수준(눈높이)을 따라가기만 하다간, 자칫 관객에게 외면당하는 순간을 맞을 지도 모른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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