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삼례문화예술촌과 부안군 금구원조각공원

관주도 문화와 , 민간 중심의 지역문화진흥의 차이

현재 지방이 처한 상황은 고령화, 인구감소, 그로 인한 생산력 저하를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방이 소멸될 것이란 암울한 미래 때문에 발버둥치고 있다. 또 ‘발전은 고사하고 최소한 현상유지라도 하고자’ 중앙 정부도 법을 만들고, 예산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런 노력중 하나가 지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문화진흥’에 진력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문화향수 기회 확대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지역발전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측면도 내포돼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문화사업을 실시하는 사례도 있고, 보조금 지원이나 이용기회제공, 문화활동 지원을 통한 향유기회 확대 등 간접지원도 포함된다.

지난 4월 마지막 주말 전라북도의 문화예술 진흥 노력을 살펴보고자 완주와 부안을 다녀왔다. 완주에는 1920년대 일제 강점기 호남평야의 쌀을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해 세운 미곡(米穀)창고를, 2013년 주변지역과 함께 ‘책, 공연, 전시,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문화예술진흥지역’으로 만든 ‘삼례문화예술촌’이 있다. 부안에는 그곳 출신 김오성(金五聖, 1945~ ) 조각가가 개인적으로 설립, 운영하는 ‘금구원(金丘苑)조각공원’이 있다. 

삼례문화예술촌 입구. (사진=황현탁)
삼례문화예술촌 입구. (사진=황현탁)

완주군 삼례문화예술촌

완주군 삼례면은 전주시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만경강이 전주시 덕진구와의 경계다. 옛날의 삼례역 자리에는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가 들어서 있으며, 문화재청의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도 그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 지역의 ‘삼례양곡창고’는 해방 후부터 2010년까지 ‘농협창고’로 이용되다가 2013년 ‘삼례문화예술촌’으로 거듭나게 된다.

삼례문화예술촌에는 전시장, 공연장, 체험관 등 모두 8개 시설물이 있는데, 체험관, 다목적 공간, 카페 등은 코로나 여파로 휴관중이거나 개점휴업상태다. 제1전시실에는 4월 12일부터 <르누아르, 향기를 만나다>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는데, <퐁네프다리>, <아스네르의 센 강>, <보트파티에서의 오찬> 등 르누아르 작품 복제품(replica) 40여점이 주제별로 전시되고 있다. 전시실 입구에는 ‘향기, 후각을 통한 자극으로 기억을 재생해 내는 프루스트효과’를 체험할 수 있도록 실제 향을 가져다 놓아, 유리병에서 새어나오는 서로 다른 향 내음을 맡아볼 수 있다.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 (사진=황현탁)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 (사진=황현탁)

제3전시관에서는 지역작가 공모전인 김시오 작가의 컬러 펜, 유화작품전 <Here We Are! Ⅱ>가, 체험 판매관에서는 지역출신 공예작가나 장인들의 수공예품, 목공예품, 가죽제품 등이 전시판매되고 있다. 야외에도 과거 그 지역이 습지여서 맹꽁이가 살았을 것이란 생각에서 맹꽁이 도자편 조각, 야외공연장, 인물조각 등을 설치, 비치해놓았다. 주중인지라 작가나 자원봉사자가 없는 텅 빈 공간을 일행 두 사람이 독점 사용하였으며, 카페에도 종업원은 없고 즉석음료봉지와 정수기만 놓여 있었다.    

천철석 소목장 가구. (사진=황현탁)

2013년에는 영월에 있던 ‘책박물관’(고서점 호산방 대표 박대헌 운영)이 완주로 이전하였으며, 2016년 이후 책박물관 주변에 고서점, 헌책방, 그림책미술관, 음악자료실, 카페가 들어서 ‘삼례책마을’이 되었다. 그래서 ‘삼례는 책이다’라는 ‘문화적 외침’이 삼례 지역의 캐치프레이즈가 되었다. 책마을 전시장 중에는 서울 잠실의 ‘책보고’처럼 헌책방들이 보유중인 책들을 진열,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다행히 그곳 카페에는 종업원이 있어 시장기를 해소할 수 있었는데, 아마 그날 우리가 카페의 유일한 고객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찾는 이가 없었다. 

책마을. (사진=황현탁)

2015년도에는 세계막사발 레지던스 프로젝트를 시행하였는데, 그 때 작품들이 지원센터에서 삼례문화예술촌에 이르는 삼례역로 거리의 벽에 부착되어 있다. 이전한 삼례역 주변은 아직도 정비 사업이 진행중이서 접근로가 제대로 나 있지 않아 어설펐다. 문화예술촌 옆에는 고색창연한 삼례성당도 위치하고 있다. 

방문기간도 짧고 다른 행사도 참석해야 해 택시로 삼례까지 이동하였는데, 외지인들이 대중 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군 차원에서 접근 방법을 정리, 안내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기본적으론 완주군민 시설이지만, 외지인의 방문이 편해야 시설설치의 효과가 확산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문화진흥 노력은 가상하나 주민들의 문화향수기회 확대나, 지역경제 기여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의문스럽다. 

부안 금구원조각공원

『이렇게 밝은 날에 한 생이 열림했네 / 뽀오얀 해무 덮여 떨구는 파도소리 /  한마디 바람에 쪼아 영혼으로 빚었다 비오고 바람 불던 시절이 고왔는가 / 산갓에 내린 자락 내 부모 형제 터라 / 보듬는 고운 결 따라 하늘 솟아 오른다 밤이면 별 내오고 동심을 아우르는 / 흰 안개 쌓인 풍광 선의의 무봉이라 / 둥둥둥 깨움의 천둥소리 들어감는 한 어울』

4월 30일 부안군 변산면 조각공원길 31 ‘금구원 야외조각미술관’에 울려 퍼진 <금구원 미술관 반세기 조각전> 개막식에서 지역 시조시인 심재남이 읊은 축시 <비원의 소리> 전문이다. 또 건축가 김석환은 <김오성>이란 헌시에서 『비단 옷자락에 / 겨자씨 묻혀 내듯이 금강석 같은 바윗돌에 / 수없이 부딪혀 튀는 정 뿌리 / 대어 쪼고 또 쪼고… 삭풍이 봄바람으로 변하여 / 겨우내 쌓인 눈을 녹이듯 / 예인(藝人)은 인고의 세월로 / 내 육신을 쪼았다 (하략)』 라고 읊었다. 

부안 금구원 야외조각 미술관에 설치된 조각작품. (사진=황현탁)
부안 금구원 조각공원에 설치된 조각작품. (사진=황현탁)

야외조각미술관 입구까지 택시로 들어가니, 6미터 높이의 화강암 여성누드조각이 손님을 맞고 있는데, 나신의 여성은 도착하는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언덕의 매표소 입구 접수대로 눈길을 주고 있다. 그녀를 처다 보고 ‘언제부터 그러고 섰느냐?’고 물었다. 그런 대형 누드 전신상 4점이 공원 안에 서 있는데, 이름하여 ‘금구원 숲속의 여인’ 

금구원 '숲속의 여인' 조각 작품. (사진=황현탁)
금구원 '숲속의 여인' 조각 작품. (사진=황현탁)

『... 여인의 순결한 체취에서는 / 받들어 섬기기를 염원하는 / 봉긋한 마음으로 아릿한 그리움이 맺히고 / 머-ㄴ 눈길의 가지 끝엔 / 영원을 우러르는 고운 노래로 감싸는 동산 / 휘파람 새들 /어서 오라 손짓하며 부르고 / 호랑가시나무와 직박구리 / 원죄도 넘보지 못하는』 (여체 조각 받침돌에 새겨진 이종희의 글)

야외조각 미술관에는 모두 150여점의 화강암 돌조각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김오성은 1966년 여름 김경승(1915~1992)조각가를 찾아가 애원하여 그의 문하생이 되고 조수로 조각 공부를 시작한다. 그는 김경승이 제작한 세종대왕상, 안중근상, 안창호상, 김유신상 등 다수의 애국인물 동상과 조형물 제작 작업에도 일부 참여했다. 김오성은 현장에서 도제식 교육을 통해 ‘독학’으로 조각 공부를 하였으며, ‘아카데미즘에 충실했던 스승 김경승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작품을 제작하게 된다.

금구원 조각 공원의 여성누드 조각. (사진=황현탁) 

황무지를 개간하여 농민학교를 설립하겠다는 아버지 김병렬(1923~1998)을 도와 함께 일하지 않고, 예술가의 꿈을 쫒아 고향을 떠난 김오성은 20여 년 동안 1년에 한 작품 또는 몇 년에 한 작품씩 만들어 고향으로 보내 보관토록 하였다. 그런 작품들 중에는 1974년 국전에서 특선한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모델로 제작한 <변산반도>도 있다. 첫 번째 전시회는 1986년에 열리게 되는데, 김경승은 ‘엄격하고 정확한 기본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석조 작품의 세계로 향한’ 작품들을 선보인다고 격려한다. 미술사학자 조인희는 "앉거나 엎드리거나 무릎을 굽히거나, 어떤 자세든 원숙하게 조각을 해냈고 자연물과 인간의 상호 조응 순간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거나 “'달빛의 숲'이란 3점의 전신 누드 조각의 유연한 곡선의 여체는 그리스 고전 조각의 미감(콘트라포스토)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김오성 작가가 여성 누드상의 독보적 작가로 성취를 이룬 것에는 스승 김경승의 영향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금구원 조각 공원의 조각작품들. (사진=황현탁)
금구원 조각 공원의 조각작품들. (사진=황현탁)

4월 30일 금구원조각전 개막식에는 모두 130여명의 하객이 참석하였으며, 전라북도 외에도 서울, 목포, 대구 등의 예술인, 지인들이 참석하였다. 개막식이 끝난 후에는 격포항의 횟집으로 이동하여 해산물 요리, 특히 부안의 별미인 백합찜과 조개탕, 굴찜 등으로 소주잔을 들이키며 낮술까지 한잔했다. 

김오성 작가는 아버지의 후광으로 조각 공원을 만들었고, 아들을 조각가로 양성하여 후계자로 키우고 있음을 흐뭇해했다. 조각공원에는 등나무 꽃과 호랑가시나무 꽃이 절정을 이뤄 참가자들이 봄을 느낄 수 있었고, 길섶의 지나 수선화도 방문객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관이 운영하는 ‘삼례문화예술촌’은 파리 날리고 있는데, 개막당일이기도 하지만 많은 예술애호가들이 자발적으로 교통이 불편한 부안 변산반도 격포항 인근까지 찾고 있어 대비됐다. 운영하는 사람의 열정에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리라. 

작가가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매표요원, 학예사 등에 대한 인건비 지원, 조각 공원의 가치 상승에 따른 상속이나 문화재단 출연에 따른 특례 등 ‘문화진흥’에 대한 자발적 기여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면 좋겠다. 그래야만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향수기회를 제공하는 예술 활동을 시도할 것이고, 그런 운동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의 원칙(arm’s length principles)’은 지켜져야 한다.   

황현탁은 미국, 일본, 영국, 파키스탄에서 문화홍보담당 외교관으로 15년간 근무했다. 각지에서 체험을 밑천 삼아 이곳 저곳을 누비며 여행작가로 인생2막을 펼쳐가고 있다. 『세상을 걷고 추억을 쓰다』, 『어디로든 가고 싶다』, 『그곳엔 ?!이 있었다』(좋은땅) 등 여행 관련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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