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탈법 논란이 3세오너 경영능력 의구심으로 확대

국민연금도 조현준 조현상 사내이사 선임 반대 표결

효성그룹 오너 일가의 계열사 지배 행태와 그룹 내 자리 꿰차기, 특히 과다한 연봉·성과급 챙기기 등을 둘러싼 ‘기업 사유화’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효성그룹 오너 일가의 기업 범죄 등 불법 행위와 비윤리적 경영 행태는 꽤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지금은 강도와 양상이 과거와는 또 다르다. 몇몇 시민단체에 국한돼 있던 비판의 목소리들도 일반 주주들은 물론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로까지 확산한 상태다. ‘2022년 효성그룹 조씨 오너일가 논란’을 조동진 기자가 3회로 나누어 짚어 봤다. / 편집인 주

효성그룹은 화학·섬유 분야 대표적인 한국 기업이다. 창업주 고(故) 조흥제 회장에 이어 1982년 그의 장남 조석래 명예회장이 회장에 오르며 그룹을 지배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조 명예회장의 세 아들이 뒤엉켜 고발 사태 등 요란한 경영권 분쟁이 이어졌다. ‘효성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이들 오너가 3세 형제간 분쟁 속에 2016년 장남 조현준 씨가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5년 뒤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효성그룹 동일인’을 기존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바꾸며, 그룹 경영권과 지배권이 사실상 조현준 회장 손에 들어갔음을 알렸다. 분쟁 당시 조현준 회장 편에 섰던 조현상 씨(현 부회장) 역시 2016년 효성의 사장직에 올랐고, 2021년 부회장이 돼 효성의 2인자를 꿰찼다. 조현상 씨는 조석래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 당시 형 조현준씨와 동생 조현상씨를 포함해 오너가 최측근 핵심 임원들을 각종 불법 혐의로 고발했던 조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 조현문씨는 아버지와 형·동생에게 밀려나 현재 효성그룹 경영에서 배제돼 있다.

이런 효성그룹 오너 일가 중 2022년 현재, 자본 시장에서는 물론 사회적 비판에 직면해 있는 주인공은 장남 조현준 회장과 막내 조현상 부회장이다. 사실 조현준·조현상 형제는 물론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까지, 이들 일가를 향한 세간의 불편한 시선과 날선 비판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형제간·부자간 경영권 분쟁, 탈세와 외화 밀반출, 불법적인 해외 부동산 고가 매입, 효성 계열사를 동원한 오너가 소유 개인 회사에 부적절한 자금지원 폭로, 여기에 징역과 벌금 등 실형 선고와 집행유예에 이르기까지 효성 오너일가의 불법·탈법·편법 등 일탈 행위들이 거의 연례행사처럼 매년 드러났다. 당연히 이 회사 주식에 돈을 투자한 주주들을 중심으로 비판과 논란들이 끊이지 않았다.

2022년에도 논란과 비판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올 초부터 조 회장과 동생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을 포함해 그룹 내 계열사들의 사내이사 연임과 신규 선임을 밀어 붙였다. 지난 2월23일 효성티앤씨가 조현준 회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을 공식화하자, 24일 효성첨단소재가 동생 조현상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案)을 내놨다. 다음 날인 25일에는 효성그룹 지주사인 ㈜효성이 ‘조현준·조현상 형제 모두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이들 형제에 대한 주주들과 자본 시장의 비판 강도도 더해질 수 밖에 없었다. 

2022년 벌어지고 있는 논란이 이전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효성 조 회장 형제의 경영 자질과 능력 등 ‘경영자로서의 적절성’이라는 본질적인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만 해도 이들 오너 일가에 대한 비판은 ㈜효성과 조 회장 형제 측이 벌여 온 경제·기업 범죄, 경영 비리 같은 불법과 도덕성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효성그룹 지주사인 ㈜효성의 경영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조현준 회장. 조 회장이 2020년 11월 25일 ㈜효성과 계열사에 191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16억원대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고법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돌아가고 있다. (사진=뉴스1)
조현준 회장. 조 회장이 2020년 11월 25일 ㈜효성과 계열사에 191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16억원대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고법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돌아가고 있다. (사진=뉴스1)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효성을 포함해 계열사들에서 이사 등 경영권을 거머쥔 채 보여 온 경영‧업무 행태는 일반 주주들은 물론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키워왔다. ‘이사회’는 기업의 주요 경영 사안을 논의하고 승인·의결하는 기업 경영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사회 활동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는 이들 형제의 모습은 기관 투자자들에서 조차 ‘실망감이 왜 커질 수밖에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선 ㈜효성의 이사회 속 조현준 회장의 실태를 보자. ㈜효성은 주요 계열사들을 직접 지배하는 효성그룹 지주사이다. ㈜효성의 경영권과 지배력만 가진다면 효성그룹 내 웬만한 계열사들의 경영권은 마치 무혈 입성하듯 수월하게 손에 넣을 수 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권의 핵심도 ㈜효성에 있다는 뜻이다. 

㈜효성의 ‘이사회’ 장악을 위한 사내이사 자리는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에게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다. 그런데도 다른 것은 둘째 치고 ㈜효성 ‘회장’은 물론 이미 사내이사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대표이사까지, 효성 경영에 핵심 직위와 직책, 권한을 모두 쥐고 있는 조현준 회장의 이사회 참석 횟수는 의아할 정도다.

㈜효성 측이 직접 작성한 이사회 관련 공식 자료를 통해, 2018년부터 가장 최근인 2021년까지 조현준 회장의 이사회 참석 실태를 확인해봤다. 2018년 조 회장의 이사회 참석률은 90%였다. 얼핏 양호해 보이지만 총 10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참석률 꼴찌다. 2020년 이사회 참석률은 85.7%로 떨어졌고, 지난해인 2021년에는 이보다 더 낮아 고작 66.7%에 불과했다. ㈜효성 이사회 구성원 중 전(前) 서강대 총장 손병두 씨와 함께 참석률이 가장 낮았다. 참고로 손 전 이사장은 조 회장과 달리 ㈜효성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내이사가 아닌 본래 직장과 직업이 따로 있는 사외이사다. 

이사회  참석 절반도 안하는 오너 회장님

효성그룹 주요 계열사로 다수의 주주들이 존재하는 상장사, 효성ITX의 이사회 실태도 확인했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ITX 지분 37.91%를 가진 1대 주주다. 하지만 실제 조 회장의 효성ITX 지분 지배력은 37.91%를 훨씬 넘어선다. 그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경영권을 장악한 ㈜효성의 효성ITX 지분 30.39%까지 더하면 조 회장의 효성ITX 지배력은 70%에 육박한다. 사실상 효성ITX의 절대적 지배자다. 그런 조 회장은 2014년부터 바로 몇 달 전인 2021년 12월 13일(중도 사퇴)까지 8년 동안 효성ITX의 사내이사였다. 효성ITX의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4년간 조 회장과 관련된 이사회 실태도 확인해 봤다.

조 회장의 효성ITX 이사회 참석률은 아무리 눈높이를 낮춰봐도 이해가 안될 상황이었다. 2018년 한 해 동안 이사회에 절반도 안 되는 5번만 참석했다. 이사회 참석률이 달랑 37.5% 밖에 안됐다. 2019년과 2020년 참석률도 각각 75%와 80%에 불과했다. 다른 본업을 가진 사외이사들 보다도 참석률이 현저히 나빴다. 가장 최근인 2021년 상황 역시 심각했다. 확인 가능한 총 16번의 이사회에 그가 얼굴을 비친 건 불과 8번, 참석률이 50%였다. 

㈜효성과 효성ITX 모두 수많은 주주와 거액의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들이 존재하는 상장 기업이다. 조현준 회장은 이런 상장사의 회장이자 대표이사, 사내이사로 법이 정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직위와 직책을 움켜쥐고 있다. 이런 조 회장이 기업 경영과 운영의 기본이자, (사내)이사의 의무인 이사회 참석률이 심한 경우 37.5%~50%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이번 취재로 드러났다. 

취재 과정에서 기업명과 조 회장 실명을 가린 채 경영학 교수, 투자 관련 금융사 관계자, 전·현직 기업 임직원에게 이런 내용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취재에 응한 이들 대부분이 “일반적인 경영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상황으로 보기에는 너무 이상하다”는 의견과 함께 “사외이사도 아닌 정상적인 사내이사, 특히 건강 등 신변에 이상이 없는 이사의 이사회 참석 횟수가 50%도 안 된다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이사가 특수관계인이라 내부(자)거래 승인과 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 이사회도 있겠지만, 많아야 1~2번 정도일 것이고 그 이상이면 그게 더 비정상적 상황”이라며 “주주들, 특히 다른 이사와 감사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수차례 연임할 수 있다는 게 사실이냐”며 오히려 반문했다. 

조현상 부회장(앞줄 오른쪽). 조 부회장이 지난해 9월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트레일러 드론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조 부회장 왼쪽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스1)
조현상 부회장(앞줄 오른쪽). 조 부회장이 지난해 9월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트레일러 드론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조 부회장 왼쪽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스1)

이사회 10번 중 6번 이상 안간 오너 부회장님

동생 조현상 부회장도 형 조현준 회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사 등 경영자로서 조현상 부회장의 경영 실태를 확인 할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신화인터텍’이다. 신화인터텍 역시 다수의 주주들이 존재하는 효성그룹 내 상장 계열사다. 조현상 부회장은 이런 신화인터텍 경영에 2017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조현상 부회장의 이사회 참석 등 경영 실태를 확인해봤다. 

가장 최근인 2021년 이사회 실태부터 보자. 신화인터텍 이사회는 3명의 사내이사와 1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조현상 부회장의 2021년 이사회 참석률은 80%다. 외형상 양호해 보이는 듯하지만, 다른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1명 등 조 부회장을 제외한 3명의 이사 모두 참석률 100%다. 조 부회장의 참석률이 가장 좋지 않다. 그나마 2021년은 조 부회장이 신화인터텍 이사회에 가장 열심히 참여한 해였다.

2020년 조 부회장의 신화인터텍 이사회 참석률은 75%로 떨어진다. 2019년 이사회 참석률은 불과 50% 밖에 안 된다. ‘이사회가 두 번 열리면 반드시 한 번은 불참했다’는 뜻이다. 2018년 조현상 부회장의 이사회 참석 실태는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신화인터텍이 만들어 놓은 이사회 기록에 따르면 조현상 부회장의 참석률은 고작 38%였다. 상장사의 주요 경영 안건을 다루는 이사회가 10번 열렸다면 6번 이상 이사회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 부회장을 바라보는 주주들의 냉랭한 시선과 날선 비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특히 국민이 맡긴(위탁) 거액의 돈을 중장기간 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라면 수년째 이 같은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조 부회장에 대해 물음표가 커지는 게 당연했다.

참여연대 회원들이 2019년 4월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효성 오너 일가 탈세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참여연대 회원들이 2019년 4월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효성 오너 일가 탈세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제범죄·비리 의혹의 방패막이는 절대 지분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형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등 선대부터 이어져온 오너 일가의 절대적 지분을 발판으로 ㈜효성을 포함해 효성 계열사들의 지배력을 키웠다. 각종 경제 범죄에 대한 유죄 선고, 그동안 폭로돼 온 비윤리적 경영 의혹에도 불구하고 오너 일가의 절대적 지분은 효성그룹 내 이들의 지위를 지키는 방패막이 역할을 해줬다. 

두 형제는 이런 지분을 등에 없고 ㈜효성을 포함해 핵심 계열사의 사내이사와 대표이사 자리까지 하나씩 거머쥐며 주요 계열사들의 이사회까지 접수했다. 하지만 이들이 막강한 권한 만큼이나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있는 사내이사로서, 대표이사로서, 또 최고 경영자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해왔는지, 이들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싸늘하다. 다수 주주들의 날선 비판은 물론이고 대형 투자자인 기관 투자자들까지 ‘기업가치 훼손’ ‘과도한 겸임’ 등의 이유를 들어 이들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 효성의 지분은 9.5%다. 지난달 18일 주주총회에서 두 형제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저지에 나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과반을 넘는 오너 일가의 지분율에 막혀 실패했지만 효성그룹과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 등 효성 오너일가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조동진은 조선뉴스프레스 소속 경제전문기자다. 기업·정부·정치·돈·사람…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이야기와 암호 같은 자본의 흐름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한발 더 취재하고 좀 더 풀어쓰려고 노력하는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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