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전투 장면과 세심한 묘사는 호평받을 만
종군기자 매기역, 창조된 인물…검증 여부 궁금
참전 유공자 존중받는 사회 됐으면.…
엊그제가 6.25 전쟁 71주년이었다.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2019)은 많은 국민들이 1950년 장사상륙작전에 대해 알게 해주었다. 영화라는 매체 특성상 한 번에 다수의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또한 역사적 사실을 기록 및 보관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가치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다른 점이 존재한다는 점과 영화의 작품성은 아쉽다.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내용이 사실과 일치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주요 사실은 적시되는 것이 필요하다.
장사상륙작전 개요
장사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위한 양동작전이자 북한군의 보급로 차단을 위한 작전이었고, 성공했다. 학도병 772명으로 이루어진 독립 제1유격대(명부대)는 9월 13일 문산호를 타고 부산항을 출발했다.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인 9월 14일 새벽에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안에서 상륙작전을 시작했다. 명부대는 이명흠(이후 이종훈으로 개명) 대위의 유격대 창설 건의로 설립된 부대였다.
「한국전쟁사」에 따르면, 학도병은 태풍과 북한군의 포격 속에서 힘들게 200고지를 탈환했으나, 물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 와중에도 포항과 영천 방면의 주요 국도를 막아 북한군의 보급로를 차단했다. 또한 포항, 경주 방면으로 향하던 2개 연대와 전차 4대를 영덕 방면으로 유인하여 적군을 교란시켰다. 9월 19일 조치원호를 타고 어렵게 철수하면서 일부가 해변가에 남겨졌다. 여러 가지 자료를 종합해 볼 때, 우리 측 사망자는 130명 전후이고, 부상자는 90명 전후일 것으로 보인다.
잊혀진 영웅 제대로 기억하기
영화는 학도병 부대의 장사리 상륙부터 철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영화 속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생생한 전투 장면과 세심한 묘사, 실제 무기를 동원한 촬영은 호평받을만했다. 아쉬운 점은 영화의 대부분이 전투 및 전투 상황에만 초점을 두고, 학생들이 왜 참전했고, 어떻게 훈련되었는지는 생략되었다는 점이다. 학생의 참전이 중심인 영화에서, 이런 내용이 그들 간의 대화속에서만 다루어지고, 영상 없이 말로만 처리되고 있다. 예산상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으나. 관객의 많은 공감을 끌어내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속에서 이명흠 대위역을 맡은 이명준 대위(김명민)는 처음에 이 작전에서 제외되었으나 본인이 자원해서 간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이명흠 대위가 「민족의 증언」에서 언급한 내용을 보면 그는 작전에서 제외되지 않았고, 단지 자신보다 더 나은(경험 많은) 장교를 지휘관으로 요청 했다. 그러나 작전국장이 그와 중대장들을 진급시키면서 임무를 주었다고 한다. 정확하지 않은 영화 내용은 잘못하면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도 그다지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종군기자 매기역의 매건 폭스를 비롯해 많은 연기가 하나로 뭉쳐지지 못하고 겉돌았다. 특히, 매기는 실존 인물이 아니고 마거리트 히긴스(Marguerite Higgins Hall) 종군기자와 마가렛 버크화이트(Margaret Bourke-White) 종군사진기자를 모델로 창조되었다고 한다. 그런 인물에게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겼다는 것도 의아하다. 정말로 그들 중의 누군가가 맥아더 장군에게 전화해서 학도병들을 구하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한국전쟁에 파견된 최초의 종군 여기자를 영화 속에 배치한 것은 좋지만 확실한 검증을 했는지는 궁금하다. 이 부분을 그냥 지나쳐 버리기엔 영화속 비중이 크다.
팩트체크 매체 뉴스톱에 따르면 영화예고편과 영화속에서 보여준 ‘기록되지 않은 기밀작전’은 사실이 아니다. 증거로 다양한 소스를 예로 들고 있다. 1951년에 발행된 「한국전란 1년지」, 1970년에 발간된 「한국전쟁사」와, 1982년에 출간된 「민족의 증언」 속에도 장사상륙작전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팩트체크] 장사상륙작전은 정말 1997년에 처음 알려졌나)
즉, 장사리 전투는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밀작전도 아니고 실패한 작전도 아니다.
지난 6월 5일 장사상륙작전이 벌어졌던 바로 그곳에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이 개관했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영화에 이어 이들을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매우 뿌듯하다. 이곳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장사리 전투에 대해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얻기를 기대한다. 학도병뿐만아니라 이 작전에 참여했던 모든 분(군인, 문산호 선원 등)과 한국전쟁 참전유공자들이 항상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기원한다.
김주희 영화 칼럼니스트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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