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번째로 극장 개봉한 영화 <특송>은 화끈한 도시 차량 추격전을 선보였다.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던 나를 일으켜 세워 똑바로 앉아서 영화를 보게 했다. 영화 초반은 완전한 몰입감을 주었다. 아쉽게도 이 부분을 지나면 이야기의 긴장이 떨어지고, 이후로 이와 같은 장면은 없다. 후반부에도 비슷한 장면을 원한다면 욕심일까? 탈북자를 영화 장르의 소재로만 이용한 점은 안타깝지만, 박소담 배우의 변신은 성공적이다. 

출처:NEW MOVIE, MOVIE&NEW
출처:NEW MOVIE, MOVIE&NEW

<특송>은 의뢰인과 배달 내용을 묻지 않고 배달하는 프로 운전자 은하(박소담)가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이 줄거리다.

숨 막히는 자동차 추격전 

한국 영화에서 오랜만에 보는 숨 막히는 자동차 추격전이었다. 여성이 이렇게 과감하면서도 자로 잰 듯한 깔끔한 운전 실력을 보여주다니 매우 인상적이었다. 드리프트, 순간 주차, 역주행, 건널목에서 기차와 스치는 순간 등. 차량 추격전이 나오는 영화를 많이 보아왔지만, (특히 앞부분은) 다른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반도>(2020)에서 준이(이례)는 나이는 어리지만, 여성으로서 멋진 운전 솜씨를 뽐냈다. <반도>의 준이가 좀비의 특성을 잘 알고 이를 이용한 영리한 운전을 했다면, <특송>의 은하는 거침없고 두려운 것이 없는 매우 위험한 운전을 했다. 여성 프로 운전자의 탄생을 축하한다. 

여기서 눈에 띄는 자동차는 그녀가 운전하는 BMW다. 모델이 BMW E34(5시리즈) 1986년형이라고 한다. 제이슨 스타뎀(제이슨 스테이섬)이 주인공인 <트랜스포터>에서 그가 타던 차 역시 BMW E38(7시리즈) 1995년형이다. 배달 전문 드라이버가 모는 차가 모두 BMW라니 흥미롭다.

출처:NEW MOVIE, MOVIE&NEW
출처:NEW MOVIE, MOVIE&NEW

탈북자가 주인공  

특송을 책임진 주인공 은하는 탈북자다. 은하의 말투, 외모, 옷차림은 우리가 기존에 알던, 또는 상상하던 탈북자의 모습이 아니다. 고양이를 기르면서 혼자 산다. 친구가 없다는 것을 빼면 우리와 다를 게 없다. 기존 한국 영화에 등장했던 탈북자와 달리 한국 현실에 나름 적응하며 살고 있다. 여기서 국정원의 느슨한 연결이 필요하게 된다. 

<특송>에서 은하가 탈북자라는 사실은 영화 내용의 설정상 필요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여자임에도 매우 위험한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것과 후반부 액션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탈북자라는 사실은 그녀의 삶이 녹록지 않았음을 알려주며, 그녀의 화려한 액션을 정당화해준다. 평범한 여성이 이와 같은 일을 하기도, 연루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에서 탈북자는 사실은 이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지 않고 있다. 

출처:NEW MOVIE, MOVIE&NEW
출처:NEW MOVIE, MOVIE&NEW

한국 영화 속 탈북자에 대한 시선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탈북해서 입국한 사람은 2021년까지 3만3,000명이 넘는다. 그중 여성이 72%를 차지한다. 생각보다 탈북자가 많고, 여성 탈북자가 더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최근에 탈북자는 감소추세다. 

학계에서는 곽경택 감독의 <태풍>(2005)을 탈북자 소재 영화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탈북자를 이야기한 영화를 찾아보니 다큐멘터리(4편) 포함, 작년까지 22편이 상영됐다. 탈북자 감독이 제작한 영화 2편, <겨울 나비>와 <량강도 아이들>을 포함하면 편수는 더 늘어난다. 5편이나 개봉된 2011년을 제외하면 <태풍>이후로 거의 매년 한 편씩 상영됐다. 

                                       < 탈북자를 다룬 영화>

 출처 : 강성률(2011). 영화가 탈북자를 다루는 시선들. , 통권 12호, pp. 5-31. / 강소희(2013). 타자를 재현하는 영화의 윤리적 태도.  제 11호, pp. 133-156.      
 출처 : 강성률(2011). 영화가 탈북자를 다루는 시선들. , 통권 12호, pp. 5-31. / 강소희(2013). 타자를 재현하는 영화의 윤리적 태도. 제 11호, pp. 133-156.      

강성률 교수는 영화가 탈북자를 다루는 시선을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 번째는 장르 영화의 새로운 소재다. 탈북자의 탈북이유, 탈북과정, 정착 과정에는 관심이 없고, 장르 영화에 신선함을 제공하기 위한 소재로 탈북자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주민으로서 탈북자의 고통스런 현실(고발)이다. 주로 독립영화에서 나타난다. 세 번째는 조선족 장률 감독의 영화에 나타난 조국을 떠난 해외 거주자의 시선이다. 네 번째는 외국인, 특히 미국인의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이다 (영화가 탈북자를 다루는 시선들(2011) 참조). 

강교수의 분류에 의하면, <특송>도 탈북자를 장르 영화의 새로운 소재를 위해 이용한 그룹에 속한다. 주인공 은하의 탈북자 설정이 영화 맥락상 필요했을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탈북자라는 사실은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탈북과 관련된 내용은 아주 간단하게 백사장(김의성)의 대사를 통해 언급되었을 뿐이다. 은하의 탈북 관련 전후 사정은 이야기되고 있지 않다. 사실 은하가 어떤 피치 못할 개인 사정으로 특송 일을 한다고 해도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의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탈북자에 대한 이해나 고민 없는 이러한 시선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출처:NEW MOVIE, MOVIE&NEW
출처:NEW MOVIE, MOVIE&NEW

<특송>에서 스포츠 도박이나, 경찰의 범죄개입, 국정원 뒷북치기 등은 다른 범죄영화에서 볼 수 있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박소담 배우의 몸을 사리지 않은 액션과 차량 운전은 돋보였다. 끝으로, 주인공 은하의 생사를 알려주지 않고 끝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요즘 한국 영화의 결말은 대체로 관객에게 상상 또는 사유의 자유를 주지 않는다. 관객에게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보고 싶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이 기사와 뉴스버스 취재를 자발적 구독료로 후원합니다.
후원금 직접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신한은행 140-013-476780 [예금주: ㈜위더미디어 뉴스버스]

뉴스버스 기사 쉽게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저작권자 © 뉴스버스(Newsvers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