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스크린 점유가 만들어낸 흥행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629만 관객 돌파(1월 6일 기준)는 한편 반갑기도 하면서도 씁쓸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고의 성적이지만, 한국 영화계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부터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예정된 한국 영화의 개봉은 연기되었다. 그러나, 12월 15일 개봉 사흘 만에, 방역이 재강화된 상황에서도 이 영화는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 성공이 한국 영화계에 던지는 시사점은 뭘까.  

출처: 소니픽쳐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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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정체가 탄로 난 피터 파커가, 자신에 대한 기억을 세상 사람이 잊도록 하려다가 일어나는 이야기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주문을 거는 중 문제가 생겨 멀티버스가 열리면서 다른 세계의 악당들이 나타나 문제를 일으킨다. 피터는 이들을 그들의 세계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흥행 성공 내부(작품) 요인-10대 영웅과 멀티버스 개념  

출처: 소니픽쳐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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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은 존 왓츠 감독이 연출하고, 톰 홀랜드가 주인공인 스파이더맨 시리즈 3부작 중 최종작이다. ‘스파이더맨’은 마블 히어로 중 가장 평범하고 어린 10대 영웅이다. 이 점에서 초등학생에서 20대에 이르는 관객은 스파이더맨과 쉽게 공감하고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다. 12세이상 관람가 영화로 가족과 같이 관람하기 좋다는 점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부작에 걸친 주인공(들)의 성장영화로 주인공에 대한 팬덤 형성도 호의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마치 내가 해리포터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했던 것과 유사하다. 

또한 멀티버스 개념을 이용, 전작 <스파이더맨> 3부작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피터 파커와 주요 악당들의 등장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각 캐릭터의 팬들이 극장으로 결집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한 영화 안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이 이 영화의 지속적 흥행에 기여하고 있다.

흥행 성공 외부 요인-경쟁작의 부재  

출처: 소니픽쳐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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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에서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다. 겨울 성수기에 개봉했는데, 운 좋게도 최근까지 경쟁작이 부재했다. 12월 22일 동시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와 <매트릭스: 리저렉션> 모두 많은 관객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한국 (상업)영화는 그 시기에 단지 1편, <해피 뉴이어>만을 개봉했으나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스파이더 맨:노 웨이 홈>은 2,814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해서, 1월 4일까지도 거의 2000개에 가까운 스크린을 점유했다. <군함도>는 2017년 개봉 당일 2,027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면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야기했다. 그때와 비교해도 스크린이 약 8백개나 많다. 여기서 독과점 이슈를 논의하려는 것은 아니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렇게 많은 스크린에서의 상영이 629만 관객 이상을 모으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작년에 361만명 이상이 관람한, 한국 영화 흥행 1위인 <모가디슈>는 개봉일 스크린 수가 1,635개였다. 

한국 영화 대작의 부재 

겨울 성수기는 여름과 추석 성수기와 함께 극장에 한국 영화 대작이 걸리는 시기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2019년에는 한국 영화 3편(<시동>, <백두산>, <천문>)이 연말에 연이어 개봉했다. 그리고 <겨울왕국 2>와 함께 3편 모두 박스 오피스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비슷한 시기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기대작인 <킹메이커>는 12월 29일 개봉하기로 했지만, 사회적 방역이 다시 강화되자 개봉을 1월 26일로 연기했다. 또 다른 기대작인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은 1월에 개봉하기로 했지만, 다시 연기되어 언제 개봉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1월 5일에 개봉한 <경관의 피>를 합해도 1월 6일까지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는 2편에 불과하다. 관객으로서 한국 영화를 볼 기회가 함께 선택의 폭이 줄어들어 아쉽다. 

영화 제작사 입장도 이해한다. 극장이 밤 10시에 영업을 종료해야 시기에 영화를 개봉한다는 사실이 너무 위험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 개봉해도 제작비조차 건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개봉을 연기했을 것이다. 어쩌면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겨 제작비라도 확보하고 싶은 마음도 들 수 있다. 하지만 1월 3일부터 밤 9시까지 입장으로 방역 조치가 완화되었다. 이렇게 경쟁작이 없을 때 개봉을 하면,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의 성과를 보면, 한국 영화 제작자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극장 개봉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할리우드 마블 히어로 영화 3부작과 한국 영화를 맞바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모가디슈>는 더 엄격한 방역상황에서도 361만명 이상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스파이더 맨:노 웨이 홈>은 할리우드 경쟁작이 힘을 못 쓰고, 경쟁할 한국 영화 신작이 없는 사이 관객을 거의 모두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Sony Pictures Entertainment
출처: Sony Pictures Entertainment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에서도 피터 파커 주인공은 바뀌지만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상투적 구성과 패턴은 반복된다. 예를 들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하면서, 스파이더맨에게 소중한 사람이 죽는다. 또한, 멀티버스의 개념을 이용한 것은 좋지만, 영화 내용상의 필요에 따라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필요한 시점에 맞춰 부르다가는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른 두 명의 스파이더맨도 똑같이 상실을 경험하고 난 시점에 나타나, 피터 파커의 상실을 위로한다. 

관객은 한국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새해를 맞아 <경관의 피>가 개봉했고, <특송>이 곧 개봉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설 연휴에는 <킹메이커>와 <해적: 도깨비 깃발>이 동시 개봉된다고 한다. 관객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주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관객도 이번 기회가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에도 시선을 돌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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