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영화음악콘서트'서 한국 대표 영화음악감독과 오케스트라 협연

영화음악은 영화의 현장감을 높여 영화에 몰입과 공감을 높이는 장치다. 그럼에도 영화음악 또는 영화음악 작곡가에 대해선 세간의 관심이 부족하다. 때마침 지난주 서울에서 제2회 영화음악 콘서트가 열려 다녀왔다. 한국 영화음악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감상하면서 작곡가까지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엔니오 모리코네 영화음악 콘서트’처럼 유명한 외국 작곡가의 연주회는 있었지만, 한국 영화음악 작곡가를 주인공으로 한 공연은 보기 어렵다. 더 많은 작곡가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행사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영화음악 작곡가와의 만남 

 2021 영화음악콘서트가 개최된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의 무대와 콘서트홀 전경. (사진=김주희)
2021 영화음악콘서트가 개최된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의 무대와 콘서트홀 전경. (사진=김주희)

저녁 8시에 시작된 공연은 강화된 방역 때문인지 빈자리가 많았다. 콘서트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음악 감독인 조성우, 이지수, 심현정, 최승현, 홍대성 5분의 곡이 연주되었다.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심현정씨를 제외한 모든 분들이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였다. 예를 들면 조성우-<봄날은 간다>의 One fine spring day, 이지수-<실미도>의 684부대, 심현정-<올드보이>의 미도의 테마(The last waltz), 최승현-<친절한 금자씨>의 Opening, 홍대성-<구미호뎐>(TV 드라마)의 삼도천의 이별이다.  

연주되는 영화나 드라마의 시청 여부와 상관없이 음악만으로도 당시의 분위기와 등장인물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는 멋진 곡들이었다. 더군다나 이날 공연을 위해 편곡을 하셨다고 하는데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곡이 때로는 웅장하고, 서정적이고, 감미롭고, 감동적이었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 그 영화음악을 누가 작곡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건 큰 소득이다. 공연 직전 작품 소개와 정면 스크린에 보여준 영화(드라마)의 몇 장면들도 이해를 도왔다. 덕분에 어떤 작곡가의 곡을 더 좋아하는지도 알게 됐다.

우리는 단짝…'8월의 크리스마스' 조성우와 허진호  

2021 한국 영화음악 콘서트가 개최된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 티켓팅 부스. (사진=김주희)
2021 한국 영화음악 콘서트가 개최된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 티켓팅 부스. (사진=김주희)

후반부 공연 전에 사회자(신지혜 아나운서)와 4분 작곡가와의 짧은 인터뷰가 있었다. 조성우 작곡가와 허진호 감독이 단짝이란 사실도 이 인터뷰를 통해서야 알았다. 조성우 작곡가는 <8월의 크리스마스>(1998)부터 시작해서 작년에 개봉한 <천문>까지 허진호 감독과 10개의 작품을 같이 작업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정말 좋아하기도 하지만, 허진호 감독의 매력을 느끼게 해 준 영화다. 허진호 감독 영화는 무엇이라 꼭 집어 설명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무언가가(아련함) 있다.

콘서트의 후반 연주는 주로 조성우 음악감독의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1984년부터 영화음악을 시작해 지금까지 무려 57개의 영화에서 음악을 맡았다. 대부분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다. 그의 곡들을 듣고 있자니, 어쩌면 이렇게 서정적이고, 섬세하고, 여리고, 부드러운 음악을 작곡할 수 있을까 싶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 감성이 허진호 감독의 성향과 잘 들어 맞은 것 같다. 다시 찾아보니 영화 <천문>에서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장면, 가슴 아픈 장면에도 그의 곡이 흐르고 있었다.

영화음악 거장 한스 짐머 공연과의 비교

영화음악 거장 중의 한 명인 한스 짐머의 공연도 올 10월에 같은 장소에서 개최되었다. 그 당시는 위드 코로나 상황이 아닌데도 의무적으로 비우는 좌석을 제외하면 공석이 거의 없었다. 정말 많은 사람이 몰렸고, 사람들은 연주가 끝나면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다. 어찌하다 보니, 연주석 뒤에 앉아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롯데 콘서트홀은 360도 각도에서 관객이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좌석 배치가 되어 있다. 덕분에 악기 연주자들과 (오페라) 가수의 뒷모습을 주로 봐야 했지만, 지휘자의 얼굴은 정면으로 볼 수 있었다. 연주곡에 따라, 연주 분위기에 따라 지휘자가 어떻게 지휘하는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360도 각도에서 공연을 볼 수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 무대. 무대 뒤편에서 바라본 공연 연주석. (사진=김주희)
360도 각도에서 공연을 볼 수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 무대. 무대 뒤편에서 바라본 공연 연주석. (사진=김주희)

하지만, 영화 영상 없이 영화음악만 듣다 보니, 팜플렛을 보지 않는 한 연주되는 곡을 알기 어려웠다. 영상은 없다고 미리 고지 되었다. 화면이 있었으면 많은 도움이 되었겠지만, 관객이 모든 각도에 앉아 있어서 화면(스크린)을 설치할 장소는 없어 보였다.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이 공연은 평일 저녁 8시에 시작해 10시 20분쯤 끝났다. 작곡가의 연주가 끝날 때마다 작곡가가 인사를 하고 관객이 호응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는데, 이러한 진행이 사실상 전체 프로그램의 공연 시간을 불필요하게 연장시킨 부분이 없지 않다. 연주곡이 많지 않을 때는 한 작곡가의 연주가 모두 끝나고 나서 인사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연주자도 곡이 끝날 때마다 일어설 필요가 없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먼 곳에서 온 관객이 집에 돌아가는 시간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어렵긴 했겠지만, 작곡가들과의 대화시간에 관객의 질문도 받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영화는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창조되는 작품이다. 인터뷰 중에 작곡가 한 분이, 이런 멋진 조명 아래 자신의 곡을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영화감독, 프로듀서, 작가, 배우뿐만 아니라 다른 작업을 하는 분도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영화음악 콘서트가 지속 성장 발전해서 콘서트장을 꽉 채우는 성공한 행사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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