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찔끔…진화율 떨어져 산불영향구역 3만3,204㏊

역대 최악 피해 기록될 듯…하회마을 방어선 구축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 전체가 불에 타 폐허로 변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 전체가 불에 타 폐허로 변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발화해 경북 5개 시·군을 휩쓸고 있는 의성 산불이 엿새 만에 ‘역대 최악’으로 피해를 키우면서 계속 동진하고 있다.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도 경남 산청 산불로 숨진 산불진화대원 등 4명을 포함해 추락한 헬기조종사 1명 등 모두 28명(안동 4명, 청송 4명, 영양 6명, 영덕 9명, 의성 1명)으로 늘어났다.

화기(火氣)를 누그러뜨려 줄 것으로 기대했던 비는 아직 대부분 지역에서 감감무소식이고 더딘 진화에 진화율마저 뚝 떨어진 상황이다. 

산림 당국은 27일 진화 헬기 79대와 인력 4,635명, 장비 693대 등을 산불 현장 곳곳에 분산 배치해 동시다발적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순간풍속 초속 15m의 강풍이 불고 낮 최고기온이 21∼22도까지 오르는 기상 상황 등으로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의성 산불 엿새 만에 처음으로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북동부권 비 예보가 나왔지만, 예상 강수량이 5㎜ 미만이고, 이마저도 아직 내리지 않은 탓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바싹 마른 나무와 낙엽은 현장 광범위한 지역에 여전히 가득한 상황이다.

당국은 "서쪽에서 유입된 강수대가 내륙으로 들어오면서 약해졌다"며 "비가 오더라도 양이 적어 진화에 큰 도움은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이날 비가 내리면 다음 비 예보는 오는 4월 초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극도로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맞물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진화 현장에 투입된 진화대원과 헬기 조종사 등의 피로도 누적되면서 며칠 새 진화율도 뚝 떨어지고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7일 경북 청송군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영덕방향)가 산불에 폐허가 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경북 청송군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영덕방향)가 산불에 폐허가 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낮 12시 기준으로 71%까지 올랐던 의성·안동 산불 진화율은 사흘 만에 50%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영덕 지역의 진화율은 10%, 영양은 18%에 각각 그치고 있다.

현재 북부권 산불은 비화(飛火)한 불티가 민가와 산림에 동시에 떨어져 불을 키우고, 키워진 불에서 나온 불티가 다시 민가·산림에 날아가 또 다른 불을 키워가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려 가고 있다.

특히 의성산불 확산 속도는 시간당 8.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까닭에 이날 오전 기준 이번 북부권 산불영향구역은 3만3,204㏊로 집계됐다.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모두 불에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번 산불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사진=연합뉴스)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모두 불에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번 산불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사진=연합뉴스) 


산불영향구역은 화재 현장에 형성된 화선 안에 포함된 면적으로, 통상적으로 진화가 완료된 뒤 확인하는 실제 피해 면적보다 넓게 잡힌다.

지금과 같은 산불 확산세를 볼 때 이번 산불 피해 면적은 역대 최고 수준을 이미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경북북부 산불 이전 가장 많은 산림 피해를 낸 것은 2000년 강원도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로, 당시 2만3,794㏊가 피해를 봤다.

북부권 산불이 계속 동진해 동해안까지 이르면서 그 경로를 따라 인명·재산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27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방하리 산불 현장에 50사단과 2신속대응사단 장병 240여명이 산불 진화 지원작전에 나서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방하리 산불 현장에 50사단과 2신속대응사단 장병 240여명이 산불 진화 지원작전에 나서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안동(4명), 청송(3명), 영양(6명), 영덕(9명) 등 4곳에서 주민 22명이 사망했다. 전날 의성군에서는 진화 헬기 추락으로 70대 조종사 1명도 숨졌다.

또 주택, 공장 등 2,572건의 건축물 피해가 났다.

해안가인 영덕의 경우 주택 외에도 어선, 양식장 등이 타는 피해가 이어지고 있고, 한때 전 지역 통신도 두절됐다.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 양방향 건물도 불에 탔다.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에 있는 천년고찰 대전사 등에서는 코앞으로 접근한 산불을 저지하기 위해 당국과 주민 등이 비상이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등에는 주변 수목을 제거해 방화선이 구축되고 방염포가 설치됐다.

27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서원 인근에서 소방관들이 벌목 후 물을 뿌리며 산불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경북소방본부)
27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서원 인근에서 소방관들이 벌목 후 물을 뿌리며 산불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경북소방본부)


이밖에 안동, 의성, 청송, 영양, 영덕 등지에서는 주민 등 3만3,089명이 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했다.

이처럼 의성군 안평면·안계면 2곳 야산에서 시작된 불이 동쪽으로 80㎞가량 떨어진 영덕까지 번진 상황에서 다시 남풍·남서풍 영향을 받는다면 동해안을 따라 원전단지·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울진 등으로도 북상할 가능성도 있다.  / 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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