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4대보험 등 의무 부담금, 매년 4억~5억씩 미납
백씨 2012년 이사장 취임 이후 세금 전가액 50억 넘을 듯
백종원과 더본코리아 각종 불법 의혹으로 위기 직면
요식업계 대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지난 28일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자로서 철저히 관리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면서 "주주들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더본코리아가 지난해 11월 6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빽햄' 품질 논란, 농지법 위반, 농약 분무기 사용 등 쉴새 없이 이어지는 의혹과 논란에 대한 사과였다. 백 대표는 그리고 곧바로 경북 의성 산불 피해 지역인 안동시를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직접 조리·배식까지 했다. 이것으로 백씨와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논란은 잦아들 수 있을까.
1일 뉴스버스 취재 결과 백씨가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 예덕학원이 매년 4억~5억원 가량의 법정부담금을 내지 않아 국민 세금으로 전가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법정부담금은 학교 운영을 위해 사학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무납부금으로 교직원의 국민건강보험, 사학연금, 재해보상부담금, 비정규직 4대보험 등의 일정 비율 부담분이다. 사학법인이 법정부담금을 내지 않으면 결국 해당 교육청이 세금으로 그 결손액을 충당해야 한다.
백종원, 충남 예산 갑부가 세운 ‘예덕학원’ 이사장
백종원씨는 2012년부터 충남 예산의 예산고, 예산예화여고 등을 운영하는 예덕학원 재단이사장을 맡고 있다. 예덕학원은 예산경찰서장을 지낸 백씨의 조부 백창현씨가 1967년에 설립했다. 이어 충남교육감을 역임한 부친 백승탁씨가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부친에게서 예덕학원을 넘겨 받은 백씨는 법정부담금을 얼마나 납부했을까?
충남교육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예덕학원이 납부한 법정부담금은 2018년 2.04%에서 2020년 10%를 겨우 넘겼고, 2022년까지도 10.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씨는 음식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엄청난 부를 쌓았으면서도 매년 4억~5억원씩, 2018~2022년 5년만 해도 24억원이 넘는 돈을 국민 세금으로 전가해 온 셈이다. 백씨가 이사장에 취임한 2012년 부터 2024년까지 법정부담금 미납액은 최소 5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사학재단들의 법정부담금 세금 전가 행위는 비단 예덕학원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위 소속인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초중고 사립학교 법정부담금 납부현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초중고 사학재단의 법정부담금 부담 납부율은 평균 17.6%에 불과했다. 사학재단들은 재단 맘대로 학교를 운영하면서 매년 내야 할 3,400억원의 법정부담금을 국민에게 떠넘겨왔다.
예덕학원의 법정부담금 납부율은 2023년 전국 초중고 사학재단 평균(17.6%)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나마 백씨가 2020년 예산시장 점포를 구입, 여기서 나오는 수입으로 재정을 충당하면서 조금 높아졌다.
예덕학원의 등기부 등본을 보면, 이 재단의 기본재산은 1967년 등기 때 설정된 2,076만7,150원으로 변동이 없다. 재단 설립 이후 한 번도 추가 출연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금액을 매년 6% 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현가 환산하면 5억7,500만원이다. 과연 교육을 위한 재단인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수천 억원 재산에 연봉 최소 7억 이상…막대한 방송 출연료·광고비 수입
반면 재단 이사장인 백종원씨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 백씨는 작년 11월 더본코리아 상장 때 주식 879만2,850주(59.14 3%)를 소유했던 최대 주주다. 상장 이후 최고가 6만8,000원 기준으론 5,000억원을 웃돌고, 1일 현재가(주당 2만9,000원)기준으로도 2,500억원을 넘는다.
회사가 공시한 더본코리아 이사 7인의 보수 총액은 30억원이다. 이 중 사외이사 3인은 1인당 연봉이 8,100만원이다. 따라서 사내이사 1인의 연간 보수총액이 족히 6억원이 넘는 셈이다. 대표이사인 백씨는 최소 7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방송 출연료와 연봉보다 훨씬 많은 광고비 수입이 더해진다.
그간 백종원씨는 단순한 음식사업가, 요리연구가를 넘어 국민적 영웅인 ‘집밥 백선생’으로 방송을 지배해왔다. 여기서 얻어진 명성을 토대로 음식 프랜차이즈 전성시대를 구가했지만, 지난해 가맹업주들과 벌인 분쟁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됐다. 올해 1월에는 이른바 빽햄 사건으로 소비자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원산지 허위표시 혐의로 입건됐고 회사 주가도 폭락했다.
또 더본코리아가 국산으로 홍보해왔던 '백석된장'에 중국산 개량 메주 된장과 외국산 대두, 밀 등이 원료로 사용된 사실이 확인돼 지난달 농산물품질관리원은 백씨를 원산지표기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국산 농수산물만을 사용해야 하는 농업진흥지역에 위치한 더본코리아 백석공장이 수입산 원료를 사용해 '농지법 위반'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더본코리아는 "관련 법령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입산 원재료를 사용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농업진흥지역에서 농산물 가공시설 허가는 우리 농산물 사용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산 농축산물 판로 확대 명분 앞세운 백종원의 상술
소비자들이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논란에 분노하는 데는 그간 음식사업을 선한 행동으로 포장해 온 백 대표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백 대표는 지난해 7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내 농수축산물 판로 확대를 돕겠다”고 강조하며 밀키드 제품을 소개했다. 그런데 주재료인 닭고기의 원산지는 브라질이었다. 논란이 일자 이 제품은 ‘더본 몰’에서 사라졌다.
더본코리아는 또 감귤오름 맥주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차별화 맥주’라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감귤오름의 감귤착즙액은 0.032%로 극소량에 불과했다. 감귤 1개로 맥주 750캔 제조라는 극단적인 비교가 언론에 회자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더본코리아는 "일반인들에게 '제주 감귤'이라는 단어를 널리 알려 수치로는 환산할 수 없는 지역과의 상생을 도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종원 미화’에 앞장선 방송과 언론도 책임
백종원은 단순한 집밥 백선생이 아니었다. 국민들 우상이었다. 그가 손을 대면 망해가는 식당들이 고객들로 붐볐다. 자수성가한 의인이자, 가난한 농가와 자영업자를 후원하는 선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방송과 언론은 예산 갑부의 아들인 금수저를 흙수저로 포장했고, 방송 출연료를 사회 공헌에 쓴다는 말에 기부천사로 미화하기도 했다.
예덕학원 이사장 백종원은 학생들을 사랑하는 천사로 방송에 나왔지만, 실상은 엄청난 갑부이면서도 법정부담금조차 내지 않아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었다. 또 불경기에 백 대표의 오너리스크까지 겹치자 본사를 원망하며 생계 파탄을 호소하는 가맹점주들도 크게 늘고 있다.
<더본코리아 반론>
더본코리아 측은 예덕학원의 법정부담금 세금 전가에 대해 "2020학년도부터 법정부담금 납부율을 높이기 위해 토지 자산을 매각하고 건물을 매입해 임대 사업을 통한 '고수익 구조'로 전환, 납부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반론했다.
더본코리아 측은 또 언론을 통해 제기된 논란들에 대해 "사안에 따라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상시 감시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가맹점주들과의 상생을 위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도 신속히 마련 시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경기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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