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국의 입법평론]
법안 발의가 아니라 법안 처리로 실적 평가받는 국회 만들어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강동을)은 지난달 27일 위법건축물 양성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제안했다.
이 법안은 부득이하게 발생한 위법건축물을 한시적으로 양성화하기 위한 법이다. 위법건축물에 대한 양성화 조치는 1980년 '준공미필 기존 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시행된 이후 5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마지막 양성화 조치는 2014년에 1년 동안 시행되었다. 당시 이런 법과 제도에 대해 알지못해 양성화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22대 국회에서 추가적으로 위법건축물 양성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이 발의됐다.
그런데 이해식 의원의 법안에 앞서 이미 발의된 유사 법원이 6건이나 있다.
6건 외에 사실은 2개가 더 있는데, 박덕흠 의원 등이 발의한 <인구감소지역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2024년12월27일 제안)은 취지와 목적은 비슷하나 인구 5만명 미만의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다른 법안들과는 좀 달라서 제외했다. 박홍근 의원 등의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안>(2024년10월17일)은 철회됐다.
그럼 이해식 법안을 포함한 유사 7개 법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먼저 발의된 법안들의 공통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특정건축물을, 건축허가 또는 건축신고 없이 건축대수선한 건축물 또는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건축물, 용도변경 신고를 하지 않은 건축물(송옥주, 김은혜, 이정헌)로 규정했다. 또 특정건축물 중 해당 건축물의 연면적 50% 이상을 주거용 특정건축물로 보고 있다. 적용배제지역은 도시군계획시설 부지, 개발제한구역, 군사시설 보호구역 등으로 정하고, 부설주차장 설치 의무 미적용 특례(송옥주, 김은혜, 이정헌, 남인순)를 규정했다.
법안들을 검토한 결과 차이점이라면 이 의원은 양성화 대상 다가구주택을 연면적 495㎡ 이하로 했는데, 김도읍 법안의 기준 395㎡ 이하와 비교해 100㎡를 늘렸고, 송옥주·김은혜 법안의 660㎡ 이하 기준보다는 165㎡ 작은 규모라는 점이 있다.
또한 이해식 법안은 이 법의 적용시점을 2023년 12월 31일 당시 사실상 완공된 주거용 특정건축물로 했는데, 앞서 다른 의원은 공포일, 시행일 또는 2019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별로 다를게 없다. 이 정도의 차이라면 이해식 법안은 그냥 법안 발의를 위한 법안으로 봐도 될 듯하다. 이 의원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위법건축물 양성화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반대한다. 위법 상태로 양성화하면 안전문제가 있고, 법령을 준수한 국민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주기적 양성화는 위법건축물의 증가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영리 목적이 아니라 실생활을 위한 주거용 건축물은 건축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한시적으로라도 제재를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선의의 피해자도 너무 많고 그 경제적·심리적 고통이 매우 크기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국회의원들이 양성화 특별조치법을 발의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법안의 발의가 아니라 법안의 처리다. 꼭 필요한 법안이라면 의원들이 뜻을 모아 통과시키면 되는 것이다. 이 법안의 경우 여야의 의견이 모아졌으므로 국토부가 반대하더라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이 처럼 유사한 법안의 중복 발의는 국회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약 7,000여건 법안이 발의된 상태인데, 중복 발의는 법안 처리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처리되지도 못할 법안 때문에 전문위원들의 검토보고서 작성 등에 국회 행정 기능이 사용되어야 하는 맹점이 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중복 발의, 베끼기 발의를 하는 이유는 '국회의원 실적 쌓기'를 위해서다. 발의 실적은 의원 평가에 반영되고 공천에서도 고려 사항이 되는 풍토이다.
그래서 호소한다. 의원님들! 법안 발의가 아니라 법안 처리로 실적을 평가받는 국회를 만들어주세요.
고병국은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의장 비서관, 국회 사무총장 비서실장 등 국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현재 국회의원 입법활동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잠자는국회>와 <입법평론> 사이트를 운영중이다. 저서로는 <법 만드는 청소부>가 있다.
이 기사와 뉴스버스 취재를 자발적 구독료로 후원합니다.
후원금 직접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신한은행 140-013-476780 [예금주: ㈜위더미디어 뉴스버스]
뉴스버스 기사 쉽게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