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 뉴스버스 픽 경제뉴스]

美 언론들, 트럼프 관세 무기화에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

지난해 한국 1인당 GDP 3만6,000달러 추산…일본·대만보다 높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일(현지시간)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제품에 대한 25% 보복 관세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일(현지시간)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제품에 대한 25% 보복 관세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 美, 반도체·철강 등도 관세 방침…무차별적 관세에 한국 비상·통상질서 격변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막이 오르면서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최대 교역국인 캐나다·멕시코·중국을 상대로 관세 무기화에 들어가자, 상대국들도 지체 없이 '보복'을 천명하고 나섰다. 동맹국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는 글로벌 통상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4일부터 캐나다의 에너지 제품에 10%, 그 밖의 모든 제품에 25% 관세가 부과된다. 멕시코에 대해선 에너지류를 포함한 모든 제품에 25%, 중국에겐 10% 보편 관세가 매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차례 예고에도 마지막까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상대국들은 관세 부과가 공식화하자 즉각 반발하며 강도 높은 맞대응에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억550억 캐나다 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캐나다 국민을 향해서는 미국산 대신 자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여름휴가를 미국 말고 국내에서 보내자며 애국심에 호소했다. 

캐나다 주지사들도 연방정부 대응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잇달아 자체적인 제재안을 발표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온타리오주 등에서는 미국 '레드스테이트'(공화당 강세 지역) 생산 주류의 판매 중단을 선언했고, 노바스코샤주는 미국산 상용차의 도로 통행료를 두 배로 올리겠다고 했다. 캐나다 최대 노동조합인 유니포(UNIFOR)는 "트럼프가 캐나다 노동자를 상대로 경제 전쟁을 선포한 만큼 강하고 빠르게 반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명분으로 펜타닐 유입을 거론하며 멕시코 정부가 마약 조직과 동맹을 맺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중상모략"이라며 "그런 동맹이 있다면 이런 범죄 조직에 고성능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의 총기상점일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중국 역시 미국의 10%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해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일 담화문을 통해 "미국의 일방적인 추가 관세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의 잘못된 처사에 대해 중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고, 상응한 반격 조치를 취해 자기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이 거론한 펜타닐 문제를 두고도 "미국이 객관적·이성적으로 자신의 펜타닐 등 문제를 바라보고 처리할 것이지, 걸핏하면 관세 수단으로 타국을 위협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미국의 이런 무역 보호 조치는 국제 사회와 미국 국내에서 광범위한 반대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세 나라는 미국을 향해 협상 여지를 남겨놓았다. 트뤼도 총리는 "우리는 긴장 고조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원한다”고 했고, 셰인바움 대통령도 “대립은 원치 않는다”며 대화를 제안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관세가 발효되는 4일까지는 일단 정면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불법 이민자 송환 문제를 둘러싸고 콜롬비아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가 협력 약속을 받아내자 9시간 만에 보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등에 이어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다른 부문에도 추가 관세를 매길 경우 한국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한국에 대해 '부자 나라', '머니머신(money machine)'이라고 언급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트럼프 정부가 10%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가 상응 조치를 취할 경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전망치(2.7%)보다 0.3%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2. 美산업계, 트럼프 관세 철회 촉구…업계도 소비자 가격 인상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데 대해 미국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며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이라고 평가했다. WSJ은 "중국은 차치하고라도, 이웃 국가들을 향한 트럼프의 이 같은 경제적 공격에 대한 정당화 논리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마약은 단지 구실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WSJ은 "트럼프는 때때로 미국이 아예 수입을 하지 말아야 하고 모든 것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완벽히 폐쇄된 경제가 될 수 있다는 듯이 발언한다"며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도, 우리가 살기를 원해야 하는 세계도 아니며, 트럼프도 곧 이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분석 기사에서 "많은 대통령이 협상을 끌어내기 위해 관세를 활용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수단이 아닌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북미 지역의 긴밀히 통합된 석유 시장을 교란시키고 미국 운전자들의 휘발유 가격을 상승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노조,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85만 노동자를 대변하는 미국 철강노조(USW)는 이날 성명을 내고 "USW는 오랫동안 고장 난 무역 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인 개혁을 요구해왔지만, 캐나다와 같은 주요 동맹국을 공격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매년 약 1조3,000억달러 상당의 제품이 캐나다, 미국 국경을 지나 140만개의 미국 일자리와 230만개의 캐나다 일자리를 지원한다"며 "(트럼프의) 관세는 캐나다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국경 양쪽의 산업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각 업계를 대변하는 단체들도 소비자 영향, 글로벌 경쟁력 등을 거론하며 관세 철회를 요구했다. 미국 석유화학업계 단체(AFPM)는 성명에서 "우리는 북미 이웃 국가들과 신속히 해결책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그 영향을 느끼기 전에 원유, 정제 및 석유화학 제품이 관세 일정에서 제외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존 보젤라 자동차혁신연합 회장은 "북미의 원활한 자동차 무역은 3,000억달러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며 "이는 우리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 일자리와 자동차 구매력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식품산업 단체인 소비자 브랜드 협회(CBA)의 톰 매드레키 부사장은 "멕시코,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대한 관세, 특히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와 투입물에 대한 관세는 소비자 가격을 높이고 미국 수출업체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3. 수출∙물가 상승 덕에 1인당 GDP 올라...실제 국민소득은 낮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6,000달러를 넘어서 일본·대만을 앞지른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1인당 GDP는 수출 증가 등으로 커진 경제 규모가 반영된 수치라 실제 국민 소득과는 괴리가 있다.

2일 기획재정부·한국은행·통계청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해 1인당 GDP는 1년 전보다 454달러(1.28%) 늘어난 3만6,024달러(약 5,250만원)로 추산된다. 대만(3만3,234달러), 일본(3만2,859달러)보다 높지만, 코로나19 유행기인 2021년(3만7,503달러)보다는 낮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016년(3만839달러) 3만달러를 처음 넘어섰고, 2021년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과 수출 호조로 3만7,503달러까지 올랐다가 2022년 3만4,810달러로 내려갔다. 이어 2023년부터 2년 연속 증가했는데,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23년 2.18%에서 지난해 1.28%로 둔화했다.

지난해 1인당 GDP가 오른 이유는 수출 증가와 물가 상승으로 명목 GDP가 커졌기 때문이다. 1인당 GDP는 특정 국가의 명목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경상 GDP를 미국 달러화로 환산한 뒤 총인구로 나눈 수치다. 지난해 한국 경상 GDP 증가율은 5.9%로 2021년(7.9%) 이후 가장 높다. 반도체·자동차 분야가 이끈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 실적이 명목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수출 실적은 6,838억달러로 1년 전보다 8.2% 늘어났다. 물가 상승도 명목 GDP를 끌어올렸다. 아울러 분모인 총인구 증가세는 둔화하면서 1인당 GDP가 오르는 데 기여했다.
 
반면 원화 가치의 하락은 1인당 GDP 상승폭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1년 전보다 58.57원 오른 1,363.98원을 기록했다. 올해 환율이 안정되고 정부 전망대로 경상성장률이 3.8%를 기록한다면 1인당 GDP는 다시 3만7,000달러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GDP는 국가 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이긴 하나, 실제 국민 소득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GDP에는 가계뿐 아니라 기업·정부가 번 돈을 합산해 반영하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개인 소득과 1인당 GDP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를 보면, 한국 GDP 대비 수출액 비중은 35.7%에 달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귀속 연말정산 신고인원 2,085만명의 평균임금은 연 4,332만원으로, 같은 해 1인당 GDP(3만5,570달러·약 5,187만원)보다 850만원가량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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