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내라고 한 것은 “의원 아닌 요원”, 탄핵 재판정서 아무말 대잔치
집단 거짓말 맞추기 정황, 검찰 진상 규명으로 속죄해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재판이 점입가경이다. 23일 열린 헌법재판소의 4차 탄핵 재판에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귀를 의심케 하는 궤변들을 늘어놓았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장관 등 윤석열 정부 각료들은 온갖 궤변과 증언 거부로 진상 조사에 훼방을 놓았다. 계엄 직후 압도적인 국민의 비난 여론에 위축되는 듯하던 계엄 세력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
김용현은 이날 자신이 비상계엄을 주도한 것처럼 진술했다. 우선 포고령 1호(국회와 지방의회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내용을 넣은 것이 자신이라고 했다. 이에 윤석열은 ‘실행할 의사가 없으니 법률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많지만, 집행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놔뒀다’는 궤변으로 화답했다. 김용현은 또 계엄선포 직후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확보’ 문건도 자신이 작성했으며, 실무자를 통해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이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등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포고령 우려 대상자 몇명 부르며 ‘동정을 잘 살펴라’라고 지시한 건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그들이 해온 말과 아귀가 전혀 맞지 않는다. 최근 윤석열이 내세우는, 비상계엄은 ‘경고용’이며 민감한 문제는 다 아래서 계획했다는, 따라서 윤석열의 죄는 무겁지 않다는 소송 전략에 꿰어맞추고 나온 흔적이 역력했다.
이날의 압권은 김용현이 “(국회에서) 끌어내라고 한 대상이 ‘의원’들이 아니라 ‘요원’들이었다”고 말한 것이다. 윤석열이 직접 "국회 본회의장 문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다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곽종근 특전사령관이 명확히 증언했는데 이를 부인한 것이다. 정권 초 미국 방문 당시 MBC 보도를 ‘바이든 - 날리면’ 궤변으로 사건을 흐리게 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윤석열 정부는 문제만 생기면 사람들이 잘못 들었다고 주장하는 ‘청음 조작’ 정부인가. 허위 진술로 자신의 명령을 따른 부하들을 거짓말쟁이로 모는 이런 사람을 믿고 따른 후배 군인들이 불쌍하다.
진정 그게 사실이라면 김용현은 계엄 직후부터 자신들이 끌어내라고 한 게 ‘의원’이 아니라 ‘요원’이라고 주장했어야 했다. 계엄이 예상대로 가지 못하고 실패하자 당황한 나머지 아무 말 못하다 지금 와서 조금 빈틈이 보이니 다른 말로 둘러대고 있다. 윤석열은 군인들이 계엄을 따르지 않을 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아무말 대잔치에 헛웃음만 나온다.
만약 윤석열의 말대로 진짜 실행 계획이 없었다면, 윤석열은 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직접 전화해 "싹 다 정리하라"고 했나.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관이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자기 맘대로 결정했다는 말인가. 그렇게 실패한 계엄이 아니라면 김용현은 계엄 직후 왜 “중과부적이었다”며 낙담했나? 부정선거에 대한 윤석열의 논리 변화도 마찬가지다. 애초에는 부정선거의 증거가 수없이 많다고 했다가, 이제는 전면적으로 부정선거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의심스러운 대목에 대한 사실확인이 필요하다고 한 발 물러섰다.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에, 그 반대의 증거는 차고 넘친다.
김용현처럼 윤석열에게 유리한 말을 할 수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상민처럼 불리할 때는 입을 다무는 식의 수사기법은 이제 시민들도 다 안다. 바로 검사들이 범죄 혐의로 수사받을 때 항용 쓰는 ‘일도이부삼빽(첫째 도망가고, 둘째 부인하고, 세번째는 빽을 동원한다)’ 대응법 그대로다. 이런 법꾸라지들의 지연 전술과 궤변은 지지자들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시민들은 결코 속아넘어가지 않는다. 지금 윤석열과 일당의 행태는 오히려 이들을 엄단해야 한다는 논리만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라는 말이다.
시간을 벌면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이들의 속셈이 일견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상황을 바꿀 수 없다. 윤석열과 변호인들이 아무리 교묘한 논리로 분식을 하려고 해도 진실은 결코 가려지지 않는다. 국민 전체를 바보 취급하는 이런 식의 소송 전략은 거두는 게 좋다.
공수처가 윤석열 내란 수사를 검찰로 넘겼다. 검찰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그것이 온갖 부당한 수사로 윤석열 정부에 부역한 것을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길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전통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용납할 시민들이 아니다.
이중근은 경향신문에서 34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2024년 퇴직한 뒤 뉴스버스 등에 칼럼 등을 기고하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경향신문 편집국에서 정치(정당·외교안보·총리실·중앙선관위·청와대), 사회(경찰·검찰), 국제부를 거친 뒤 논설실장·논설주간으로 경향신문의 논평을 책임졌다. 국가의 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수립되고 집행되는지를 관찰한 것을 소중한 경험으로 여긴다. 글의 무거움을 절감하며 정파적 보도를 지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하자’는 게 '신조'이다.
※ 뉴스버스 외부 필자와 <오피니언> 기고글은 뉴스버스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와 뉴스버스 취재를 자발적 구독료로 후원합니다.
후원금 직접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신한은행 140-013-476780 [예금주: ㈜위더미디어 뉴스버스]
뉴스버스 기사 쉽게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