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선동은 제2내란 기도…법꾸라지 행태 멈추고 수사 응해야

강경파에 끌려가는 국힘, 尹 손절 않으면 대선판 지지 명분 없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과 김건희 주거지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관계자들이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체포와 구속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과 김건희 주거지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관계자들이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체포와 구속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를 거부하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에 나섰다. 이에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는 시민들과 반대하는 시위대가 대통령 관저 앞 길거리에서 맞서고 있다. 이런 판에 윤석열은 새해 첫날 밤 지지자들에게 글을 보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관저에 웅크린 채 경호처의 보호막 뒤에 숨더니 지지자들을 격동시켜 보신에 나선 것이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체포 대상이 된 것도 모자라 지지자를 향해 목숨과 지지를 구걸하는 모습이라니, 목불인견이라는 말이 딱 맞다. 

윤석열은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자신의 인식의 수준과 인격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그는 지지자들의 활동을 유튜브 생중계로 잘 보고 있다며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수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 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면서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에는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며 “더 힘을 내자”고까지 했다. 엄동설한에 떨고 있는 노년층 지지자들을 돌아가라고 하기는커녕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에 저항할 것을 노골적으로 부추겼다. 2차 내란 유도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자기의 부당한 명령을 수행하다 45명이나 되는 군과 경찰 고위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됐는데, 그에 대한 일말의 책임도 느끼지 못한 채 오로지 자기 살 길만 찾고 있다. 그는 “도끼와 망치로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고 해놓고 “통상적인 격려 전화였다”고 강변했다. 정상적인 리더가 아니라는 점은 익히 알았지만, 이 정도로 바닥일 줄은 몰랐다. 

윤석열의 변호인인 윤갑근도 “공수처가 경찰기동대 지원을 받아 체포 수색을 시도하려고 하는데,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행위”라며 “기동대가 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현행범으로 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도 체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자들에게 경찰에 대항하라고 선동한 것이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상, 수사권 논란은 끝났다. 내란 혐의 피의자 윤석열이 사법절차에 불응하면 죄만 무거워질 뿐이다. 또 내란죄 우두머리를 두둔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또다른 반역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2일 윤석열 지지자들이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의도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주거지 정문 앞 도로에 누워 불법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윤석열 지지자들이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의도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주거지 정문 앞 도로에 누워 불법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욱 무책임한 것은 여당인 국민의힘과 내각이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여당은 사사건건 윤석열을 두둔하고 있다. 길거리 깡패와 같은 맹목적 충성과 패거리 의식이 민주국가의 공당답지 못하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높은데, 그때는 무슨 명분으로 표를 달라고 할 것인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내각 구성원 일부는 최상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한 것에 항의해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이 불법 계엄을 선포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런 일에 사표를 던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의 공복답지 않다. 시민들은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의사당을 진입하는 장면을 TV 생중계로 다 봤다. 국회 활동, 집회 결사 자유, 언론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하겠다는 무시무시한 포고령도 들었다. 이런 불법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지지할 정상적인 시민은 없다. 국민의힘이든 누구든 윤석열을 손절하지 않으면 함께 망하는 것은 자명하다. 

최근 탄핵이 가결된 후 여론조사에서 이상한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급감했지만, 지난 두 개의 총선 결과를 ‘부정선거’로 믿는 비중은 3분의 2까지 확대되었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힘을 실은 윤석열의 담화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강화되는 것이다. 실제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몰려든 사람들 손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는 물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깃발들이 들려 있다.

최근 중앙대 신진욱 교수는 칼럼에서 윤석열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그 아래로 “수많은 군 장성과 장교, 정부 각료, 정치인, 검경 및 국정원 수뇌부, 극우 유튜버와 목사, 광신적 추종자로 이뤄진 거대한 악의 빙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12·3 쿠데타에서 나타난 테러 독재 구상과 대북 전쟁 도발은 윤석열 개인의 망상이 아니라, 거대한 극우 냉전 독재 세력의‘사회적 하부구조’를 윤석열 정권의 당·정·군·검·경 지도부가 극한까지 응축시킨 결정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극우단체, 대형 교회 목사들이 결집하는 이유도 ‘대통령 윤석열’이 그들의 이익과 욕망을 실현해 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극우적 사고에 물든 강경파가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당을 좌지우지 한다는 말이다. 

강경파들의 거친 목소리가 당분간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소위 ‘애국 보수세력’을 자임하는 극우세력이 보수 전체를 이끄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다. 그러나 진실에 기반하지 않는 주장이 오래 갈 리 없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한 당의 확장성은 떨어진다. 시대착오적인 집단이라는 점만 부각한다. 이대로 가면 보수당은 점점 더 수렁에 빠지고, 마침내 시민들로부터 손절당할 것이다. 극단 세력을 정리하고 민주당을 향해 더 나은 정치를 요구하면서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게 옳다. 

윤석열은 정치에 뛰어들면서 “법치주의를 갈망하는 시민들이 불러서 나왔다”고 했다. 그래놓고 법치주의를 구현하기는커녕 전제군주처럼 제멋대로 대통령 권한을 휘두르다 불법 계엄을 선포하는 자충수를 뒀다. 압도적인 다수의 시민들은 그에게 퇴장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은 시민의 요구를 군말없이 따라야 한다. 윤석열은 특검 수사팀장 당시 박근혜를 향해 죄를 인정하지 않고 버텼으니 더 큰 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답게 처신했다는 말을 듣고자 한다면 윤석열이 당랑거철 짓을 멈춰라. 개가 짖어도 탄핵의 열차는 간다.  

이중근은 경향신문에서 34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2024년 퇴직한 뒤 뉴스버스 등에 칼럼 등을 기고하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경향신문 편집국에서 정치(정당·외교안보·총리실·중앙선관위·청와대), 사회(경찰·검찰), 국제부를 거친 뒤 논설실장·논설주간으로 경향신문의 논평을 책임졌다. 국가의 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수립되고 집행되는지를 관찰한 것을 소중한 경험으로 여긴다. 글의 무거움을 절감하며 정파적 보도를 지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하자’는 게 '신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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