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반 동안 김용만의 날씨클래식을 애독해온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기존의 클래식음악 관련 어떤 책에도 없는 참신한 기획이라며 인문학과 더불어 프레너미라는 독특한 개념의 시각으로 클래식음악 역사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는 분들의 격려 덕택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몇 개의 프레너미 커플이야기를 완결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지만, 뉴스버스 독자들에게 숨가쁜 정치적 격동의 와중에 한줄기 쉼을 드렸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역사는 언제나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의 명언처럼 외부의 도전과 내부의 응전으로 얽혀서 진행되며 그것이 날줄과 씨줄이 되어 옷감이 만들어지듯 문화 역시 그렇게 짜여가며 진행됩니다. 대한민국과 세계의 민주주의에 봄의 훈풍이 불어오고 자유와 인권에 여유로움이 생기면 날씨(날줄씨줄)클래식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뵙는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기후변화 폭염을 이겨내야 하는 여름(7~8월)
■ 임지영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7월 4일 롯데콘서트홀
스무 살에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4년 만에 서울시향을 다시 찾는다. 2021년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에 유일한 클래식 연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한 그녀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무대에 오른다. 라틴계 지휘자 미겔 하스베도야는 지미 로페스 벨리도의 ‘피에스타’를 국내초연한다.
■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 양인모, 7월 6일 롯데콘서트홀
스위스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관현악단으로 정평이 나 있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가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이미 2019년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한 내한공연에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는 이번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이번 공연에서는 ‘인모니니’, ‘인모리우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양인모가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포함,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어떤 해석을 보여줄 지 기대를 모은다.
■ 알리스 사라 오트 피아노 리사이틀, 7월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맨발의 피아니스트’ 오트는 17년 전 독일 수도원에서 처음 맨발로 연주한 뒤 모든 연주회에 맨발로 선다. 프란츠 리스트(1811~1886)가 썼던 건반이 낮게 설계된 옛 피아노를 하이힐을 신고 페달을 밟을 수 없어 맨발 연주를 하면서 '극강의 편안함'을 경험한 뒤 연주회에 늘 맨발로 나선다. 편안하지만 호소력 짙은 그녀 특유의 연주를 들어볼 기회다.
■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의 클래식 레볼루션, 7월 27~8월 3일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의 올해 음악감독은 레오니다스 카바코스다. ‘스펙트럼’을 주제로 리사이틀, 실내악, 오케스트라 공연 외에도 마스터 클래스 등 관객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7일간의 음악 여정을 채운다.
■ 베이스 연광철 가곡 리사이틀, 8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베를린 국립극장에서 궁정가수를 뜻하는 ‘캄머쟁어(Kammersänger)’ 칭호를 받은 최고의 베이스 연광철이 독일 정통 예술가곡 ‘리트’의 거장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정통 독일 가곡으로 구성된 리사이틀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바이로이트와 베를린 국립오페라 등에서 바그너부터 고전시대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터리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그의 예술성의 깊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공연이다.
■ 서울시향 브람스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8월 22일 롯데콘서트홀
한국의 김은선과 성시연이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여성 지휘자라면 독일에는 루트 라인하르트가 있다. 그녀의 한국 데뷔 공연은 서울시향을 통해 소개되며, 중국계 호르니스트 윤 젱이 함께 초청됐다. 국내에서 듣기 어려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호른 협주곡 제1번과 2번을 들을 수 있고 데틀레프 글라너트의 ‘넓은 땅’도 한국 초연이어서 새로운 곡을 찾는 애호가들에겐 기회다. 브람스 교향곡 제3번이 커플링된다.
■ 스미노 하야토 피아노 리사이틀, 8월 28일 저녁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일본 전국 투어 24회 공연에 이어 한국 공연까지 연이어 매진 신화를 기록한 ‘클래식 음악계 새로운 비전’ 스미노 하야토는 올해로 서른을 맞는 신예다. 명문 공대생 출신으로 전문적인 음악교육 경험이 없으면서도 2029년 리용 국제콩쿠르 3위를 했고, 2021년 쇼팽 국제콩쿠르에서도 세미파이널리스트까지 올라간 바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공연에서도 반응이 좋았고 본인도 한국을 좋아해 다시 찾는다.
■ 세종솔로이스츠의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 8월 26~9월 4일 예술의전당, 이화여대 외
지난해 창단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의 여름 시즌 도심형 음악축제 ‘힉엣눙크!’(라틴어로 지금 여기)가 8회째를 맞이한다. 제목답게 프로그램 어딘가에는 ‘세계 초연’, ‘아시아 초연’이 튀어나오고 다수의 음악가들이 이리저리 문학과 미술 등 타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한다. 8월26일(화) 예술의전당 개막공연은 유명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국내 출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신작 <키메라의 시대>(Le Temps des Chimères)를 바탕으로 직접 대본을 집필하고 내레이터 역할을 맡아 함께 무대에 선다. 작곡가 김택수가 참여한 이 공연은 당연히 세계초연이다. 문학과 음악의 만남은 9월3일(수) T.S 엘리엇의 장편시 ‘네 개의 사중주’와 베토벤 현악사중주 op. 132의 연주로 이어진다. 세종솔로이스츠의 오랜 친구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바이올리니스트 아델 앤서니의 아시아 초연곡 협연과 더불어 ‘젊은 비르투오소’로 첼리스트 여윤수와 한국계 기타리스트 지지(Jiji)도 만나볼 수 있다.영유아와 그들의 양육자를 위한 ‘베이비 콘서트(일정 미정)’와 ‘스쿨 클래식(일정 미정)’도 준비돼 있어 늦여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을 음악축제로 기대된다.
짧게 지나갈 것 같은 가을(9~10월)
■ 서울시향의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라자드', 9월 4~5일 롯데콘서트홀
중국계 지휘자 메이안 첸이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브와 함께 브루흐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들고 서울시향 무대에 오른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현대음악 작곡가들 중 하나인 진은숙의 ‘수비토 콘 포르자’도 악보대에 오르며, 오케스트라 색채의 마술사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교향적 모음곡 ‘셰에라자드’가 메인 메뉴로 청중을 만난다.
■ 서울시향과 윤한결의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 9월 12일 롯데콘서트홀
2023년 한국인 최초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하며 K클래식 미래를 이끌 차세대 지휘자 윤한결을 서울시향이 정기공연 포디움에 초대했다. 202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그가 지휘한 빈 방송교향악단의 연주로 세계 초연된 바 있는 본인의 작품 ‘그리움’을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인다. 협연자 키트 암스트롱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7번을 연주하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마무리된다.
■ 정명훈& 라 스칼라 필하모닉 with 니콜라이 루간스키, 9월 16~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난 11월 리사이틀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라흐마니노프의 현신’ 니콜라이 루간스키가 이번에는 협연으로 돌아온다. 70대에 이르러 농익은 해석을 보여주는 정명훈이 세계 오페라 역사에서 가장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의 상주 오케스트라인 라 스칼라 필하모닉을 이끌고 온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정수와 함께 강력한 타건으로 심장을 울려대는 루간스키와 보여줄 콤비네이션이 기대된다.
■ 필리프 헤레베허&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 〈b단조 미사〉, 9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06년 바흐 ‘b단조 미사’, 2013년 모차르트 ‘레퀴엠’, 2017년 베토벤 교향곡, 2023년 모차르트 ‘주피터’와 베토벤 ‘영웅’으로 명불허전의 연주를 선보였던 헤레베허가 바흐의 대표작 ‘b단조 미사’로 돌아온다. 고음악의 거장 헤레베허가 ‘자신의 악기’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의 연주로 올리는 바흐는 19년전 보여준 세련되고 정제된 음향, 섬세한 아티큘레이션, 깊이 있는 음악적 표현이 얼마나 더 숙성되었을지 기대하게 한다. 2025년이 바흐 탄생 340주년이라 바흐 시대에 연주된 모습 그대로 재현된다는 점에서 많은 고음악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 황수미의 사운드트랙, 9월 18일 롯데콘서트홀
롯데콘서트홀의 마티네 콘서트를 이끌 아티스트로 가장 주목받는 소프라노 황수미가 나섰다. <황수미의 사운드트랙>이라는 테마에 맞추어 황수미가 직접 고른 ‘내 인생의 노래’들을 들려준다. 9월 18일은 ‘내 인생의 가곡’을 주제로 한국 및 외국 가곡의 향연을 선보이고, 10월 16일에는 ‘내 인생의 오페라’를 테마로 황수미가 최고로 꼽은 오페라의 스토리텔링과 아리아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황수미의 사운드 트랙> 마지막 무대는 ‘내 인생의 뮤지컬’로 다양한 작품의 뮤지컬 넘버를 황수미의 보이스 컬러에 어울리는 편곡으로 들려준다.
■ 예핌 브론프만 피아노 리사이틀, 9월 21일 롯데콘서트홀
지난 2023년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며 격정 넘치는 뛰어난 테크닉을 무심한 듯 여유롭게 펼쳐보인 경지를 보여준 그가 이번에는 리사이틀 무대로 한국 관객과 더욱 가깝게 만난다. 특히 이번 공연은 데뷔 50주년에 빛나는 기념비적인 무대로, 차이코프스키 그랜드 소나타 G장조 등 그가 선보일 러시아 낭만의 품격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기다림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피아노 리사이틀, 9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마르타 아르헤리치 이후 무려 45년만에 탄생한 2010년 쇼팽 콩쿠르의 여성 우승자 율리아나 아브제예바가 서울에 온다. 주최 측의 실수로 인한 일시적인 무대 정전 사태에도 불구하고 움찔하거나 머뭇거리는 모습 없이 완벽하게 무대를 소화해내 유명해졌다. 그녀의 물 흐르듯 유연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 서울시향의 얍 판 츠베덴과 박재홍, 9월 25~26일 롯데콘서트홀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취임 전부터 러브콜을 보냈던 작곡가이자 영화음악가 정재일의 신작이 드디어 공개된다. 정재일은 “그런 거장이 제 이름을 어떻게 알게 됐을까"라며 "서울시향과 작업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했는데, 신작 위촉이 성사됐다. <오징어 게임>, <기생충> OST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고, 2023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런던 공연에서 ‘어 프레이어’로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정재일의 신작이 판 츠베덴과 서울시향의 연주로 세계 초연된다. 2021년 부소니 콩쿠르 우승자 박재홍은 2023년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맞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로 협연을 선보인다.
■ 서울시향의 얍 판 츠베덴과 김봄소리, 10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13년 ARD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1등 없는 2등상 수상을 시작으로 하노버 콩쿠르, 몬트리올 콩쿠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며 ‘콩쿠르 사냥꾼’으로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서울시향 협연 데뷔무대다. 김봄소리는 2021년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최초로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었고, 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따뜻하고 선명한 음색과 현란한 기교로 무대를 압도하는 그가 서울시향과 함께 선보이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 창작곡 신동훈의 ‘그의 유령 같은 고독 위에서’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이 함께 연주된다.
■ 에드워드 가드너& 런던 필하모닉, 10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내한마다 열광적인 반응을 갱신하는 런던의 5대 교향악단 런던 필하모닉이 2년 만에 내한한다. 이번 공연에는 6월에 서울시향과 예고편을 선보인 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가 지휘봉을 잡아 2023년 내한공연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호흡을 다시 한번 보여줄 예정이다. 국내외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함께 한다.
■ 구스타보 두다멜&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0월 21~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26년부터 뉴욕 필하모닉에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두다멜이 무려 15년간 LA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쌓아온 깊은 유대를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투어공연에 나섰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음악교육이 배출한 최대 스타 두다멜은 신선한 해석과 강렬한 지휘, 설득력 넘치는 사운드로 음악계에서 오랜 기간 주목대상이었다. 성숙기에 접어든 그의 음악성을 경험할 기회다.
■ 앨런 길버트&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 10월 22 일롯데콘서트홀
브람스의 고향 함부르크에 기반을 두고 있는 독일의 정통 강자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한국 관객들을 찾아온다. 1945년 창단된 이 오케스트라는 2017년 개관한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의 상주 오케스트라로, 뛰어난 음색과 연주로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확실히 쌓아왔다. 2020년 내한의 취소로 아쉬움을 남겼으나, 이번엔 기대해도 좋을 만하다. 협연에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브람스 협주곡을 연주한다. 앨런 길버트와 같이 한 녹음으로 그래미상을 받은 만큼 시너지와 풍부한 음악이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무대를 선사할 것이다.
따뜻하게 맞이하고픈 겨울(11~12월)
■ 이지윤& 문지영 듀오 리사이틀, 11월 2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이지윤은 450년 전통을 가진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서 악장으로 선임되면서 최초의 동양인, 최연소, 최초 여성 종신 악장이라는 3가지 기록을 세운 실력파다. 제네바 국제 콩쿠르 및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만나 여성 아티스트들 특유의 섬세한 앙상블을 들려줄 예정이다.
■ 재닌 얀센과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11월 4~5일 롯데콘서트홀
네덜란드 출신으로 야니네라고도 불리는 21세기 ‘바이올린 여신’ 재닌 얀센은 18세에 세계 최고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의 협연으로 혜성같이 등장했다. 2년전 지휘계의 젊은 기수 메켈레의 오슬로 필하모닉 협연자로 내한했던 그녀가 이번에는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를 근거지로 한 앙상블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함께 온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모차르트를 중심으로, 슈베르트, 멘델스존의 무대로 깊은 가을에 걸맞는 정통 클래식의 품격을 선사한다.
■ 키릴 페트렌코& 베를린 필하모닉 11월 7~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과 키릴 페트렌코가 ‘오케스트라 대전’ 이후 2년만에 다시 돌아온다. 14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음악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겨온 베를린 필은 최근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의 작품까지 탐구하면서 악단의 음악적 지평을 넓히고 있다. 협연에는 지난 2021년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정식 베를린 필하모닉 데뷔 무대를 가진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무대에 오른다. 김선욱이 페트렌코의 베를린 필과 함께 보여줄 해석과 앙상블이 기다려진다.
■ 정명훈 &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11월 19일 롯데콘서트홀
연말마다 롯데콘서트홀의 모토인 ‘음악으로 하나되는 곳’을 실감케 하는 공연이 열린다. 지휘자 정명훈이 국내외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젊고 열정적인 연주자들을 모아 공연하는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콘서트다. 그가 직접 선택한 단원들 뿐 아니라 주의깊게 고른 협연자로 꾸미는 무대는 늘 객석의 환영을 이끌어내 왔다. 단 한번의 공연이라 아쉽다.
■ 슬로베니안 필하모닉 & 손민수, 11월 20일 롯데콘서트홀
발칸반도의 대표적 사운드 슬로베니안 필하모닉이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을 찾는다. 1701년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오케스트라는 18~19세기 주요 레퍼토리뿐 아니라 현대음악과 고음악을 소화해낸다. 복잡하고 슬픈 역사를 지닌 발칸 반도 사람들을 음악으로 위로해온 악단은 꾸준한 성장세로 이제 국제무대 진출에도 열심이다. 90년생의 피아니스트 출신 젊은 지휘자 카키 솔롬니쉬빌리가 바톤을 들고 임윤찬의 스승이자 섬세한 음악성과 강렬한 기교를 지닌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빚어내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관심을 끈다.
■ 미도리 바이올린 리사이틀, 11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는 11세 때 주빈 메타의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하면서 세계 무대에 데뷔한 천재다. 1988년엔 안네 소피 무터, 정경화, 손넨버그 등과 함께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5대 여자 바이올리니스트로 선정된 바 있다. 특히 15세 때인 1986년 탱글우드 음악제에서 번스타인의 보스턴 심포니와 협연 도중 바이올린 현이 끊어지자 한번은 악장, 두 번째는 부악장의 악기를 빌려 끝까지 연주해냈다. 당시 뉴욕 타임스는 “15세의 소녀가 3개의 바이올린으로 탱글우드를 정복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2023년 11월 KBS교향악단 공연의 협연자로 나선 뒤 2년만의 한국 나들이다.
■ 정명훈 실내악 콘서트with 양인모, 지안 왕, 11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23년 정경화, 지안 왕과 함께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이번에는 세계가 주목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를 초대해 참신한 신구의 조합으로 구성된 특별한 실내악 무대를 꾸민다. 원래 피아니스트였던 정명훈은 오랜 세월 지휘자로 활동하면서도 꾸준히 세계 여러 무대에서 실내악 공연을 진행해 왔는데, 첼로 거장 지안 왕은 거의 영혼의 파트너라 할 정도로 자주 참여해왔다. 코다이 이중주, 베토벤 삼중주, 브람스 사중주 등 고전주의 음악들로 비르투오조들이 펼치는 깊이 있는 해석이 기대된다.
■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과 이매뉴얼 액스, 11월 27일 예술의전당, 28일 롯데콘서트홀
엠마누엘 액스는 76세의 나이에도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가운데 가장 화려한 기교파 연주자로 평가된다. 짙은 서정성과 시적인 표현의 질감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 남은 유태인 부모 아래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액스는 1974년 이스라엘 텔 아비브(Tel Aviv)에서 열린 루빈슈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과 1979년 에이버리 피셔 상 수상으로 주목받았다. 첼리스트 요요 마,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과 액스-킴-마 트리오로 활동하기도 해 친숙하다. 이번에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연주하며 서울시향과의 호흡을 맞춘다.
■ 다니엘 하딩&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12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탈리아 대표 악단 중 하나인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가 2018년 이후 7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지난 시즌부터 음악감독을 맡은 명지휘자 다니엘 하딩이 지휘봉을 들고 클래식계의 K-아이돌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첫 호흡을 맞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공연 역시 티켓 오픈 몇 분만에 매진이 될 것인지, 호사가들의 즐거운 예상이 오갈 것이다.
■ 산투 마티아스 루발리&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12월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명실상부 영국을 대표하는 5대 교향악단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한국을 찾는다. 2021년 악단이 주의깊게 수석 지휘자로 영입한 산투 마티아스 루발리와 함께하는 첫 내한이라 더욱 뜻깊다. 놀랍도록 조화로운 소리로 정평이 나있다. 수많은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해온 클라라 주미 강이 뛰어난 음악성과 기교로 들려줄 화음이 기대된다.
■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필름 콘서트, 12월 25일 롯데콘서트홀
영화계의 이단아 팀 버튼이 제작하고 헨리 셀릭이 연출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지평을 연 명작 <크리스마스의 악몽> 필름 콘서트가 한국 개봉 30주년을 기념하여 국내 최초로 상륙한다.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뛰어난 비주얼 효과로 아카데미상 시각효과 부문에 올랐으며, 재기 발랄한 선율과 장단조를 넘나드는 색다른 OST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할로윈을 결합시킨 독특한 소재와 독보적인 상상력이 결합, 지루할 틈이 없는 뮤지컬적 음악까지 대형화면과 풀 편성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감상할 수 있다.
■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베토벤 ‘합창’, 12월 18일 예술의전당, 19일 롯데콘서트홀
매년 12월 흔한 ‘합창’ 교향곡 공연이지만 이번 서울시향 공연은 지나치기 어렵다.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칼라스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소프라노 서선영, 세계 최초로 벨리니, 마리오 델 모나코 등 6개의 국제 콩쿠르 단독 1위 우승이라는 기록의 보유자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2004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콩쿠르 우승자 테너 김우경, 뉴욕 메트 오페라에서 데뷔하고 독일 마리팀 국제 콩쿠르 등에서 우승한 베이스 심기환이 황금의 솔리스트 라인업으로 나서기 때문. 이들과 서울시향이 빚어내는 연말의 감동이 기대된다.
■ 키릴 게르스타인 피아노 리사이틀, 12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러시아 출신의 미국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은 바흐트랙이 선정한 ‘전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SNS 채널에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글을 남기고, 최근 베를린 필하모니와 우크라이나를 위한 공연을 하기도 한 그가 서울시향과의 협연이후 3년만에 한국에서 첫 리사이틀 무대를 선보인다.
■ 백건우 & 이 무지치, 12월 중 장소 미정
2022년 소프라노 조수미와 잊을 수 없던 바로크 무대를 선사했던 실내악의 대표주자 ‘이 무지치’가 이번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피아니스트 백건우를 파트너로 선정했다. 1952년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출신의 음악가들로 창단한 이 무지치는 70년이 넘는 역사 동안 비발디의 ‘사계’를 가장 사랑받는 클래식 레퍼토리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판매된 음반만 2억장이 넘는 전설적인 기록을 남겼다. 바로크, 낭만파 음악뿐 아니라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와 탁월한 연주실력으로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무지치는 그들만의 민주적인 음악 전통과 풍부하고 색채감 있는 사운드의 전통을 지켜오며 사랑받고 있다. 건반 위에 구도자로 불리는 백건우 또한 농익은 음악을 들려줄 것이다.
■ 리처드 용재 오닐 비올라 리사이틀, 12월 중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비올리스트이자, 2021 그래미상 수상자인 리처드 용재 오닐이 2019년도 이후 6년만에 비올라 리사이틀로 돌아온다. 그동안 주로 디토 오케스트라로 한국 관객과 만나온 그가 비올라 본연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더욱 깊어진 그의 음악을 준비했다. 이번 리사이틀은 한국 무대에서 처음 연주하는 브람스 소나타를 비롯해 한국 데뷔 이후 가장 사랑받은 비올라 레퍼터리를 고심해 선택했다고 한다.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닮아 있는 비올라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용재 오닐만의 짙은 감성으로 녹여 낼 음색이 기다려진다.
김용만은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문화예술TV 프로듀서를 역임한 뒤 콘서트와 컨벤션 등을 기획 연출하는 일을 했다. (사)5·18서울기념사업회의 상임이사 등 사회활동에도 몸담았다.그는 음악전문지의 편집장과 공연예술전문지의 발행인을 지냈고, 다수의 셰익스피어 희곡, 영화, 방송 번역 경력도 쌓았다. 오랜 기간 클래식 음악에 대한 칼럼을 쓰고, 강의, 방송 출연 등도 해왔다. 현재는 한국장애인신문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2022년 6월부터 뉴스버스에 클래식 관련글을 기고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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