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5일 뉴스버스 픽 경제뉴스]

시장에 유동성 무제한 공급…10조 증안펀드∙40조 채권시장 안정펀드 가동

국제 신용평가사 S&P "비상계엄 사태, 韓 신용등급에 별 영향 없다"

尹 탄핵 추진에 이재명·한동훈 등 정치인 테마株 줄줄이 상한가

 코스피가 36.10포인트(1.44%) 내린 2,464.00에 장을 종료한 4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36.10포인트(1.44%) 내린 2,464.00에 장을 종료한 4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 환율 1,410원대 2년여 만에 최고…외국인 팔자에 코스피 2,500선 아래로

비상계엄 충격파로 4일 국내 금융시장이 종일 크게 출렁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36.10포인트(1.44%) 하락한 2,464.00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1.97% 떨어진 2,450.76으로 출발한 뒤 다소 낙폭을 줄였다. 

외국인이 4,090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내린 가운데 정치적 혼란으로 직·간접적 리스크에 노출된 금융회사들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코스닥지수도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를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7.2원 상승한 1,410.1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이 1,410원대로 올라선 것은 약 2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날보다 15.2원 오른 1,418.1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종일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가상자산 원화 시장도 요동쳤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1개 가격은 전날보다 1.40% 오른 1억3,557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밤 한때 30% 이상 폭락해 8,826만6,000원까지 곤두박질친 것과 비교하면 차이를 크게 좁혔다.

2. 한은 "무제한 RP 매입…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 시행"

한국은행이 시장에 원화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비(非)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들어갔다. 비상계엄 여파로 변동성이 확대된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시장 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4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시장안정화 조치를 의결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브리핑에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은 비상계엄 해제 조치 이후 다소 안정된 모습"이라며 "당분간 시장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보통 정례적으로 RP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데, 비상계엄 여파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만큼 비정례 RP 매입으로 시장을 빠르게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RP 매매 대상 기관도 국내 은행과 외국은행 지점 전체, 투자매매업자와 투자중개업자 전체, 한국증권금융으로 넓혔다.

한은은 비정례 RP 매입 외에도 단기 유동성 공급이라는 같은 맥락에서 국고채 단순매입, 통안증권 환매 등도 충분한 규모로 추진하기로 했다. 필요한 경우 외화 유동성도 외화 RP 매입을 통해 공급하고,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다양한 안정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박종우 부총재보는 "현재 금융시장은 코로나19나 레고랜드 사태 때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라며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통화정책을 완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 자체가 (이전 사태 당시보다) 상대적으로 작다"고 진단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가운데)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금융위원회 제공)
김병환 금융위원장(가운데)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금융위원회 제공)

김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증시는 10조원 규모 증안펀드 등 시장안정 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채권시장·자금시장은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각 금융권 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3. S&P "빨리 해결됐고 제도 탄탄…큰 정책 이견에 따른 문제 아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미칠 여파에 관해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다.

S&P의 킴엥 탄 전무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S&P와 나이스신용평가가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비상계엄이 몇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향후 투자자 결정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선 한국의 신용등급(장기 기준 'AA')을 바꿀 사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 신용등급을 맡는 엔디 리우 S&P 전무도 "비상계엄의 잠재적 여파는 밋밋(flat)할 것 같다"며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환경에 관해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는 있겠지만, 한국의 전반적 신용 환경이나 한국 기업의 신용도에 관해서는 계엄의 여파가 잠잠해진(muted) 상황"이라고 짚었다.

S&P의 루이 커쉬 전무는 "경제·금융 기조에 대해 국내 견해차가 크면 사태를 해결하기가 어렵고 불확실성이 커지지만, 이번 일은 그렇지 않다"며 "차차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준 상무는 "2016∼17년 대통령 탄핵 및 대선 정국 때도 시장의 출렁거림이 있었지만 주가지수와 금리 등은 시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며 “투자자들은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체력)에 따라 판단을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금융당국이 시장에 대거 유동성을 공급키로 한 데 대해 S&P 김대현 상무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상당히 빨리 대응한다고 판단한다"며 "투자자나 시장 심리가 중요한 때인 만큼 40조∼50조원 등 절대적 금액보다는 정부가 시장안정 의지를 보여줬다는 사실을 의미 있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4. 차기 후보군 조국·오세훈 테마주도 급등…후원회장, 대학동문 등 인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4일 증시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 주요 정치인 관련 테마주들이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오리엔트정공은 전 거래일보다 29.97% 치솟은 1,4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리엔트정공은 계열사인 오리엔트시계 공장에서 이 대표가 근무한 이력이 있어 대표적인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된다.

대표이사가 이 대표 캠프 후원회 공동회장을 맡았던 수산아이앤티와 에이텍(29.99%), 에이텍모빌리티(29.95%), 이스타코(29.88%), 오리엔트바이오(29.81%), 프리엠스(29.64%) 등 다른 이재명 테마주도 개장 직후 상한가로 직행했다.

한동훈 대표 테마주 중에는 대상홀딩스우(29.98%), 덕성우(29.95%), 대상홀딩스(29.94%), 오파스넷(29.88%), 태양금속(29.87%) 등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대상홀딩스는 배우 이정재와 한 대표가 친구 사이로 알려지면서 이정재의 연인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2대주주라는 점이 부각됐다. 덕성은 대표와 사외이사가 한 대표와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오파스넷은 신동훈 사외이사가 한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알려져 한동훈 테마주로 꼽힌다.

오세훈 서울시장 테마주인 한일화학(13.66%), 진양폴리(8.77%), 진양산업(3.82%)이 크게 올랐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테마주인 토탈소프트(29.86%), 화천기계(25.73%) 등이 급등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테마주로 분류되는 iMBC(29.89%)도 상한가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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