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81분 면담 직후 윤 대통령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을 초청해 대통령실 참모들과 함께 만찬을 한 것으로 22일 드러났다.

한 대표 면담 직후 추 원내대표 등을 불러 예정에 없던 만찬을 한 것은 한 대표에 대한 의도적인 ‘정치적 따돌림’으로 해석된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한 대표 면담 직후 윤 대통령과 따로 만났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실의) 연락이 있어서 잠시 들렀다”면서 만찬 사실을 알렸다.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필요할 때 우리 의원들에게 가끔 불시에 연락해 간혹 가벼운 자리를 갖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면담 형식이나 이후 추 원내대표 등을 별도로 불러 만찬을 한 점 등으로 볼 때 한 대표가 사실상 괄시당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면담 약속 시간 보다 윤 대통령이 늦어져 한 대표는 20여분 이상 기다렸으며, 한 대표 측에선 면담 장소에 원탁테이블을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당초 기자들에게 직접 면담 결과를 브리핑할 예정이었으나, 면담 후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면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한 대표는 22일 인천 강화군 강화읍 풍물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첫 공식 발언으로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의 관계보다는 민심에 더 귀기울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가 전날 윤 대통령에게 “여론이 악화하면 ‘김건희 특검법’ 표결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우려를 전달한 점으로 볼 때, 세 번째 발의된 김건희 특검법 표결과정에서 친한계의 입장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전날 면담에서 한 대표의 우려에 대해 윤 대통령은 어느 시점에 여당 의원들이 야당과 같은 입장에 선다면 그 결과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을 고리로 윤 대통령에게 인적 쇄신 등 김 여사 이슈에 대한 입장 변화를 압박하자, 윤 대통령이 ‘해볼 수 있으면 해보라’는 식의 대응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전날 오후 4시50분쯤부터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배석하에 80여분간 산책과 차담 형식의 면담을 했으나, 윤 대통령은 ‘김건희 라인 인적 쇄신’ ‘김 여사 공개활동 자제’ ‘의혹 규명 협조’ 등 한 대표의 3대 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