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144만∼302만주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2조원 규모

영풍, 고려아연 상대 법적 공세도…"회계장부 열람·자사주 취득 금지"

영풍 "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주주에 손해 입혀…의혹 검토 후 필요 조치"

고려아연 강력 반발…"기업사냥꾼과 결탁한 적대적∙약탈적 M&A 시도"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가운데 영풍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상 위법 행위를 확인하기 위해 법원에 회계장부 열람을 요청하는 한편,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도 낼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적대적·약탈적 인수·합병(M&A) 시도”라며 반발했다.

◇ 영풍∙MBK,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최윤범 회장 기업가치 훼손"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은 13일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와 함께 다음달 4일까지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약 2조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약 7∼14.6%(144만5,036주∼302만4,881주)를 공개매수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제공)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제공)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고려아연은 55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개매수가는 공개매수일 이전 3·6개월간의 평균종가에 각각 27.7%와 30.1%의 프리미엄을 적용한 가격이며, 전날 종가보다 약 18.7% 높다. 공개매수 응모 주식 수가 최소 목표 수량에 미달할 경우 응모 주식 전량을 매수하지 않고, 목표 수량을 만족할 경우 전량을 매수한다.

MBK파트너스는 이와 별도로 SPC를 통해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도 동시에 실시한다. 영풍정밀 1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최소 조건 없이 최대 684만801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43.43%) 범위 내에서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 전량을 매수한다. 영풍과 최씨 일가 지분을 제외한 유통주식 전량이 공개매수 대상이다.

MBK파트너스는 "영풍정밀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한 후 기존 경영진과 함께 영풍정밀 본연의 비즈니스에 집중 투자해 장기 지속 성장을 이끌 방침"이라고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전날 영풍,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등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하고, 영풍 및 특수관계인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해선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론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그룹 내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영풍 및 특수관계인 지분보다 1주 더 갖게 된다. 현재 영풍과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특별관계자 지분은 33.13%다.

◇ MBK 고려아연 손발 묶기…”공개매수기간 중 자사주 취득 금지 의무 대상”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전경. (사진=영풍 제공)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전경. (사진=영풍 제공)

기습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 대한 법적 공세도 시작했다. 공개매수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영풍의 특수관계자인 최 회장이 자사주 취득과 대항 공개매수 등으로 이를 방해하면 자본시장법 위반과 시세조종 혐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고려아연의 손발을 묶어 무력화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영풍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영풍그룹 공동창업주의 동업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기 시작, 관계 법령과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해 고려아연 주주들의 이익에 해를 입혔다고 의심된다"며 "위법 행위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열람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에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미국의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이사회 의결을 생략한 채 진행된 캐터맨 메탈(미국의 폐기물 원료 트레이딩 기업)에 대한 지급 보증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원아시아파트너스 관련 의혹에 대해 "드라마나 영화 제작, 부동산 관리, 여행상품 플랫폼 등 고려아연 본업과 무관한 기업에 투자가 집행됐다"며 "고려아연 자금 1,000억 원이 출자된 펀드(하바나1호)가 직접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한 고가매수 및 시세조종에 활용된 사실도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이 인수한 이그니오홀딩스와 캐터맨 메탈에 대해선 "해외 투자가 적정한 평가를 거쳐 이뤄진 것인지, 투자 금액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며 "캐터맨에 대한 지급보증 규모가 고려아연 자산·매출 총액의 100분의 1을 초과해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거치지 않아 상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비판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자기 주식 취득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인 영풍이 공개 매수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영풍의 특별 관계자인 고려아연이 자기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취지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경영진과 이사회, 자사주 신탁계약을 맺은 신탁회사 앞으로도 공문을 보내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은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이자 주식시세 조종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도 보도자료를 통해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향후 상법상의 절차에 따라 경영 대리인이자 2.2% 주주인 최윤범 회장에 관해 제기된 문제와 의혹들을 검토한 후 모든 주주의 이익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최 회장에 대해 제기된 의혹과 문제점에 대한 검토는 고려아연 이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이나 경영진이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그동안 노력해 온 바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최씨 가문 일가들을 포함한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를 증가시킬 것이며 현대차, LG 및 한화와의 사업적 제휴 관계도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고려아연 “MBK가 해외자본에 매각하면 이차전지 핵심 기술 유출 우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강하게 반발했다. 고려아연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지분 공개매수는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적대적·약탈적 M&A라고 판단돼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영풍에 대해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면서 각종 환경오염 피해를 일으켰고, 빈발하는 중대재해 사고로 최근 대표이사들이 모두 구속되는 등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경영 정상화와 사회적 책임은 방기한 채 고려아연 지분과 경영권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MBK파트너스에 대해선 "정치권과 국내 여론에 의해 약탈적 기업사냥꾼이자 투기자본으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온 곳"이라며 "경영권 인수 뒤 해외 자본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국가 기간산업인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등 엄청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다.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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