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학의 경제이슈 분석]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은 ‘테슬라’와 ‘엔비디아’
한국 개인∙기관 보유 해외 증권 잔액 920조원…사상 최대 규모
한국 코스피지수, 윤석열 임기 절반 왔는데 취임 당시(2,596) 밑돌아
미국 나스닥지수 20% 뛰는 동안 한국 코스닥은 -12.66%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심우정 검찰총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앞서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런 얘기를 했다. “왜 성공한 대한민국 검사의 배우자들은 그렇게 주식 투자의 귀재입니까?” 심 총장 가족이 보유한 미국 주식은 22억원을 넘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국내 주식에 대해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을 경우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했지만, 해외 주식은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은 세계가 안방이고 당연히 국내 시장에서도 영업이 활발하기 때문에 이해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박지원 의원이 “이해충돌에는 국경이 없으니 주식 논란을 깨끗이 정리하고 청문회에 임하라”고 요구했지만, 심 총장은 지난 3일 열린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요청한 주식 관련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1. 심우정 검찰총장 가족, 백지신탁 ‘예외’ 해외 주식 22억 보유
최근 2~3년 새 고위공직자들의 재산등록 목록에 미국 주식이 부쩍 늘었다. 심우정 검찰총장 가족이 보유한 미국 주식은 3월 관보 기준 22억2,600만원이다. 심 총장 배우자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주식을 21억원 정도 갖고 있다. 두 자녀도 미국 반도체 기업인 AMD와 알파벳,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기업 네 곳 주식을 1억1,700만원어치 보유했다.
[고위공직자 해외 주식 보유 사례]
|
심우정 검찰총장 |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AMD |
|
유인촌 문화부 장관 |
아마존닷컴 1883주, 키엔스 300주 |
|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
유니티소프트웨어, 퀀텀스케이프 |
|
손명수 민주당 의원 |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
고위공직자 본인과 배우자, 자녀가 보유한 주식 가액이 3,000만원을 넘고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으면 팔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주식만 대상이고 해외 주식은 자유롭게 보유할 수 있다. 해외 주식도 백지신탁 대상에 포함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심 총장 가족이 주식을 보유한 미국 기업들이 국내서도 영업 중이라 검찰 수사와 기소 대상이 될 수 있고, 당연히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들이 백지신탁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활발히 미국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 유인촌 문화부 장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미국 주식 보유
윤석열 정부의 장관급 고위공직자 중에도 미국 주식에 투자한 경우가 많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 관보에 공개한 재산등록 내역을 보면,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현재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의 모바일게임 개발사 유니티소프트웨어 주식 100주와 미국의 배터리 회사 퀀텀스케이프 주식 1,000주 등을 신고했다.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은 삼성전자(4405주) LG전자(1,335주), SK하이닉스(850주)와 같은 국내 주식뿐만 아니라 아마존닷컴(1,883주) 등 약 12억원어치 주식을 신고했다.
국회공직자윤리회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22대 국회 초선의원들의 재산등록 내용을 보면, 민주당 손명수 의원은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미국 대형 기술주 위주로 약 5억원 규모의 주식을 신고했다.
3. 920조 굴리는 서학개미들, ‘엔비디아’ ‘테슬라’ 가장 선호
윤석열 정부 들어 국내 증시가 엉망으로 망가졌지만 글로벌 증시는 최근 1~2년간 상당히 성적이 좋았다. 특히 미국 증시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면서 해외로 눈을 돌린 투자자도 크게 늘었다. 최근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개인·기관이 보유한 해외 주식·펀드 등 증권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약 7,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920조원이 넘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은 테슬라와 엔비디아다. 8월 21일 기준 서학개미의 테슬라 보관금액은 131억5,000만달러, 엔비디아는 130억달러였다. 올해 상반기만 보면 국내 투자자가 사들인 순매수 1~3위 해외 주식은 엔비디아(18억달러), 테슬라(1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5억5,000만달러)였다.
4. 미국 주식에 집중 투자한 고위공직자 재산 증가 두드러져
2022년 3월 재산을 공개한 고위공직자 대상으로 한 언론사가 주식 평가액을 비교한 적이 있다. 테슬라 엔비디아 등 미국 주식에 투자한 공직자들의 재산은 1년 새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늘어난 반면, 국내 주식 위주로 투자한 공직자들 재산은 오히려 감소했다.
당시 차상훈 보건복지부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이 신고한 주식 평가액은 48억원. 이 중 절반 이상인 28억원이 테슬라였고, 엔비디아 2,700주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489주, 애플 576주, 아마존 22주 등을 보유했다. 그런데 주식 평가액이 1년 전에 비해 18억원이나 늘었다.
당시 차정훈 중기벤처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엔비디아 5,570주, 약 20억원어치를 신고했는데, 역시 1년 전에 비해 주식 평가액이 3억1,000여만원 늘었다.
반면 국내 주식 보유금액이 큰 공직자는 대부분 재산이 감소했다. 임미란 광주광역시의원은 2021년 국내 주식 신고액이 47억원이었는데 2022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5. 올해 상반기 서학개미 50% 이상 益切…엔비디아 최대 수익률 698%
카카오페이증권이 올해 상반기 미국 주식에 투자한 고객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50% 이상이 수익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 주가가 150% 상승한 엔비디아 투자자 중 74%는 익절(益切∙이익을 보고 파는 일)했고 평균 6.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투자자는 약 8배(698%)의 수익을 냈다. 상반기 테슬라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0.2%, 최고 수익률은 120%였다. 테슬라 투자자 중 58%는 익절(益切∙이익을 보고 파는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올들어 상반기까지 18% 올랐다. 덕분에 미국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평가차익도 401억달러(약 53조3,330억원)에 달했다.
6. 국민연금, 해외 주식 수익률 20.47%> 국내 주식 수익률 8.61%
증시의 큰손 투자자인 기관의 해외 주식 수익률은 개인 투자자를 압도한다. 국민의 노후자금 1,000조원 이상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이 34%로 국내 주식 13.5%보다 2.5배가량 많다. 올해 2분기 기준 국민연금의 미국 주식 직접투자 자산가치는 870억3,423만달러로, 5개 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미국 주식 톱10은 애플(5.92%), 마이크로소프트(5.92%), 엔비디아(5.83%), 인베스코퓨어베타 MSCI USA ETF(4.52%), 아마존(3.24%), iShares Core S&P500 ETF(2.59%), 메타(2.18%), 알파벳A(2.06%) 등의 순이다. 서학개미 투자 리스트와 비슷한 ‘빅테크’ 위주이고, 이른바 ‘갓비디아’는 국민연금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해 2분기 엔비디아 보유량을 2.61% 늘렸다. 테슬라가 유일하게 톱10에서 빠져 있는 게 눈에 띈다.
국민연금의 올해 상반기 수익률은 9.71%를 기록했고, 운용 수익금은 102조4,000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견인한 건 미국 주식이다. 미국의 인공지능(AI) 수혜주를 비롯해 빅테크 등 다양한 기술주에 투자한 결과 올해 상반기 해외주식 수익률은 20.47%에 달했다. 국내주식 수익률은 8.61%로 해외주식 수익률에는 한참 못 미쳤지만, 한국 시장 평균(코스피지수)은 웃돌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미공개정보 이용, 주가조작 같은 증권범죄를 철저히 수사하는 등 선량한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주식시장을 선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요즘 국내 증시는 ‘선진화’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일 코스피지수가 2,610이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절반을 보낸 지금 코스피지수는 2,500선에서 헤매고 있다. 코스피 200 종목 중 절반 이상은 3년 전보다 주가가 더 떨어졌다. 한국 증시가 속히 살아나 동학개미 수익률이 서학개미를 압도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고재학은 한국일보에서 33년간 기자로 일하며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올해 6월 뉴스버스 공동대표로 합류해 경제 부문을 맡고 있다. 뉴스버스TV에서 주요 경제 이슈를 정리해주는 ‘고재학의 경제버스’를 진행한다. 스테디셀러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을 비롯해 <절벽사회> <휴대폰에 빠진 내 아이 구하기> 등의 책을 썼다. 우직하게 객관주의 저널리즘의 힘을 믿는 언론인이다.
이 기사와 뉴스버스 취재를 자발적 구독료로 후원합니다.
후원금 직접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신한은행 140-013-476780 [예금주: ㈜위더미디어 뉴스버스]
뉴스버스 기사 쉽게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