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버스 심정택의 미술작가 평론 '미술딜라이트']

조현택 개인전 '스톤마켓', 서울 스페이스22에서 12일까지

현대 미술에서 대중을 상대로 한 예술가는 이상한(weird) 이미지와 미감을 밀고 나가 자신의 시그니처로 만들기도 한다. 조현택(42) 작가를 2년 만에 전시장에서 만났다. 그동안 작가는 미국을 두 번이나 다녀왔고 전시와 작업으로 바빴다고 한다.

휴스턴 포토페스트2024 현장의 조현택, 스티븐 에반스 / 제공 = 조현택 작가 
휴스턴 포토페스트2024 현장의 조현택, 스티븐 에반스 / 제공 = 조현택 작가 


사진 매체는 자체의 테크놀리지와 다루는 대상(주제)으로 인해 다양한 예술 형식과 장르를 아우른다. 조현택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성남의 갤러리에서 <빈방-카메라 옵스큐라> 전시를 가졌다. 빈 방 시리즈는 카메라의 기본 원리이자 구조인 옵스큐라(Camera Obscura) 촬영 방식과 같이 한다. 미국에서는, <빈 방>은 한국적인 정서라는 데 의미의 촛점이 모아졌고, 옵스큐라 촬영은 프로세스 자체로 충분하게 이해가 된다는 반응이었다. <스톤 마켓>시리즈에는 새로움과 낯섦, 문화적 충격이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빈 방> 작업을 하며 한달 여에 걸쳐 촬영한 집이 있었다. 그 사이 계절이 바뀌며 태양의 고도가 달라져 (내가 원하는)피사체가 본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은 기계가 만들었으나 정신적인 기원일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SNS글)

조현택은 <빈방>시리즈에서 사위어가는 노을처럼 소멸을 향하는 존재들의 슬프고도 적요한 운명을 형상화했다. 시간의 심연 속으로의 여행이면서 들끓는 감정을 냉각된 시선으로 옮기는 작업이기도 하였다.

작가는 2022년과 2024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포토페스트를 다녀왔다. 2022년에는 리뷰 참가자로,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주제 전시에도 참여하였다. 

‘스톤마켓 웅천’(60ⅹ140cm 2020)앞에서 포즈 취한 관객. / 제공= 조현택 작가
‘스톤마켓 웅천’(60ⅹ140cm 2020)앞에서 포즈 취한 관객. / 제공= 조현택 작가


‘2024포토페스트 비엔날레'(FotoFest Biennial 2024)는 지난 3~ 4월 미국 남부 최대의 사진 미술관인 휴스턴 실버스트릿 스튜디오(Silver Street Studio)를 포함해 산업 건물을 개조한 창작 커뮤니티 소여 야드(Sawyer Yards) 및 도시 전역의 지정 전시장에서 개최되었다. 주제 전시 타이틀은 ‘중요한 지리(Critical Geography)'였다. 여기서 지오그래피는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 총괄 디렉터인 스티븐 에반스(Steven Evans)는 "공간, 장소 및 공동체가 사회적, 경제적, 생태적, 정치적 힘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탐구한다"고 의미를 소개하였다.

기이한(uncanny) 풍경

스티븐 에반스는 조현택 작품에 대해 “한국 문화 속에 존재하는 복잡한 종교의 현실을 시각적으로 포착해 전통, 현대, 종교적 유산, 복음주의적 기독교의 긴장감 넘치는 병치를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에반스는 한국 기독교를 서구 사회의 세속화와 물질주의를 배제한 복음주의(근본주의)로 이해하고 있다. 전통적 유교나 최근에 와서는 신자유주의와 결합한 현재 한국사회 기독교는 물론 아니다.

스톤마켓 여주 pigment print 68ⅹ140cm 2021 / 제공 =조현택 작가
스톤마켓 여주 pigment print 68ⅹ140cm 2021 / 제공 =조현택 작가


에반스는 부처, 성모마리아 등 조각상 파는 석재상(石材商)의 밤풍경을 찍은 〈스톤마켓〉 시리즈와 관련, “작가의 사회적 논평이자 관찰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작가는 한국 근대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사회 환경 속에서 거의 은폐된 정령 신앙과 무속 신앙 행위의 증거를 제시한다”고 평가한다.

정령과 무속이 제도권 종교와 한국 현대사와 얽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의 언급은 할수 없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당국은 다수 대중이 모이는 굿행사를 막기 위해 무교를 무속으로 낮추었고, 기독교 지도자들은 종말론을 앞세운 부흥회를 열어 대중의 민족의식 고취에 나섰다.

문예비평가이자 사진 이론가인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1892~1940)은 “사진에 찍히는 현실은 눈이 보는 현실과 다른 층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현실에는 눈이 볼 수 없는 층위들, 곧 사진이 없으면 지각될 수 없는 층위들이 있다”고 하였다(발터 벤야민 '사진에대하여' 27쪽 위즈덤하우스 2018). 사진을 찍는 것(작업)과 사진 읽어내기는 별개이다.

필자는 조현택의 작품들을 보며 성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Sanctus Aurelius Augustinus·354~430)를 언급한 종교학자 유요한이 떠 올랐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시간은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비존재(非存在)로 향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원’을 시간에 대비되는 성스러움의 속성으로 규정했다. 과거의 시간은 이미 지나가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미래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아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에, 과거와 미래는 현재의 “기억”과 “미리 생각해봄” 속에서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는 항상 현재로 머물러 있을 수 없고, 과거가 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그렇게 흐르지 않는 것은 이미 시간이 아니라 “영원”이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항상 현재로 있는 영원은 신에게 속한 것이라고 말한다. 신의 날은 지나가는 “나날”이 아니라 항상 “오늘”이라는 것이다.“('종교, 상징, 인간' 203쪽 / 종교학자 유요한 저, 21세기북스 2014> 

스톤마켓 화순 pigment print 120ⅹ260cm 2023 제공 = 조현택 작가
스톤마켓 화순 pigment print 120ⅹ260cm 2023 제공 = 조현택 작가


전남의 소도시 나주에서 나고 자란 조현택은 대도시 광주를 왕래하면서 석재상에 모인, 사찰이나 성당으로 가기 전의 부처, 성모마리아, 솟대 등 돌 조각 공예품이 눈에 들어왔다. 제조 공장도 겸하는 판매상의 그 석조물 앞에 사람들이 음료수와 과일을 놓았고, 손을 모으고 절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나주에서의 성장 배경과 연결된 작업이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연작이다. 나주는 조현택에게 사진 작가의 숙명을 지게 한 시작점이다.

예술가들은 대체로 자신 삶의 서사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낸 골딘(Nan Goldin·1953~)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에서, "사진은 내가 두려움을 헤쳐 나가는 방법이었다.(Photography was always a way to walk through fear)"고 말한다.

<빈방> 연작 작업 중이던 2018년 전시기획자의 인터뷰에서 향후 작업 계획과 관련, “석재상을 찍을 것 같다”고 한 게 <스톤마켓> 시리즈의 본격 출발점이었다.

대도시와 농촌과 혼재된 소도시 경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주목하여 작업한 게 <빈 방>시리즈이다. <스톤마켓> 역시 짧은 시간 고도로 성장한 한국 사회의 지리적 극단의 경계를 가르는 장소성에 기반한다.

스톤마켓 부산 pigment print 120ⅹ370cm 2020 / 제공 = 조현택 작가
스톤마켓 부산 pigment print 120ⅹ370cm 2020 / 제공 = 조현택 작가


<스톤마켓 >연작은 프레임된 가로 세로 비율을 벗어나 자신만의 임의적인 프레임을 적용한다. 석재상이 놓인 지세와 도로 중심으로 구획된 도시의 그리드가 가진 맥락을 고려, 가로 비율을 비정상적으로 늘였다.

현실 이면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상황들을 발견하여 기록하며, 사진 매체가 가진 다양한 시각적 방법론을 연구하며 연작을 이어온 조현택은 현재 충주 가흥예술창고 레지던시에 입주해 있다. 금년 11월엔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 사진센터 블루스카이(bluesky)에서 <빈방>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블루스카이 창업자는 앤디워홀과 함께 팝아트 시대를 이끈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1925~2008) 아들인 크리스토퍼 라우센버그이다.    

신작 10여점을 포함한 석재상 시리즈만의 개인전 <스톤마켓>은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 22 (강남역 1번출구 바로 옆 건물, 미진프라자 22층)에서 9월 12일까지 열린다. 스페이스22는 다큐멘터리 사진 전문 컬렉터인 건물주가 운영하는 공유 전시 공간이다. 조현택과는 2016년 <빈 방– 조현택전(展)>에 이은 두번째 인연이다. 

심정택은  2009년 상업 갤러리(화랑) 경영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국내외 400여 군데의 작가 스튜디오를 탐방했다. 그 이전 13년여간 삼성자동차 등에 근무하였고 9년여간 홍보대행사를 경영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각 언론에 재계 및 산업 기사 60여편,  2019년 4월부터 작가 및 작품론 중심의 미술 칼럼 200여편,  2019년 10월 ~2023년 4월 매일경제신문에 건축 칼럼(필명: 효효) 160여편을  기고했다. <이건희전, 2016년> 등 3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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