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추천 특검’ 진척 없이 추가 조건 다는 건 비겁
여권내 반대파 역이용하지 못하고 본인이 직접 나서
역사 논쟁에서도 ‘빈 공간’으로 달리지 못하고 뒤쳐져
“지금 일반 시중에선 ‘국민의힘 후보가 한동훈이면 이재명이 대통령 될 수 있고, 민주당에서 이재명 아닌 새 인물이 후보로 나오면 국민의힘에서 누가 나와도 안 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8월 1일 조선일보에 실린 양상훈 주필의 칼럼, <무시 못 할 ‘한동훈 대(對) 이재명’ 시중 얘기들>이다. 내 의견은 이와 조금 다르면서도 결국은 같다.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그나마 상대가 이재명 대표일 때 비교적 크게 열린다. 미국 대선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상대로 노리고 있는 ‘검사 대 피고인’ 구도와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피고인이 아니라면 한동훈이 우위에 설 분야는 거의 없을 수 있다.
첫째, 한동훈은 현재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은 없지만, 고발사주 의혹과 딸 입시 문제 등 도덕적 문제에 봉착해 있고 이것은 ‘잠재적 사법리스크’라 할 만하다. 둘째, 한동훈은 정책에 관한 식견이나 양식이 부족하다. 최근 사례 하나만 들어보자. 한동훈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장하며 금투세가 부자세금이 아니라고 말했다. 사모펀드에 투자한 찐부자들은 금융투자 수익을 다른 사업·근로소득 등과 합산하지 않고 금투세를 적용받기에, 금투세 도입시 과세 부담이 절반 가량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와 반대로 금투세 도입시 사모펀드 부과 세율이 49.5%까지 치솟는다고 우려했다. 펀드 보유시 발생하는 이익배당금이 배당소득으로 잡히면서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동훈은 둘 중 하나다. 이를 모르면서 한쪽 면만 보고 입을 뗐거나, 알면서도 자기 프레임에 끼워맞췄거나.
이번에 주로 지적할 것은 셋째 문제다. 한동훈은 일을 풀어나가는 정치적 솜씨가 부족하다. 채해병 특검법을 보자. 그는 ‘대법원장 특검 추천’을 조건으로 내세웠으나 일을 진척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제보 공작 의혹도 특검 대상에 넣자는 추가 제안을 했다. 이런 패턴의 행동은 일반 사회 생활에서도 구질구질하고 비겁해 보인다.
어떤 조건도 더 붙이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걸 한동훈 본인 입으로 하니 하수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에는 특검 반대파가 드글거린다. 그중 일부는 한동훈과 타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특검은 하자. 다만 제보 공작 의혹도 특검하자”는 소리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하기 싫은 특검을 수용하는 김에 요구사항이라도 끼워보자는 것이든, 아니면 민주당이 수용하지 않기를 기대하며 질러보자는 것이든 말이다.
상대 집단과의 협상에서 소속 집단의 상황을 활용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소속 집단으로부터 협상 전권을 위임받아 상대 집단 앞에서 자기 재량을 뽐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소속 집단의 방침에 자신이 얽매여 있음을 강조하며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다. “이 안 대로 하면 우리 집단에서 부결된다(고로 결국 타결이 안 된다).”
한동훈은 특검법 수용을 두고 소속 집단을 움직이지 못했는데 이는 사실 후자쪽 전략을 쓰기 좋은 조건이다. 당에서 특검에 여러 조건을 붙이자는 제안이 쏟아지게 만든 다음 “우리 당에서 특검을 찬성하게 하려면 당론이 이런저런 조건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구실을 대는 것이다. 한동훈은 그렇게 하지 못하니 조건을 더 붙이는 데 본인이 직접 나서게 됐다.
윤석열과의 차별화에서도 한동훈은 한계에 봉착했다. ‘김경수 복권 반대’는 쉬운 과제인 만큼이나 보람은 작다. 한동훈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복권은 반대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아니라면 그에게서 대쪽 같은 원칙주의자의 면모를 읽은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동훈은 김경수 복권 반대로 얻은 스포트라이트에서 스스로 벗어났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논란을 회피한 것이다. 윤 정권에서 벌어지는 소모적 역사 전투를 뛰어넘지 못하면 확장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 대일본 메시지가 빠진 것도 극복하지 못했다. 행정부는 말조심을 하더라도 여당은 좀 더 홀가분하다. 북한 3대 세습 때도 이명박 정부 외교부와 여당은 대응 태도가 다소 달랐다. 가령 여당 대표가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도의적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면 정부 외교와 국내 정치 모두에 이롭다. 정부는 협상력을, 여당은 국민 지지를 얻는다. 한동훈은 그리 하지 못했다.
한동훈은 단독 플레이에 능한 사람일 수는 있다. 튀어보이려는 의지도 강하다. 반면 다른 팀원이 움직이도록 유도하고 이를 활용하는 능력, 그리고 빈 공간을 치고 달리는 센스는 매우 부족하다. 과연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이를 기를 수 있을까.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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