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학의 경제 이슈 분석]

조국∙김두관, 이재명의 금투세 유예∙종부세 완화에 ‘부자 감세’ 비판

금투세∙종부세는 ‘민주당 정체성’ 문제?…혼선 정리 못하는 민주당

여권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공세에 야권이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금투세는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법안이다. 2023년 1월 시행하려던 것을 2년간 한 차례 유예해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었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폐지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형평성 차원과 ▲세계의 선진 금융시장 대부분 주식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금투세 과세 대상이 전체 주식투자자 1,400만명의 1%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들어 금투세 폐지는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일환이라고 반대해왔다. 

 

1. ’오를 땐 절반, 내릴 땐 두배’ 수렁 빠진 국내 증시에 이재명 딜레마

금투세 폐지가 부자 감세라는 논리가 틀린 건 아니다. 주식 투자로 연간 5,000만원 이상 수익을 내려면 5억원가량의 자금(수익률 10% 기준)을 굴려야 하니 일부 부유층을 겨냥한 세금인 것만은 분명하다. 실제 정부 조사자료를 보면, 중산층이라 할만한 소득 상위 20~40%의 가계자산 평균은 6억1,5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0일 당대표 출마선언에서 “금투세는 원론적으로 필요하지만, 시행 시기를 고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당내 기류가 변했다. 이 대표는 KBS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도 ‘금투세 유예론’을 폈다. “주식시장의 불공정성, 국가 미래 경제 정책 부재로 인한 손실을 투자자들이 다 안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상당 기간 미루거나 면세점을 올리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실책과 경기 침체로 주식시장이 극히 안 좋은 상황에서 금투세를 그대로 시행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 금투세법은 연간 5,000만원 이상 투자수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게 돼 있는데, 그 한도를 연간 1억원으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금투세를 폐지하면 고소득자들이 (과세 대상에서) 빠져나가니까 그대로 과세하되 면세한도를 조정해 보자는 것이다.

2. 민주당 내부 혼선∙갈등, 금투세 유예는 ‘민주당 정체성’ 파괴 비판도

이재명 대표 발언 이후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냐 시행이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10일 대전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금투세와 관련해 170명 의원이 모두 동일한 의견을 내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며 적정한 시점에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 단체 채팅방에서는 금투세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영 의원은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을 개선하지 않는 한 금투세 도입은 미루는 것이 타당하다”고 이 후보 입장에 동의했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표가 산토끼(중도층) 잡으려다 집토끼(지지층)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종부세는 부유세 개념으로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됐고,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추진했다. 민주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는 뜻이다. 정진욱 의원은 “금투세 도입은 몇 년 전부터 예정돼 금투세 리스크가 시장에 이미 반영됐고, 그로 인한 증시 폭락은 말이 안 된다”며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반론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이달 7일 ‘금투세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내부 입장 정리가 안되자 일단 무기한 연기했다.

3. 조국∙김두관 '부자 감세' 논쟁에 참전…야권 헤게모니 다툼 번지나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유예와 종합부동산세 완화(1가구1주택 실소유자 대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당대표 경쟁자인 김두관 후보와 조국혁신당까지 가세해 논쟁이 벌어졌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한 입장이 야권 헤게모니(패권)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10일 당대표 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 도입 시기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다른 나라는 주가지수가 오르고 있는데 우리 주식 시장만 역주행하고 있다. 주식 시장이 안 그래도 어려운데 금투세라는 것을 예정대로 하는 게 정말로 맞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두관 당대표 후보는 이에 대해 “금투세 시행 유예와 종부세 재검토는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종부세는 법인세와 함께 지방교부세의 주요 재원”이라며 종부세 완화에 반대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세수 결손은 비판하면서 부자 감세 기조와 똑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정부∙여당의 금투세 폐지 움직임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서왕진 정책위 의장은 “(금투세 폐지 주장은) 정책적 무능을 감추고 정치적 갈라치기를 해서 이득을 꾀하려는 눈속임”이라며 “대한민국 주식 시장이 저평가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적 무능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85%대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연임에 성공한만큼 금투세를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혼선은 조만간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을 둘러싼 진보진영 내부의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재학은 한국일보에서 33년간 기자로 일하며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올해  6월 뉴스버스 공동대표로 합류해 경제 부문을 맡고 있다. 뉴스버스TV에서 주요 경제 이슈를 정리해주는 ‘고재학의 경제버스’를 진행한다. 스테디셀러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을 비롯해 <절벽사회> <휴대폰에 빠진 내 아이 구하기> 등의 책을 썼다. 우직하게 객관주의 저널리즘의 힘을 믿는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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