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학의 경제 이슈 분석]
투자자∙증권업계 “금투세 시행하면 증시 망가질 것”
여권, 對野 공세에 금투세 적극 활용
내년 1월 시행이 예고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금투세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했고, 여당 또한 금투세 폐지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의 금투세 폐지 주장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기존 계획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근 금투세 시행 유예를 시사하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 금융투자소득세: 주식 채권 등 금융투자 소득에 대해 과세
금투세는 개인투자자가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로 연간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 채권 등 기타 금융상품 25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릴 경우, 초과분의 22%를 징수하는 세금이다. 5,000만원 이상 초과분이 3억원을 넘으면 27.5%를 징수한다.
예컨대 주식 투자로 연간 1억원을 벌었다면, 5,000만원 초과분인 5,000만원에 대해 22%(1,100만원)를 부과한다. 주식으로 연간 5억원을 벌었다면 5,000만원 초과분인 4억5,000만원에 대해 3억원까지는 22%(6,600만원), 3억원 초과분인 1억5,000만원에 대해선 27.5%(4,125만원)로 과세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조세 부과 원칙에 따라 주식 채권 등 금융투자로 얻은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당초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중반에 입법이 됐고, 2023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2년간 유예되면서 시행이 내년 1월로 연기됐다. 금투세 시행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정치권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면서 시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2. 주식투자자∙증권업계 "큰손 이탈 초래할 것" 강력 반대
주식투자자들과 증권업계에선 금투세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국내 주식투자자는 약 1,400만명, 주식 거래를 위한 금융계좌는 7,000만개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국회에 금투세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을 제기했고 동의자 수가 기준선인 5만명을 넘었다. 이들은 “금투세 폐지가 부자 감세라는 논리가 성립되려면,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계 헤지펀드 및 자산운용사는 물론 기관과 법인에게도 동일한 세율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왜 기관과 법인, 외국계 펀드 등은 감세해주고 개인에게만 '독박'과세를 하느냐”라고 주장했다.
증권업계 또한 “금투세가 시행되면 이른바 '큰손' 투자자들이 국내증시에서 이탈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과거 금투세와 유사한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도입하려다 포기했던 대만 사례도 반대 논거로 제기한다. 대만 정부가 1988년 9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최고 50% 세율로 과세하겠다고 발표하자 대만 증시가 폭락을 했던 전례가 있다.
3. ’꽃놀이패’ 쥔 정부∙여당 "여론은 우리에게 유리"
윤석열 대통령은 연초부터 종합부동산세·금투세 폐지와 상속세 완화 등을 약속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상속증여세를 대폭 낮춰주는 개정안을 마련했고 이제 금투세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 1호 법안(5대 분야 패키지 법안) 중 하나인 ‘금투세 폐지’를 목표로 이미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 여당 가리지 않고 “금투세가 도입되면 개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안 그래도 죽을 쑤고 있는 한국증시가 더 망가질 것”이라며 개미 투자자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다만 종부세 폐지는 최근 수도권 집값이 들썩이면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이례적으로 여야 갈등 이슈에 윤 대통령까지 참전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7일 야당을 겨냥해 “정부가 제안한 금투세 폐지 방침에 대해 국회가 전향적 자세로 조속히 논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금투세가 주가 하락의 주요 요인이라며 “국민 대다수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는 상황에서 제도 시행 여부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야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휴가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가세했다. 한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 논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민주당의 '금투세는 부자 세금'이라는 프레임조차 맞지 않는 말이다. 부자 세금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 세금으로 인해 주식 시장의 큰손들이 이탈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것으로 인해 1,400만 개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것이다. (금투세가) 과연 부자 증세하는 것이 맞느냐, 민주당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금투세에 대해 민생토론 하자”라고 제안했다.여권이 금투세에 대해 이처럼 공세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부세나 상속증여세는 소수 부유층에게 감세 혜택이 집중되기 때문에 ‘부자 감세’ 프레임을 피해가기가 쉽지 않다. 반면 금투세 폐지에 대한 여론 환경은 여권에 매우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이른바 ‘큰손’ 이탈을 우려하며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입장에서 금투세는 꽃놀이패나 다름없다.
고재학은 한국일보에서 33년간 기자로 일하며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올해 6월 뉴스버스 공동대표로 합류해 경제 부문을 맡고 있다. 뉴스버스TV에서 주요 경제 이슈를 정리해주는 ‘고재학의 경제버스’를 진행한다. 스테디셀러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을 비롯해 <절벽사회> <휴대폰에 빠진 내 아이 구하기> 등의 책을 썼다. 우직하게 객관주의 저널리즘의 힘을 믿는 언론인이다.
이 기사와 뉴스버스 취재를 자발적 구독료로 후원합니다.
후원금 직접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신한은행 140-013-476780 [예금주: ㈜위더미디어 뉴스버스]
뉴스버스 기사 쉽게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