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사퇴-김상훈 기용, 일단 양측이 ‘빅장’ 건 것 

채 해병·김건희 특검 등 尹 ‘핵심 이익’ 처리가 관건
 
尹-韓, 감세·극우 기용·난개발 등 노선 차이는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왼쪽),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등과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왼쪽),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등과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윤계 정점식 의원이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국민의힘 당헌상 정책위의장의 위상은 사무총장과 전혀 다르다. 사무총장은 정해진 임기 없이 “대표의 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는 반면, 정책위의장은 원내기구로서 의원총회 산하에 있는 정책위를 ‘대표’하며 임기 1년이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도 정 의원이 사퇴한 것은 친윤계가 그를 받쳐주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7월 30일 윤 대통령-한동훈 대표 회동에서 윤 대통령이 “당의 일은 당대표가 알아서 하시라”고 말한 것이 크게 주효한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에 한 대표가 우세승을 거둔 것은 아니다. 후임 정책위의장으로 지명된 김상훈 의원은 계파색이 옅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친한계 4명(한동훈, 장동혁, 진종오, 김종혁), 범친윤계 3명(김재원, 인요한, 김민전)에 캐스팅보터 2명(추경호, 김상훈)으로 구성되는 셈이다. 친윤 대 친한의 1 대 1 대결에서 어느 쪽이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않게 된 것은 양측이 서로 빅장(장기에서 왕끼리 마주본 상태에서 비기는 것)을 건 결과다. 

그러나 앞으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에게 닥칠 고비는 훨씬 높고 험하다. 둘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요인은 윤 대통령의 레드 라인(핵심 이익)이다. 대표적인 사안은 윤 대통령 본인과 배우자를 향한 채해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이다. 이미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했던 별 것도 아닌 말들, “법앞에 평등”, “국민들이 걱정” 같은 표현에 격노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야당만이 추천하는 특검’을 고수한다면 한 대표의 특검 방안은 실질적으로는 이에 맞서는 특검 저지용이 된다. 야당들 덕분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윈-윈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만일 야당이 대한변협 추천 같은 제3자 추천을 내밀 경우 한 대표가 버틸 명분이 없어지게 되고, 그는 윤 대통령에게 굴복할 것인지 국민 앞에 약속한 바를 지킬 것인지 기로에 선다. 전자라면 한 대표는 급속히 퇴색되고 후자를 택할 경우 양쪽은 화목할 수 없다. 

한 대표는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김건희 특검법을 반대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마치면 어떻게 될까. 영부인이 기소된다면 한 대표가 특별히 할 일이 없고, 혐의를 축소해서 기소했다는 의혹이 나와도 그럭저럭 버텨보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영부인이 불기소되고 다수 여론이 이를 납득하지 못한다면? 한 대표는 “늦어지기는 했지만 수사가 제대로 되었다”며 반대할까, “그래도 의혹이 남아 있으니 특검으로 털고 가자”고 할까. 

윤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이익이 지켜졌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정국이 찾아올 수 있다. 아예 마음놓고 탈당해버리는 것이다. 어차피 양측간에 긴장감이 조성되어 대중이 몰입하기 시작했다는 점, 여권내 무게 중심이 한 대표에게 넘어가고 있는 점이 작용하면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무소속으로서 보다 더 초당적인 이미지를 갖고 한 대표는 야당이나 다를 바 없는 정당의 대표가 되면 정권재창출에 유리하기도 하다. ‘공생적 분리’의 길이다. 

반대로 윤 대통령의 핵심 이익이 침해당한다면 양쪽은 되돌릴 수 없는 내전으로 치닫는다. 한동훈 퇴진 프로젝트나 규모 있는 분당 사태도 가능하다. 7월 전당대회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한 대표 자녀 입시 문제가 여권발로 불거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한 대표도 당연히 미래권력으로서 대항할 것이다. ‘골육상쟁’의 길이다. 

그런데 어느 경우든 국민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설령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핵심 이익을 침해한들 그것은 한국 정치에서 큰 의미를 가질 수는 없다. 채 해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은 원칙적인 명분이 있고 하루 빨리 도입되는 것이 올바르지만, 그것은 지연된 정의를 실현하는 수준이며, 한국 사회에 산적한 중대한 시급한 과제들에 비하면 초보적인 일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노선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재정과 복지를 위축시킬 전면적 감세 정책에서도, 극우적 반노동 인사들을 방송통신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에 올리는 막가파식 인사에서도, 막대한 환경 파괴를 초래하면서 빗물 활용 같은 대안을 가로막는 ‘14개 댐 건설’ 등 ‘토건 체크’에서도, 양자간에는 어떤 이견도 나오지 않는다. 별 차이 없는 이들의 대결에 다른 중요한 숙제와 가치가 잡아먹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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