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물의 길>은 압도적인 규모, 경이로운 영상미 그리고 명료한 메시지와 함께 돌아왔다. ScreenX 3면에서 등장하는 화면은 가히 나를 압도했다. 눈을 어디에 둘지 몰랐다. 이 영화(아바타 2편)에선 주 무대가 바다다.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는 가족과 부족을 지키기 위해 해변으로 이주하여 멧세이나족과 함께 살아간다. 덕분에 상상을 초월한 수중 생명체와 바닷속 환상적인 비주얼을 감상할 수 있다. 가족의 소중함과 함께 자연의 위대함을 일깨우며, 인간과의 공존을 역설한다. 반면에 서사 구조는 단선적이며,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다 보니 캐릭터에 대한 몰입감은 떨어진다.
경이롭고 환상적인 바닷속 영상미
이번엔 숲에서 바다로 무대를 옮겼다. 전작인 <아바타>에선 주요 배경이 열대우림이었다. 숲속의 신기한 식물, 동물과 그곳에 사는 정령 등 자연의 신비를 3D로 보여주었다. 아바타 2편에서도 제이크는 자신과 가족이 위협당하기 전까지는 그곳에 살고 있었다. 가족 구성원은 제이크와 네이티리, 장남 네테이얌(제이미 플래터스), 차남 로아크(브리튼 달튼), 막내 투크티리(트리니티 블리스)와 입양한 키리(시고니 위버)다. 고아 소년 스파이더(잭 챔피언)는 가족처럼 지내고 있었다.
나비족 모습을 한 쿼리치 아바타와 그의 부하 아바타들이 그를 죽이러 오자, 그들은 가족과 부족의 안전을 위해 숲을 떠난다. 해변에 거주하는 멧세이나 부족을 찾아가 은신처를 부탁한다. 그 결과 바다의 신비 즉 해양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채로운 생명체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3면에서 영상을 보다 보니 마치 내가 바다 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또한 상상의 수중 생물인 일루, 스킴윙, 툴쿤과 같은 동물이 소개 된다. 일루와 스킴윙은 색상이 아름답고, 모습이 유려하다. 일루는 모든 멧세이나족이 타고 다니는 교통수단이고, 스킴윙은 주로 전사들이 타는 날치를 닮은 동물이다. 엄청난 크기(91m)의 툴쿤은 고래의 특징을 살려 만들었다고 한다. 멧세이나 부족에게 형제/자매와 같은 툴쿤은 노래도 짓고, 그들과 의사 소통이 가능한 지능 생물체이다. 멧세이나족의 차히크인 로날(케이트 윈슬렛)과 서로 안부를 묻는 장면에선 마음이 따뜻해졌다. 막대한 스케일로 전달된 바다 속 영상은 자연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단순하면서도 반복된 서사 구조
<아바타: 물의 길>의 서사구조는 단선적이다. ‘가족은 소중하며 지켜야 한다’라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아바타>의 기본적인 구성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제이크 설리도 처음에 네이티리를 만나 오마티카야 부족의 언어와 문화를 배웠다. 아바타 2편에서는 제이크를 비롯한 그의 가족 모두가 그간의 숲속 생활을 버리고 해양 생활을 처음부터 습득하는 과정도 비슷하다. 특히,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의 관계가 다시 그의 아들 로하크(브리튼 달튼)와 멧세니아 부족 리더의 딸 츠이레야(베일리 배스)에서 반복되고 있다.
제이크 설리가 에이와에 의해 선택된 반면, 로하크는 멧세이나족의 형제인 툴쿤에 의해 선택받았다. 차이점은 제이크 설리 부부보다 자녀들이 더 적응을 잘하게 되면서 그들이 점차 주요 캐릭터로 성장하는 것이다. 후속편(아바타 3, 4, 5편)을 위한 복선이기도 하다.
에이와가 존재하는 숲속 성스러운 나무와 유사한 나무가 멧세이나 족의 바닷속에도 있다. 이 둘은 연결되어 있으며, 또한 키리도 이들과 연결되어 있다. 키리는 해상의 생물체 및 바다 정령(에이와)과도 소통한다. 키리가 멧세이나 부족의 일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키리 역시도 멧세이나 부족 입장에선 제이크 설리처럼 외지인이자 이방인이다. 아울러 키리와 스파이더(잭 챔피언)의 관계도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제이크 설리 부부, 로하크와 츠이레야, 키리와 스파이더 모두 다른 부족 간의 결합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예상이다.
단지, 외부(RDA·자원개발관리, 쿼리치 아바타) 침입, 가족 간의 갈등, 새로운 부족과의 만남과 적응에서 오는 어려움과 갈등을 보여줄 때 여러 캐릭터가 중심이 된다. 즉, 제이크 설리의 눈을 통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등장 인물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게 된다. 따라서, 영화에 대한 몰입도는 다소 떨어지고 영화와 거리를 두게 된다. 단 하나의 캐릭터와 동일시하며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
<아바타: 물의 길>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가족(애)’이다. 영화 속에 계속 반복되는 ‘설리 가족은 하나다’(The Sullys stick together)라는 대사가 그것을 반증한다. 여기에서 가족은 반드시 혈연관계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아바타 1편은 제이크 설리가 나비족의 일원으로 재탄생되어 지구인과 맞서 나비족을 수호하는 내용이었다면, 아바타 2에서는 자신의 가족을 꾸리고 그들을 외부 침략자에 맞서 지켜내는 이야기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여기서 네이티리의 역할도 매우 크다는 점이다. 자식이 잡혀 있을 때 그녀의 활약은 눈부시다.
제이크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위대함과 무게감에 눌려 있다. 과연 자신들이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하고 그처럼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네테이얌의 죽음과 함께 로하크의 비중은 커졌다. 곧 그가 제이크 설리의 후계자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또한 네테이얌의 빈자리를 스파이더가 채우면서 제이크 설리 가족이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스파이더가 자신의 아버지라 생각한 쿼리치 대령 아바타를 살려준 행동은 후일 갈등의 씨앗이 될 것 같다.
아바타 2편은 후속편을 위해 여기저기에 복선을 깔아두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제이크 설리의 자녀들 개개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과정에서 로하크는 파히칸이라는 외톨이 툴쿤을 친구로 사귄다. 파히칸은 로하크가 위험에 처하자 그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최첨단의 지구 무기도 그 앞에선 무기력 했다. 툴쿤의 도움을 받고, 멧세이나족과 힘을 합쳐 침략자를 몰아낸다.로하크와 키리는 툴쿤과 바다 생물의 도움을 받아 침몰한 배에 갇힌 가족도 구해낸다.
헐리우드 영화는 사실 세계 영화시장에서 아바타 영화 속 판도라 행성을 노리는 제국주의 세력과 같다. 이러한 할리우드 영화가 지구의 환경 보호와 보존, 인간과 자연과의 공존을 외치는, 엄청난 규모의 영화를 제작해 세계의 관객과 자금을 흡수하는 것도 아이러니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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