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민주 법인세 인하 쟁점, 다 '감세 경쟁' 포퓰리즘

국민의힘은 미국 공화당 전철, 민주당은 박정희 유산 상속

이명박과 김경수의 사면 주장만 차이...여론은 다 ‘반대’가 다수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양당제’라 부르는 것은 사치"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한겨레(12월 12일자)에 <마주 보며 달리는 기차는 세워야 한다>는 칼럼을 기고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마주 보며 달리는 기차’에 비유했다. 강 교수가 틀렸다. 기차 한 대에 두 기관사가 나란히 앉아 있다. 한국 정당정치는 분열만 극심할 뿐이지 ‘양극화’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 한국 정당체제를 ‘양당제’라고 부르는 것조차 사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민주당의 '서민감세' '요구를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고 있다.(사진=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민주당의 '서민감세' '요구를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고 있다.(사진=뉴스1)

국민의힘은 법인세 최고세율 2%포인트 인하를 포함한 법인세 전반의 감세를 추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은 유지하고 중견 및 중소기업의 법인세를 낮추자고 맞섰다. 국민의힘 정부는 ‘법인세를 감면하면 기업의 투자가 증가해 경기가 활성화되고 결국 세수도 더 증가한다’는 ‘래퍼 곡선’을 신봉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다수 국민을 위한 감세를 하면 서민 예산 증액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자는 미국 공화당 정부가 시도했다가 망한 길이다. 후자는 박정희 등 한국 독재정권이 새겨놓은 ‘감세국가’의 연장노선이다.

먼저 전제할 것은 한국 정치경제에서 법인세 논란이 필요 이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법인세를 대폭으로 크게 올리거나 내리지 않는 한 국가의 경제-재정 체질은 그리 바뀌지 않는다. 각국의 소득세와 복지 수준간에는 뚜렷한 비례성이 나타나지만, 법인세와 복지수준에는 깊은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높였지만 재정 확대에 기여하는 바는 미미했다. 민주당이나 이재명 대표가 복지 확대 재원으로 주야장천 법인세를 지목해왔던 것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거꾸로, 법인세를 낮춘다고 해서 기업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하거나 의문스럽다. 이명박 정부에서 여력을 추가 확보했던 기업들이 주로 사내유보를 불린 전례도 있다. 한국의 법인세는 각종 감면 및 공제 제도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그리 높지도 않다.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 바람이 있었고 그에 맞출 필요는 있겠지만, 미국 등이 다시 법인세 인상을 추구하면서 흐름이 바뀔 개연성도 있다. 

‘감세로 결과적으로는 세수가 증가한다’는 것도 더더욱 공염불이다. 미국 공화당 정부의 감세 정책은 세수 감소로 나타났고, 그렇다고 정부 지출을 그만큼 줄이지도 못했으니 빚만 불어났다. 미국 공화당이나 한국 국민의힘은 감세 포퓰리즘을 자극해 곧잘 집권해왔지만, 복지 확대는 고사하고 우파가 중시한다는 ‘재정 건전성’조차 이루지 못했다. 

이에 질세라 이재명 대표는 ‘서민 감세가 서민 복지’라는 식으로 또다른 포퓰리즘을 표출한다. 이것은 좌파 포퓰리즘이 아니라 우파 포퓰리즘이다. ‘부자만 증세해도 복지는 가능하다’가 좌파 포퓰리즘이라면, 우파 포퓰리즘은 ‘감세가 복지다’이다. 1970년대 북한이 세금을 없애자 박정희 정권은 전국민의 80% 이상을 면세자로 만들어버렸다. 한국 독재 정권이 대중적 저항을 피하는 주요 방법이 적극적인 세금 감면이었다. 국가의 강압은 강하지만 공공성은 약한 나라가 되었다. 

김미경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감세 국가의 함정>에서 한국을 ‘복지 국가’와 다른 ‘감세 국가’로 분류한 바 있다. 아직도 소득자의 37.5%가 아예 세금을 내지 않는다. 빈민은 물론 서민 상당수도 면세자인데, 세금을 더 깎아주는 것이 ‘서민 예산’인가? 서민도 세금을 걷고, 중산층은 더욱, 부자는 더더욱 부담하게 하고, 걷은 것을 일부는 빈곤층부터, 일부는 어떤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모두에게 나누어야, 비로소 ‘서민 예산’이 된다. 어떤 조건이나 국면에 따라 감세를 할 수도 있다고 치자. 그것은 그저 그만큼 재정이 줄어드는 것일 뿐 복지가 아니다. 국민의힘의 부자감세 포퓰리즘과 민주당의 서민감세 포퓰리즘은 복지국가를 막아서는 한패거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민 감세론'을 주장하면서 국민의힘 법인세 감세안을 '초부자 감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민 감세론'을 주장하면서 국민의힘 법인세 감세안을 '초부자 감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런 수준의 거대 양당이 가장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분야는 ‘니네 편 잡기’와 ‘우리 편 지키기’ 그리고 ‘이미 잡혀간 사람들의 처우’다. 이명박과 김경수의 사면을 두고 벌이는 작태가 대표적이다. 다행히 여론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둘 모두에 대해 반대가 높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사가 12월 12일부터 14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사면은 찬성 39%, 반대 53%였고, 김경수 사면은 찬성 34%, 반대 51%였다(휴대전화 면접조사 100%에 응답률은 2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두 사면 모두에 반대한 분들에게 질문한다. 우리는 그 둘 ‘사이’에 있는가, 아니면 그들이 (둘이 아니라) ‘한패거리’인가? 우리 중 대다수가 선거 막판에 그 둘 중 하나를 골라 흩어지는 것은 앞으로도 불가피한가? 그 둘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고 인식하며, 그들과 ‘헤어질 결심’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미 ‘신당 창당’을 주창한 바 있는 나는 앞으로 이 질문에 계속해서 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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