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전 용인시 수지구 갤러리위에서 4월 30일까지

전시장에 들어서자 관람자들의 시선을 압도하는 스케일과 섬세한 구조미의 설치 작품이 공간을 장악하고 있다. 설치 작품이 놓여지는 곳은 실내외를 막론하고 공간과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설치(실), 유니온(실, 대나무), 회화 / 사진제공 = 갤러리위 
설치(실), 유니온(실, 대나무), 회화 / 사진제공 = 갤러리위 

황혜성 초대전시 'Union'이 열리고 있는 용인 수지구의 갤러리위 지하층 전시장은 건축적으로는 건물의 진입 공간 역할을 한다. 황혜성 작가의 전시가 펼쳐지는 지하층과 연속되는 1층, 1층에 딸린 남측 마당은 강리나 작가에게 주어졌다. 지하와 1층의 전시 공간은 좁고 긴 연속 계단으로 연결된다. 

연속과 불연속의 공간은 전시 프로그램의 리듬과 시퀀스로 구성되기에 전시 기획측면에서 두 작가의 장르와 작품 색깔은 맞부딪친다. 갤러리측은 두 작가의 두 개의 전시 공간을 분리된 것으로 본듯하다. 

황혜성은 예술적 행보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교회 위주의 전시 활동과 종교적 성향의 작품으로 인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녀의 글로벌 미술 교육 이력이나 활동 범위를 감안하면 이번 전시가 자신만의 세계를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실(絲)로 엮은 단 하나의 설치 작품이 모든 것을 말한다. 

주어진 공간 또한 작가가 극복해야 되는, 뜻하지 않은 역량을 펼쳐보일 수 있는 조건이다. 설치는 작업실에서 미리 만들어져 옮겨오는 작품들과 달리 전시장이 작업장이 되어 작품이 완성된다.  

회화에서 출발한 황혜성은 섬유를 오브제로 사용한 3차원 꼴라주인 아상블라주(assemblage) 성격의 조각가, 공간을 해석하고 지배하는 설치 작가이다. 

‘오사카는 먹다가 망하고 교토는 입다가 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 교토(京都)는 전통적인 직물 도시이다. 그녀가 교토의 ‘가와시마 텍스타일’에 가게 된 건 스승의 추천 때문이다. 실 염색을 정통으로 배웠다. 이카트(ikat), 시보리 등의 직조 방식도 터득했다. 가와시마 텍스타일 출신은 크기가 장대하고 무거운 무대 막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된다. 도쿄의 무사시노 대학에서는 다나카 히데오 교수를 사사, 실험적인 조형 디자인을 배운 뒤 독일로 향했다.   

도쿄 센비키에 갤러리 전시- from my space 2003년 / 사진제공 = 황혜성 작가
도쿄 센비키에 갤러리 전시- from my space 2003년 / 사진제공 = 황혜성 작가

1990년대 전반기 통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통독의 열기와 여운이 남아있었다. 베를린 국립예술대학 예술조형대학원에서는 종이를 기반으로 한 꼴라주 형식에 실크스크린을 한 입체 태피스트리 작업을 주로 했다.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과제였다.

독일 베를린 노이에 갤러리 설치 / 사진 제공 = 황혜성 작가 
독일 베를린 노이에 갤러리 설치 / 사진 제공 = 황혜성 작가 

일본에서 배운 좀 더 입체적인 방식의 안을 내곤했다. 냉기가 도는 치즈 공장으로 쓰던 지하 공간에 와이어를 이용한 설치 작업을 했다. 일본과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도쿄와 베를린에서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가졌다.  

독일 베를린 BLUE 5PLUS1 갤러리 설치 / 사진 제공 = 황혜성 작가 
독일 베를린 BLUE 5PLUS1 갤러리 설치 / 사진 제공 = 황혜성 작가 

황혜성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미술과 건축 미학에서도 보편적 주제인 ‘빛’이다.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캔버스를 대신하는 미디어아트가 현대 미술의 주인공인 듯 행세하나 반사하는 자연의 빛으로 표현하는 회화는 여전히 미술의 중심 자리에 있다.

빛의 현상적 ‘나타남’은 교회 건축의 지속적인 주제였다. 시시각각 변하고 느낄 수 있는 현상적 빛(lumen)과 보이지 않는 신성한 빛(lux)을 엮어내는건 건축가들의 숙명이다.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1987~1965)의 롱샹 성당은 오로지 자연광으로만 내부 공간을 채운다.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는 건물의 남쪽 정면을 찢어 만든 슬릿 창을 통해 빛이 나타나도록 한다. 

황혜성 작가는 빛을 기독교적 생명으로 등치시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명은 곧 빛이기도 하다. 기독교 신앙과 사상에 충만한 작가의 작품 해석을 굳이 미학적으로 돌려 말할 필요가 없다. 요한복음 1장을 인용해 본다.   

IN CHRIST. 대나무. 실 (분당 만나교회 설치) / 사진제공 = 황혜성 작가
IN CHRIST. 대나무. 실 (분당 만나교회 설치) / 사진제공 = 황혜성 작가

4절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5절 빛이 어둠에 비치니,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더라.

4 In him was life, and the life was the light of men.
5 The light shines in the darkness, and the darkness has not overcome it. 
<도올 김용옥의 요한복음 강해에서 인용>

4절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5절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4 through him was life, and this life was the light of the human race;
5 the light shines in the darkness, and the darkness has not overcome it.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간행 성경>

개신교든 카톨릭이든 요한복음 1장 5절의 영문 텍스트는 일치한다. 빛과 어둠은 명확하게 대비된다. 개신교 신학자 김용옥은 빛을 ‘로고스 = 말씀’으로 본다. 빛에 대한 설명이다. “예수라는 로고스, 즉 온전한 빛이 나타남으로써 이들을 취함에서 깨어날 수 있는 계기를 얻는다“ 

종교와 예술은 궁극적으로 같은 곳을 지향한다. 그리스어로 극장은 ‘테아트론’(theatron)인데, 본래 의미는 “자기 자신을 제3자의 눈으로 관찰하는 장소”다. 종교학자 배철현은 ‘깊이 바라보는 것, 예술이 탄생한 것이다’고 말한다.

황혜성의 신앙과 생활에서의 ‘깊이 바라 봄’은 근원으로서의 빛, 창조의 빛에 천착한다. 실(絲)로 엮는 설치 작업은 그 빛들이 끊임없이 뻗고 연계하여 사람과 사람을 자연을 우주를, 결국 모든 생명을 연결하는 가교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표현한다.

설치는 아크릴을 사용하면 늘어지는데 반해 면사는 장력과 유연성이 있다. 공간에 따라 실 굵기도 달리한다. 실이 너무 가늘면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작가는 빛(생명)을 표현하기 위해 실내에 인공 조명, 파랑과 빨강, 가로와 세로, 대나무와 실 이라는 대비와 만남을 연합 또는 결합(union)으로 매듭지었다. 그 상징은 예수 고난의 상징인 십자가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부조(浮彫)이면서 아상블라주인 작품은 어린 대나무로 엮은 몸체에 마치 동양화의 준법과 필획으로 수평과 수직, 사선으로 가로질러 형태와 볼륨을 만든 듯 보인다. 

IN CHRIST. 대나무. 실 (온누리 교회 설치) / 사진제공 = 황혜성 작가
IN CHRIST. 대나무. 실 (온누리 교회 설치) / 사진제공 = 황혜성 작가

작가는 터키를 여행하면서 지면 아래, 동굴의 벌집 등 자연이 만들어준 공간에 사람들이 맞추어 사는걸 보았다. 

“살아있다는 것은 벨트를 풀고 골칫거리를 찾아나서는 거야”(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황혜성은 작업 공간에 제한받지 않는 유목민적인(nomad) 이동이 되고 펼치면 전시가 가능한, 종이를 매개로 거주 공간을 모티프로 한 작품을 구상중이다. 

갤러리위에서의 전시는 4월 30일(토)까지 이다. 

심정택은 쌍용자동차, 삼성자동차 등 자동차회사 기획 부서에서 근무했고 홍보 대행사를 경영했다. 이후 상업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50여회의 초대전, 국내외 300여 군데의 작가 스튜디오를 탐방한 14년차 미술 현장 전문가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각 언론에 재계 및 산업 칼럼을 써왔고, 최근에는 미술 및 건축 칼럼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저서로는 '삼성의몰락', '현대자동차를 말한다', '이건희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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