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의견]

尹 미국 국빈방문 직전 일본 총리 부인 백악관 단독 초청

로이터 "매우 이례적"...일본, 별도 협정으로 IRA 수혜도

'블랙핑크'로 흐려진 정상회담…국익손실·외교혼선 초래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를 미국에 단독 초청한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로이터와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질 바이든 여사는 기시다 유코 여사에게 백악관에 방문해달라고 공식 요청했으며 유코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과도 만날 예정이다. 유코 여사의 방미 시기는 이달 중순이라고만 공개됐으며 구체적인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는 "일본 총리 부인은 외국 순방에도 동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특히 다른 국가를 단독으로 방문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또한 미국 백악관이 다른 국가의 영부인을 별도로 초청하는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코 여사는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일 당시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자택에서 가져온 다기를 이용해 전통 차를 직접 대접했다. 이 모습에 감동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현장에서 유코 여사를 미국에 초청했다. 

지난해 5월 23일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기시다 총리와 환담을 하는 자리에 기시다 유코 여사가 기모노를 입고 바이든에게 차를 대접하고 있다. (사진=일본 내각 홍보실)
지난해 5월 23일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기시다 총리와 환담을 하는 자리에 기시다 유코 여사가 기모노를 입고 바이든에게 차를 대접하고 있다. (사진=일본 내각 홍보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월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당시는 질 바이든 여사가 수술을 받은 직후여서 유코 여사는 기시다 총리와 동행하지 않았다. 질 바이든 여사는 남편을 극진히 대접하고 미일 우호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유코 여사에게 사의를 표하기 위해 단독 초청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로시마현 출신인 유코 여사는 명문 도쿄여대(Tokyo Woman's Christian University)를 졸업하고 고향이 지역구인 기시다 총리와 중매로 결혼해 3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도쿄여대는 일본에서 가장 영어 교육이 뛰어난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유코 여사는 어렸을 때부터 개인교습을 받아 영어에 능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코 여사는 기시다 총리가 외상이던 지난 2016년 4월 고향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외교장관 부인들을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유코 여사의 백악관 방문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초청 시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 내외가 26일 한국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직전에 일본 퍼스트레이디를 초청해 회동하는 점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후 처음 열리는 국빈방문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일본측과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시부터 강화됐던 미국과 일본의 동맹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더욱 굳건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바이든 정부의 핵심 안보 개념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참여해 중국의 남하를 막는 보루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발표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안의 세액공제 대상인 FTA 체결국가가 아니지만 미국과 별도의 협약을 체결해 한국과 동일한 혜택을 받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지난달 16~17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김건희 여사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와 화과자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지난달 16~17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김건희 여사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와 화과자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반면 한국은 제대로 된 '영부인 외교'를 보여주겠다며 이번 국빈방문 기간 블랙핑크와 레이디가가 합동공연을 추진하다 방문을 한달도 남겨놓지 않고 가장 중요한 외교 책임자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라인이 전멸하는 사달로 이어졌다. 게다가 질 바이든 여사의 요청으로 블랙핑크 공연이 추진됐다는 어설픈 변명을 내세워 이 사안의 논란을 더 키웠다. 

미국 백악관 영부인실의 공식 홈페이지 명칭은 'Dr. Jill Biden, First Lady(질 바이든 박사, 영부인)' 이다. 질 바이든 여사가 교육학 박사 학위(D.Ed)를 갖고 있기 때문. 미국에서는 의학박사와 연구대학(Research University)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에게는 이름 앞에 꼭 닥터(Dr.)라는 호칭을 붙인다. 영어 문화권에는 반말과 존댓말의 개념은 없지만, 이름에 붙이는 존칭에는 예의와 격식을 철저히 지키는 편이다. 이런 미국에서 왜 박사학위를 받은 김건희 여사에게 한번도 공식적으로 Dr.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는지도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한국이 블랙핑크발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이 미국은 회담 대신 '축제'를 바라는 한국을 이용해 최대한 자국의 국익을 챙기겠다며 이같은 분위기를 반기고 있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지난 6일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정부와 논쟁할 부분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와 비교할때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한국에 불리한 반도체지원 법안과 관련, 실질적인 양보 대신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텍사스 삼성전자 공장을 함께 방문하는 방식으로 체면을 세워줄 것이라는 분석도 돌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도 반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한국에 청구서를 내밀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또 '말 잘듣는' 윤석열 정부와 협력해 한미일 안보 공조를 확실히 부각시키고, 한국에는 핵 확장억제력이라는 '립 서비스'를 허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가장 일본스러운 방법으로 정성을 다해 소박하게 손님을 대접한 일본에게는 전례없는 영부인 단독 백악관 초청이 전해지고, 누구의 발상인지 모르겠지만 전세계에 내세울 화려한 무대를 만들겠다며 정상회담 자체의 본질을 흐린 한국에는 최악의 외교 혼선과 국익 손실이라는 폭탄이 주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상연은 199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애틀랜타 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며, 뉴스버스 객원특파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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