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임대인 파산→임차인 피해' 악순환의 고리 초래

대전·경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연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대전·경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연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 확산, 아직도 전 정권 탓인가?

많은 다주택자들이 전 정권에 등을 돌렸다고 한다. 전 정권에서 부동산시장에 가해왔던 여러 규제와 부동산 관련 대책 남발로 시장 기능 파괴,  그로 인한 신뢰 상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 정권에서 태동된 전세 사기는 빌라 건축업자와 중개업자 그리고 감정평가사들이 결탁하여 벌인 일종의 사기극이다. 그런데 임차인의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현 정부에서 내놓은 전세 사기 대책도 문제를 안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임차인 뿐만 아니라 영세 임대인까지 벼랑으로 몰아 결국 새로운 임차인의 피해를 발생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전세 사기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윤 정권 역시 전 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게 일방적 규제를 통한 통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새 정권의 비아파트 저가주택의 임대 정책 역시 구체적으로는 주택보증보험(HUG) 보증 강제와 그 한도 규제를 통해 전세가격을 통제하는 것인데, 이 또한 시장 기능을 파괴시키고 있다. 

전세 사기의 실상은?

전세사기의 실상은 이렇다. 1~2년 전부터 대표적 비아파트 주택인 빌라나 오피스텔을 신규 분양할 때 건축주가 바지임대인(소위 노숙자로 대변되는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주 대상)을 내세워 임차인과 전세계약을 체결한다. 경우에 따라선 임차인에게 수당을 주기도 한다. 임차인은 한국주택보험공사(Hug)의 보증 보험을 발판으로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원만하게 받고 신축 빌라나 오피스텔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전세입주 한다. 이때 건축주와 중개인 및 감정평가사가 공모하여 임대 주택의 가격을 높인 뒤 이를 통해 확보된 전세 보증금 차익을 서로 배분한다. 이렇게 되면 임대 계약기간 2년 후가 되어 전세보증금 상환이 다가올 때, 전세 가격이 시장 가격 보다 높기 때문에 다음 세입자가 확보되지 않게 된다. 또 전세가격이 하락하면, 전세 보증금 상환이 어렵게 되고 결국 임차인은 임대인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떼이고 전세보증금 대출금을 떠안게 돼 파산 상황이 된다. 이게 전형적인 전세사기 구조다.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 상환 의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임차인은 대출금으로 납부한 보증금을 날리고 새로 전세금을 조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임차인의 대출금 상환이 불가능해지면, 결국 주택전세금 대출 보증을 선 주택보험공사(HUG)가 떠안게 되고 부실은 국가 세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주택보험공사(HUG) 보증보험 의무가입, 왜 문제?

문재인 정부는 당시 임차인 보호목적으로 입법 시행된 소위 임대차 3법(전월세 상환제, 전월세 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을 기반으로 임차인 보호를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 주택임대사업등록(이하 주임사) 건물주에 2020년도부터 보증보험가입을 의무화하고 모든 주임사 물건에 대해 이를 소급 적용했다. 물론 주임사들에게는 세제 혜택이라는 당근이 주어졌다. 

당시에는 주택임차인 보호라는 명분으로 HUG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정책을 시행했는데, 이 정책이 시장에서는 전세 사기의 도구가 돼 버렸다. HUG보증보험을 발판으로 전세 사기판이 벌어지고, 전세 자금 대출이 허그 보증으로 인해 무방비로 방출됐다.

인천에서 2,000채가 넘는 주택을 보유하며 전세 사기를 벌인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피해자의 1주기를 앞두고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추모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에서 2,000채가 넘는 주택을 보유하며 전세 사기를 벌인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피해자의 1주기를 앞두고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추모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택시장 잡는 현 정권의 엉터리 전세 대책

전세사기가 사회 문제화하자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 벗고 나섰다. 그 핵심 정책은 소위 주택 공시지가의 126%라는 보증기준 가이드라인이다. 이를 통해 전세 보증금 가격을 통제하고 나선 것이다. 공시지가의 126%는  시세의 70~80% 정도에 그쳐, 주택 임차 시장의 새로운 폭탄이 된 것이다.  

전세 사기가 아닌 정상적인 주임사 임대인은 과거 100이라는 보증금을 받았던 것을  공시지가의 125% 규제에 따르면 새로운 세입자에게 70~80% 정도 받게 받을 수 없게 돼 결국 만기 전세입주자에게 보증금 반환시 20~30% 가량의 자금 부족이 발생하게 된다. 이게 한두 채가 아니라 여러 채인 경우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지고, 결국 주택보증보험의 대위변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 보증보험의 대위변제가 연쇄 부도를 유발하는 것이다. 

알다시피, 한 세입자로 인한 대위변제는 모든 새로운 보증을 규제하게 되는 연좌제에 걸리게 되어 있다. 따라서 수십채의 임대 주택을 보유한 주임사 임대인은 한 건물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 건물을 재임대하지 못하게 되고 대위변제로 가진 건물을 경매 처분 당할 수밖에 없다. 소위 신용불량 정보처럼, 한군데 대위변제가 발생하면 도미노처럼 전 재산의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해져 전 재산의 경매처분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몰리는 결과를 낳는다.

영세 임대인 몰락으로 임차인 피해 확산 

임차인들이 전세 사기를 당해 길거리로 내몰리지 않도록 그들을 보호한다는 정책이 다시 이젠 임대인 마저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임차인의 눈물을 닦으려 만든 규제가 새로운 영세 임대인의 눈물을 만들고, 그 임대인의 파산은 또 새로운 임차인 피해를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 셈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택보험공사(HUG) 보증 공시지가의 126% 한도라는 규제가 시장의 ‘전세가격 통제’인 것이다. 1970년대~1980년대식 과도한 시장의 규제(특히 가격규제)로 주택 시장을 왜곡시킴으로써 주택시장만이 아니라 연계된 모든 시장의 왜곡으로 이어져 국민경제 전체가 망가질 수 있는 위험까지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겉으로 보기엔 가진자로 보였던 영세임대인이 결국은 헤어 나올 수 없는 파산의 늪으로 빠지게 한 핵심이 바로 HUG보증금 126% 한도 정책이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강력히 실행한 이 제도는 비아파트 저가 빌라 연립주택 시장과 전세시장을 초토화 시켜 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임대인의 몰락은 비아파트 임대 주택의 공급을 중단시켜 결국 임대 주택 시장을 파괴하고 있다.

전체 주택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비아파트 주거 시장의 파괴는 바로 아파트 가격과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져 영세 서민의 주거 비용만 부담시키고 만다. 전세 사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확대되어가는 과정에는 바로 정부의 엉터리 시장통제 정책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경기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뉴스버스
포털 '다음'에선 기본값으로 뉴스버스 기사가 검색되지 않습니다.
정권 비판 뉴스를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뉴스버스 기사를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저작권자 © 뉴스버스(Newsvers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