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해커 자금 받은 민간인, 코인투자사 운영 뒤 수익금 전달

민간인 공범은, 2018년 北해커 불법 도박사이트 고객유인책

민간인 공범, 北해커 지령 받고 육군 대위 간첩활동 지원

육군 특수전사령부 장병들이 지난 2016년 12월 28일 강원도 평창군 황병산 일원에서 수중침투작전을 훈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육군 특수전사령부 장병들이 지난 2016년 12월 28일 강원도 평창군 황병산 일원에서 수중침투작전을 훈련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현역 '김정은 참수부대' 소속 김모 대위가 가상화폐를 받고 북한 해커(공작원)에게 참수부대 임무 관련 기밀을 넘긴 일명 '육군 대위 간첩 사건'의 민간인 공범이 북 공작원의 자금으로 가상화폐 투자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간인 공범 이모씨는 가상화폐 투자업체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올린 뒤 수익금 일부를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했다. 이씨는 북 공작원에게서 60만달러(6억 6,000여만원)를 받아 가상화폐 투자업체 H사를 세웠다.   

사실상 북한 공작원이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코인 투자업체를 운영하며 수익금을 공작비로 조달한 셈이다.

1. 北 공작원이 국내 코인투자사 자금줄 

뉴스버스가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확보한 육군 대위 간첩 사건의 공범 이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씨는 2021년 2월 1일쯤 공작명이 '보리스'인 북한 해커로부터 가상화폐 투자 운영자금으로 약 60만달러(약 6억6,000만원)를 받았다. 

이씨는 보리스가 건넨 자금으로 가상화폐 투자업체 H사를 세워 7개월만에 약 30만달러의 수익을 얻어 북 공작원 보리스에게 전달했다. 보리스는 이 돈 가운데 3만달러를 남기고 이씨에게 27만달러(약 2억 6,000만원)를 분배해줬다.

경기도 하남시 모 빌딩에 위치한 H사 사무실이 5월 27일 굳게 닫혀있다. (사진=뉴스버스)
경기도 하남시 모 빌딩에 위치한 H사 사무실이 5월 27일 굳게 닫혀있다. (사진=뉴스버스)

H사는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홈페이지에 게재되던 일일 가상화폐 동향 분석 게시글도 지난 4월 1일을 끝으로 더 이상 올라오지 않고 있다. 이 사건 수사는 4월 1일 시작됐다.

뉴스버스는 홈페이지에 게시된 H사 전화번호로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또 그동안엔 군 기밀을 넘긴 김 대위가 특전사령부에서 '적 지휘부 제거작전' 관련 임무 수행을 하는 정도로 알려졌으나, 이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 대위에 대해 '김정은 참수부대' 소속으로 명시했다.

2. 北공작원 운영 불법 도박사이트 '고객유인책' 활동

이씨가 북한 공작원 보리스가 운영하는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에 가담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북한 공작원 보리스는 주로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전 담당 부서 '110호 연구소'(기술정찰국)의 하부조직으로 불법 사이버 도박 조직을 운영하며 불법 자금을 조달하는 북한 해커부대 소속이었다.

이씨는 2016년 경 인터넷 가상화폐 거래 커뮤니티에서 처음 보리스를 알게 된 후 2018년 경 보리스가 운영하는 불법 도박사이트에 가담해 스팸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고객유인책 역할을 담당했다.

이씨는 자신이 해오던 불법 도박사이트 고객유인책 업무를 사촌동생인 육군 중위 출신 A씨에게 넘겼는데, A씨는 보리스에게 참수부대 기밀을 넘긴 김모 대위의 군 동기로 김 대위에게 보리스를 소개한 인물이다. 보리스는 불법 도박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김 대위에게 가상화폐 등을 제공하고 군 기밀 등을 넘겨받았다. 

이씨가 1월 17일 구입해 김정은 참수부대 대위 김모씨에게 전달한 시계형 몰래카메라. (사진=경찰청)
이씨가 1월 17일 구입해 김정은 참수부대 대위 김모씨에게 전달한 시계형 몰래카메라. (사진=경찰청)

3. 北공작원 지시 받고 김모 대위 간첩행각 지원

이씨는 김 대위의 간첩 행각을 측면 지원했다. 그는 2022년 1월 북한 공작원 보리스의 지시를 받고 시계형 몰래카메라를 구입해 김 대위에게 택배로 전달했다.

김 대위는 이씨로부터 전달받은 시계형 몰래카메라를 부대에 반입한 후 1월 31일부터 2월 4일까지 비밀문서를 촬영해 보리스에게 전송했다. 이 문건은 김 대위가 소속돼 있던 '김정은 참수부대'의 전·평시 작전계획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군사 2급 비밀이었다. 북한에 넘어갈 경우 임무수행 제한 등 국가안보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밀로 평가된다.

또 이씨는 북한 공작원 보리스의 지시로 해킹장비 '포이즌탭(Poison Tap)'을 제작하기도 했다. 포이즌탭은 USB를 PC에 연결하면 PC에 담긴 모든 정보를 빼내는 장치다. USB 연결 후 약 3분 안에 모든 PC의 권한을 탈취할 수 있고, 탈취 후에는 원격으로 PC를 조작하고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씨가 북한 공작원 보리스의 지시를 받아 제작 중이었던 해킹 장비 포이즌 탭. (사진=경찰청)
이씨가 북한 공작원 보리스의 지시를 받아 제작 중이었던 해킹 장비 포이즌 탭. (사진=경찰청)

보리스의 지시에 따라 이씨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모뎀 케이블을 해외 구매하고, 1월 11일 메모리카드와 카드리더기를 구입했다. 1월 13일에는 보리스로부터 받은 물품구입처 링크에 접속해 포이즌탭 제작용 키판1개, SSD메모리카드 4개, 와이파이 장치, 모뎀케이블 2개 등을 사들였다.

이씨는 1월 13일 구입한 부품들을 조립하고 자신이 사용하던 노트북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해 보리스가 원격으로 포이즌탭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1월 10일경 김 대위 소속 부대의 보안 강화로 인해 정보 수집이 어려워져 포이즌탭은 실제 부대에 반입되지 않았다.

뉴스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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