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8월 13일에 풀려날까?

올해 광복절 가석방일은 8월 13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무부의 가석방 심사를 통과하면 8월 13일에 풀려난다. 가석방 업무지침상 광복절 가석방 기준일은 8월 14일이지만, 14일이 토요일이라 하루 앞당겨 나오게 된다.

가석방은 구치소나 교도소가 예비 심사를 거쳐 법무부에 가석방 적격 심사 신청을 하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적격 부적격 여부 등을 심사하게 된다. 다수결에 의해 적격으로 판정나면 법무부 장관의 허가로 가석방이 이뤄진다.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심사 대상 포함 여부에 대해 박범계 장관은 언급을 피하며 “절차와 시스템의 문제”라고만 밝혔다. 법무부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뉴스버스의 취재 결과 이 전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의 예비 심사를 통과해 가석방 적격 심사 신청 대상자로 법무부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광복절 가석방을 논의할 가석방심사위원회가 21일 한 차례 회의를 열어 심사 기준 등을 논의한 사실도 확인됐다.

예비 심사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한 이 부회장이 본 가석방 심사위원회를 통과해 가석방이 허가될지 여부는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결정된다면 전례없는 ‘가석방 특혜’라는 점은 분명하다  

1. 특혜1- 추가 사건 진행자에 대한 가석방 신청은 전례 없는 일 

수사 또는 재판 중인 추가 사건 진행자의 경우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 전례가 없다는 게 가석방 심사위원회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스1)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86억원의 뇌물공여와 삼성전자 자금 횡령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6월의 형이 확정돼 수감됐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분식을 통한 불법 승계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유무죄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지만 유죄 선고시엔 실형이 예상되는 추가 사건이다. 그리고 기소 내용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미래전략실 주도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기 위해 거짓 정보를 유포했다는 ‘시세 조종’ 혐의가 포함돼 있다. 주가조작을 했다는 것인데, 주가조작이야 말로 수 많은 피해자를 양산시키는 범죄다. 
 
법무부 가석방 업무지침에는 예비심사 단계에서 추가 사건이 있는 경우 법원 검찰 등 관련 기관의 의견을 조회하여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가석방 업무지침 제20조 (추가사건 진행자) 예비심사대상자에 대하여 수사·재판 중인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법원, 검찰 등 관련기관의 의견 등을 조회하여 예비심사에 반영하여야 한다>

일단 이 부회장을 예비 심사한 서울구치소 측이 검찰과 법원의 의견을 반영했는지부터 의문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분식 사건과 관련, 삼성이 방패 수단으로 삼은 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유’ 결정에도 불구하고 기소를 했기 때문에 가석방에 찬성하는 입장을 낼 리가 없다. 법원 역시 국정농단 사건에서 실형을 확정시킨데 이어 다른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풀어주라’는 의견을 낸다는 건 상식적으로 앞뒤 맞지 않는 일이다. 유무죄 판결에 대한 예단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수사나 재판 중인 추가 사건이 있는 경우 구치소나 교도소측은 아예 예비 심사 대상 자체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가석방 심사위 당연직 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법무부 고위 간부 출신 A씨는 “추가 사건이 벌금형 정도의 사건이라면 모르지만, 실형이 예상되는 추가 사건이 있는 경우 가석방을 해 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추가 사건이 있으면 교정 당국이 아예 예비 심사에서부터 제쳐놓는다”고 말했다. 가석방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는 관계자 B씨 역시 “기소 전 단계인 수사 중인 사안만 있어도 해당 교도소가 가석방 예비 심사에 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은 지난 2019년 1월 ‘50억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 이후 수백억 탈세 혐의로 추가 사건이 진행돼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 받은 뒤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전 회장의 경우 복역율이 85%에 이르고 추가 사건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추가 사건이 있다는 이유로 예비 심사 단계에서부터 제외됐다. 

2. 특혜2- 누구를 위한 가석방 '형 집행률 기준' 완화였나? 

법무부는 지난 5월 가석방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형 집행률 기준을 낮춰 가석방 대상이 되는 복역률 기준을 60%로 완화해 7월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법률신문/ 7월부터 '가석방' 대폭 늘린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대두되고 있던 무렵이었다. 

박범계 장관은 22일 수원구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가석방률을 높이는 지침 개정 추진은 취임 초부터 해온 일”이라며 “(복역률 기준 완화가) 특정인(이 부회장)과는 관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필 이 부회장이 박 장관의 가석방 대상 확대 방침의 첫 수혜자 대열이어야 하는지는 납득하기 어렵다. 

재판을 받고 있는 추가 사건 진행자가 예비 심사 대상자가 되는 전례 없는 특혜가 있었던 점으로 보면, 이 부회장 가석방 논의 시점 코 앞에서 시행된 복역률 완화가 ‘이재용 맞춤형’이라는 의심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이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 법무부 심사 대상에 올랐다는 첫 보도가 머니투데이에 나온 날은 21일이다. 

이 날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이 부회장의 형 집행률은 60%에 못 미친다. 형 집행률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는데도 예비 심사 대상이 되고, 예비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기준일(8월13일)로 형 집행률을 따져야만 61.5%로 가까스로 기준을 충족시킨다.

이재용이 아닌 일반인 수형자였다면 예비 심사 단계에서 형 집행률 기준을 채우지 못한 상태이므로 법무부에 가석방을 신청하지 않을 뿐더러, 예비 심사 대상에도 포함시키지도 않는다. 이재용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보면 일반인들 눈에는 이 또한 ‘특혜’이고, 법무부의 형 집행률 기준 완화가 ‘이재용 맞춤형’이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가석방 업무지침에 따르면 가석방 심사 기준은 무기수형자 관리사범(조직폭력 마약 등) 장기수형자 보호사범(중환자 고령자등) 제한사범(강력범죄) 교통사범 일반사범 등의 7단계로 구별해 적용한다. 어디에도 '재벌 사범'이라는 분류는 없다. 그런데 이재용을 위한 특별한 분류 ‘재벌 사범’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3. 박근혜 정권-황교안 장관 때 ‘사회지도층 가석방 불허’
  문재인 정권-박범계 장관 가석방 기준 완화 이재용 부터 적용?

박근혜 정권의 황교안 장관 시절인 2013년 법무부는 ‘광복절 가석방’과 관련, 새로운 가석방 기준을 마련했다는 보도 자료(2013년 8월 13일)를 냈다.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범죄를 저지른 사회 지도층 인사에 대한 ‘광복절 가석방’을 배제했다"며 "앞으로도 특별한 정상 참작 사유가 없는 한 사회 지도층 인사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가석방을 불허하는 새 가석방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의 박범계 장관은 2021년 가석방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형 집행률 기준을 완화했다. 그리고 완화된 기준의 수혜를 보는 첫 대열에 이 부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오후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경기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오후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경기도)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20일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에서 기자들에게 “이재용 부회장이 8월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가석방 가능성을 언급했다. 동행했던 이재명 경지지사 역시 “재벌이라고 가석방에 불이익을 줄 필요는 없다”고 거드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지사는 논란이 있자 22일 “특별한 혜택을 받아서도 안되지만, 특별한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된다”는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송영길 대표 발언 다음날인 7월 21일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주요 문화재와 미술품을 동시에 공개했다. 

한쪽에선 ‘이건희 컬렉션’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붙잡고, 다른 한쪽에선 여권의 유력 인사들이 ‘이재용 가석방’을 기정 사실화시키 듯 변죽을 울려댄 것이다. 우연치고는 상당히 공교롭다.

박근혜 정부 땐 사회지도층 인사에 대한 가석방 불허 정책을 시행했는데, 권위주의 정부 심판과 정경유착 근절을 요구했던 촛불에 힘입어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가석방 정책보다 더 후퇴한 ‘재벌 특혜 가석방’을 하려고 안달하는 모습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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