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만 흘리는 무능하고 무지한 엄마 되지 않겠다"

[축구 유난히 좋아하던 29살 희생자 이남훈씨 어머니] "대통령은 진실성 있는 공식 사과하십시오" "29살의 삶을 지켜주지 못한 무능한 정부의 잘못" "영정 사진도 위패도 없는 불쌍한 영혼 만들지 말라" "새벽잠 이겨가며 열심히 살던 아들 지금은 곁에 없어"

2022-11-22     정리=이진동 기자

이태원 10.29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처음으로 한데 모여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정부로부터 참사와 관련한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고, 억울함을 풀어놓을 길도 없었습니다. 뉴스버스는 이태원 10.29 참사를 기록하는 차원에서 유가족이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밝힌 희생자들의 사연과 유가족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합니다. / 편집인 주

① [오열속 유가족 기자회견] 진정한 사과·책임규명 요구
② "국가는 어디 있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이젠 답해달라“
③ "눈물만 흘리는 무능하고 무지한 엄마 되지 않겠다“
④ "10월 29일 밤 10시 15분 이태원에 국가는 없었다“
⑤ "유가족이 무슨 반 정부세력이냐, 모이면 왜 안되나“
⑥ "자리지키려고 숨만 쉬는 식물인간들 응징해달라“
⑦ "정부 사과 받아야 하는데, 떠나지만 억울함 풀어달라“

'이태원 10.29참사' 희생자 유가족 입장 기자회견에서 29살 희생자 이남훈씨 어머니가 사망진단서를 들어보이며 심경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저는 그냥 평범한 엄마로서의 넋두리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저는 이 순간 이 자리 이 시간에도 이 비참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저희 아들 영정사진 대신 살아 생전 웃고 있는 사진을 가슴에 품고 왔습니다.

이 세상 어느 부모가 내 자식 태어난 곳, 태어나 시간 날짜, 태어난 순간을 모르는 부모가 어디에 있을까요.

보십시오 이것이 저희 아들의 사망진단서라고 하네요. 사망 일시도 추정, 이태원 거리 노상, 사인은 미상 이게 말이 되는 상황입니까. 어떻게 부모가 내 자식이 죽었는데, 사인도 시간도 제대로 된 장소도 알지 못하고, 내 자식을 어떻게 떠나보내라 하십니까.

어떤 순간에 죽음에 이르렀는지, 아니면 누군가 도와주어 심폐소생술이라도 받았는지, 병원 이송 도중 사망했는지, 이 정도는 알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 참사 현장을 보며 무슨 꿍꿍이 무슨 생각으로 우리 아이들 시신을 경기도 외곽으로 뿔뿔이 흩어놓으셨나요. 

이태원 근처 큰 의료시설에 최소 20~30명이라도 모여 있었다면, 이런 의심은 하지 않겠습니다. 누가 무엇이 두려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지시를 내린 건가요. 결국 유가족끼리 만나지 못하도록 철저히 계산 속에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 29살 이남훈 엄마입니다. 저는 아직도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데, 내 아들은 온데간데 없고 아직도 아들이 퇴근하고 들어오면 ‘엄마 배고파요’ 하던 아들의 목소리만 머리에 맴돌고 있네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들의 핸드폰은 꺼졌는데, 새벽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 알람이 울리더군요. 

우리 아들, 이 땅에 젊은이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치열하고 힘든 하루하루의 삶이었을까요. 어떻게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릴 줄 알았다면 내 옆에 있을 때 더 안아주고 더 토닥거려줄걸, 사랑한다고 매일 매일 말해줄걸, 얼굴 한 번 더 만져줄걸... 내 머리를 쥐어 박고 가슴을 뜯고 또 치면서 먼저 보낸 미안함에 몸부림칩니다.

술 한 잔 마실 줄도 모르고 축구를 유난히 좋아했던 착하디 착하기만 했던 우리 아들. 일이 힘들어, 일하다 허리 아픈 것도 참아내고 새벽 잠을 이겨가며 그저 열심히 살아가며 노력했던 아들이 하루 아침에, 이제는 제 곁에 없습니다.

엄마는 이제 어떡할까. 엄마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엄마는 우리 남훈이 없으면 안 되는데, 핸드폰 단축번호 3번에 저장된 내 사랑하는 아들... '아들 몇 시에 들어와' '밥은 먹었어' '냉장고에 아들 좋아하는 삼겹살 사 놓았어' 이제는 더 이상 핸드폰에도 아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가 없어요.

'이태원 10.29참사' 희생자인 29살 이남훈씨의 어머니가 심경 발표를 '사랑한다 남훈아...'라고 맺으면서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장례식 내내 우리 아들 곁을 지키며 같이 울어주고, 함께 아파하던 아들 친구들이 떠올랐습니다. 문자를 보냈지요. 아들 친구들에게.

미안해서 함께 울면서 저는 우리 아들 친구들에게 얘기했습니다. 이번 일로 너희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이런 슬픔과 아픔을 겪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너희들만이라도 그저 친구가 좋은 곳에 먼저 갔으려니 생각하고 그저 열심히 살아주기만을 바란다고, 아들 친구들이 보여준 우정과 사랑 잊지 않고 기억한다고...

그리고 저는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무능한 이 정부에 아들을 뺏겼지만 엄마는 더 이상 아들 앞에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는 무능하고 무지한 엄마는 되지 않겠노라고요.

내 아들이 아닌 이 땅의 모든 아들 딸들이 또 다시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참사에 희생되지 않도록 철저히 밝혀달라고, 이 나라 이 정부에 단호히 대응하고 소리칠 거라고요. 왜 이런 사태까지 됐는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의 무능함을 모른 채 저는 그저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저는 얼마나 무지한 엄마였을까요. 그러나 이제는 알겠습니다. 내 아들이 죽은 이유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엄마는 우리 가족은 알아야겠습니다. 

그런데도 무지한 저는 이해 못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걸 하나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아들 잘못 아니라고, 무능한 정부에서 그저 열심히 살아온 아까운 29살의 삶을 지켜주지 못한 무능한 어른들 무능한 정부의 잘못이고, 그러니 무지한 이 엄마는 이제 넋 놓고 눈물만 흘리지 않으려 한다고요.

도와주십시오. 유가족 여러분과 함께 우리 아이들이 억울하고 비통한 죽음에 대해서 철저히 명확하게 밝힐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동참하려 합니다.

저는 정치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그날의 진실과 투명한 조사, 그리고 책임 있는 자들의 책임과 사퇴 더 나아가서는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를 비롯해 더 이상 우리 아들 딸들의 영정 사진도 위패도 없는 불쌍한 영혼으로 만들지 말아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정치인 죽음엔 영정사진 놓고 애통함 표하면서 우리 아들은 왜 안되는 거냐"

이 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고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됩니다. 누구 누구 정치인, 누구 누구의 유명인 죽음 앞에 방송은 영정 사진과 애통함은 표하면서 왜 우리 아들은 안 되는 겁니까.

우리 아이들도 이 나라 국민이고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는 이는 없습니다. 저는 아들 떠난후 지금도 방에 불을 끄지 못합니다. 우리 아들이 이 시간이라도 방 문 열고 들어올 것 같아 차마 방 전등을 꿀 수 없이 밤을 지새웁니다.

한여름 전기세 아낀다고 '절약해야한다'고 에어컨을 자주 끄니, 우리 아들이 하는 말, '우리 집은 에어컨이 전시용'이라며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땅에 묻고, 배우자가 죽으면 머리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더군요. 저는 언제쯤 우리 아들에게 편히 좋은 곳에서 엄마 만날 때까지 엄마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요. 언제 우리 아들을 편히 보내줄 수 있을까요.

이 나라 정치하시는 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 유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진정성 있게 생각하신다면, 솔직해지십시오 제대로 된 조사와 제대로 된 사과, 우리 아이들에게 사과하십시오. 책임 있는 자들은 책임지고 대통령은 진실성 있는 공식 사과하십시오.

마지막으로 우리 아들과 희생된 모든 우리 아이들에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큰 소리로 전하고 싶습니다.

사랑한다 아이들아. 사랑한다 우리 아들 남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