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 취임후 끊임없는 논란

2021-06-21     전혁수 기자

 

김원웅 전 의원은 2019년 6월 광복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김 회장과 광복회 주변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백선엽 '친일파' 주장하며 6·25 공적까지 부인

김 회장은 광복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 2019년 6월 12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한국군의 뿌리가 친일파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 국군이라고 하는 게 (중략)사실 독립운동가의 법통을 이어받은 조직은 아니"라며 "무려 21대까지 한 명도 안 빼놓고 만주에서 일제 앞잡이 독립군 토벌대에 있던 사람이 대한민국 국군의 주류였다"고 주장했다. 같은달 16일에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백선엽 장군을 예방한 것을 두고 백 대장의 일제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을 거론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인하고 항일독립정신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7월 10일 백 장군이 작고하자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애도를 표하며 "영웅이자 국가의 보물"이라고 칭송했다. 이에 김 회장은 같은달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한국 국내의 민감한 정치사회적 논쟁에 개입해 내정간섭적 행태를 보임으로써 한국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한미 우호에 치명적인 행태를 보인 에이브럼스 사령관을 소환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8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훈법·국립묘지법 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에 세워진 백선엽 장군 묘비 모형. (사진=뉴스1)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17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백 장군의 시신이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 것에 대해 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여당 국회의원들 일부와 일명 '친일 파묘법'으로 불리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친일 인사들을 국립묘지에서 파묘하자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백 장군의 한국전쟁 당시 공적까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6·25가 난 그날 백선엽 장군이 이끌던 육군 제1사단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안 나타났다. 그래서 1사단에 있던 참모들이나 장교들이 군인들이, 장군이 없으니 그 다음날 할 수 없이 도피를 했다. 한강을 넘어 도망갔는데 그것만 가지고도 사형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다부동전투의 핵심적인 전략은 미군이 전부 다 포로 쏴서 죽인 것"이라며 "그러고 나서 그냥 진군을 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김 회장의 발언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백 장군은 1950년 6월 14일 시흥 보병학교 고급지휘관 교육에 참가하고 있었으며, 6월 25일 오전 육군본부에 출두해 원대복귀를 확인한 뒤 사단 사령부로 복귀했다. 당시 육군본부 작전명령 제84호에 따라 저항선을 임진강으로 설정하고 방어전투를 지시하고, 이튿날인 6월 26일 최후저항선인 통일천으로 철수해 방어선을 구축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한 다부동 전투는 고지를 지켜낸 방어전이었다. 백 장군은 병력 8000명으로 북한군 2만여명의 총공세를 한 달 이상 막아냈다. 군사편찬연구소는 "다부동 전투로 인해 대구·부산 축선의 방어선을 견고히 할 수 있었다"며 "낙동강 전선을 돌파하여 부산까지 밀고 내려오려는 북한군의 의도를 좌절시켰다"고 밝혔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지난 1월 25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최재형상을 수여한 후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광복회장 취임 후 여권에 갖가지 상 뿌려

김 회장이 광복회장으로 취임한 후 광복회는 여러 명목으로 상을 만든 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과 진보 성향 활동가들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설훈, 안민석, 우원식 의원이 지난해 1월 '우리시대 독립군상'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은수미 성남시장이 '단재 신채호상', 지난 1월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독립운동가 최재형상', 지난 3월 송영길 의원이 '우리시대 독립군 대상'을 받았다.

특히 추 전 장관의 최재형상 수상은 최재형기념사업회와 합의되지 않은 일로 확인됐다. 최재형기념사업회는 이미 지난 2018년부터 '최재형상'을 수여하고 있었는데, 광복회가 아무 상의도 없이 지난해 같은 이름의 상을 만들어 시상한 것이다.

최 선생의 후손들도 광복회의 일방적인 최재형상 시상에 반발하고 있다. 최 선생의 4대손 최표트르, 5대 손녀 김나디아, 4대 외손 박타티아는 "최 선생의 후손들은 광복회가 아니라 사업회가 최재형상을 주관하는 데 동의한다", "최 선생 후손들은 사업회와 뜻을 같이 한다"는 입장문에 서명했다.

지난해 11월 9일 안익태 선생의 조카 데이비드 안씨가 김원웅 광복회장을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안익태는 민족반역자" 주장했다가 유족에 고소당해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을 겨냥해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라며 "최근 광복회는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관련 자료를 독일 정부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틀 뒤인 지난해 8월 17일에는 KBS라디오에 출연해 "안익태씨가 애국가를 표절했다"며 "표절했다는 것만으로도 (애국가는)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안 선생이 불가리아 민요를 표절했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그러나 애국가는 안 선생이 미국 유학 시절인 1935년 작곡했다는 게 정설이다. 안 선생은 애국가 작곡 이전에 유럽땅을 밟아본 적이 없다.

지난해 8월 20일에는 '에키타이 안'이 안 선생의 일본어 이름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안익태 선생)가 1942년 9월 나치 치하의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홀에서 만주국 건국 10주년 기념음악회를 지휘했다"며 관련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안 선생의 유족 측은 만주환상곡은 일본 만주국을 찬양하는 게 아니라 만주 역사의 정기를 찬양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회장이 일본식 이름이라고 주장한 '에키타이 안'에 대해서도 안 선생은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으며, 서양식으로 성만 뒤로 보낸 것(益泰安)이라고 반박했다.

안 선생의 유족들은 지난해 11월 9일 김 회장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지난 4월 11일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 관장에서 열린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김붕준 선생의 손자 김임용씨가 김원웅 회장의 멱살을 잡고 "광복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광복회 정치적 이용 말라" 광복회원에 멱살 잡혀

김 회장은 지난 4월 11일 서울 용산 백범 김구기념관 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광복회원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김 회장의 멱살을 잡은 김임용씨는 "광복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장,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 등을 역임한 김붕준 선생과 노영재 지사의 손자다. 김 회장이 트레이드 마크처럼 각종 사진 촬영을 할 때 들고 있는 태극기가 바로 김 선생과 노 지사가 임시의정원에 걸기 위해 제작한 태극기 복제본이다.

지난 4월 23일 광복회는 김씨가 광복회 운영 등에 항의한 일을 더해 김씨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지난달 6일 열었다. 광복회관에서 열린 상벌위에서 김 회장에 찬성·반대하는 광복회원들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광복회는 지난달 14일 김씨를 광복회에서 제명했다. 광복회는 김씨에게 발송한 징계처분장에서 "광복회원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 광복회장실 무단 침입, 광복회원 명예 실추 행위"를 제명 이유로 삼았다.

김씨는 광복회 제명 조치와 관련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소송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부당함을 호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