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견 ] 정대택 사건은 윤석열의 '공정과 정의' 시험대
“김건희씨 1억 들고와 위증요구”에 대한 윤석열 입장 뭔가 단순 약정 입회인에게 2억+아파트+1억이 ‘화해 주선용?' ‘사적 통화’ 왜곡과 '공소시효' '결혼 전' 핑계 비켜갈 일 아니다
➀ “김명신(개명후 김건희) 1억원 들고와 위증 요구했다”
➁ [법적 판단] 위증교사여부 판단 않고 “실패한 위증교사 처벌 못해” 결론
➂ [분석과 의견] '금전으로 실체 바꿀 수 있다는 발상과 실행' 아찔
➃ [반론] 김건희 “1억원 가져간 건 맞지만 위증 요구한 적 없다”
➄ [ 윤석열이 넘어야 할 산 ] ①'윤우진 도피와 무혐의 처분에 개입했나'
➅ [ 윤석열이 넘어야 할 산 ] ②김건희씨 주가조작 연루 및 장모 의혹
➆ [ 의견 ] 정대택 사건은 윤석열의 '공정과 정의' 시험대
⑧ [분석과 의견] 대선주자 윤석열과 검찰총장 윤석열의 자기모순
검사 시절 윤석열 검사를 데리고 대형 사건 수사를 한 적이 있는 한 법조인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잘못된 꼴을 못보는 사람이다”고 평한 적이 있다. 검사 사회에서도 그 만큼 거악 척결 의지가 강했고 정의감도 남달랐다는 얘기다. 윤 전 총장이 지난달 29일 출마 선언에서 던진 키워드 역시 ‘공정’과 ‘정의’였다.
뉴스버스는 최근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가 어머니 최은순씨(윤 전 총장의 장모)의 형사분쟁 사건 과정에서 2005년 1억원을 들고가 핵심 증인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관련기사 ▶ “김명신(개명후 김건희) 1억원 들고와 위증 요구했다”)
(관련기사 ▶ [분석과 의견] '금전으로 실체 바꿀 수 있다는 발상과 실행' 아찔)
이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을 비롯한 여러 언론에서 뉴스버스의 기사 내용들이 언급되는 관련 보도들이 나오자 기자들이 윤 캠프측의 입장을 물었다. 윤 캠프측 관계자는 “(뉴스버스가) 사적 통화를 갖고 기사를 쓴 것”이라며 “별도의 입장은 없다”는 답변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스버스는 지난 6월 21일 사이트를 오픈한 신생 매체다. 정식으로 인터넷 신문사업자 등록을 하고 언론 활동을 하는 언론사다. 그리고 지난 6월 29일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는 검증 대상에 올랐다.
뉴스버스는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이 끝난 직후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 2005년 어머니 최은순씨와 관련된 형사분쟁의 핵심 증인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을 요구했다. 지지율 1위의 유력 대선 후보의 ‘부인’에 대한 도덕성 검증 차원이었다. 매체 이름과 기자의 이름, 취재 용건 등을 정확히 밝혔고 당시 취재된 내용도 매체를 통해 보도했다.
사안의 특성상 간접 해명 보다는 당사자인 김건희씨의 직접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대변인 등을 거치지 않았지만, 분명 ‘사적 통화’는 아니었다. 김건희씨와 취재 기자가 원래 알던 사이도 아니었고, 중간에 주선을 한 사람도 없었다. 일상적이고도 공식적인 취재 활동이었고, 사적 통화라고 볼 소지가 전혀 없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청문회에서 검증을 받았다고 하지만, 당시로 돌아가보면 지금은 공격수 입장에 있던 여당 의원들이 드러내놓고 방어를 해줬다. 당시도 김건희씨와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 간의 수상한 거래 의혹이 제기됐으나 자료 제출은 미흡했다. 김건희씨가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 1억원어치를 사서 7개월 만에 수익률 83%의 혜택을 본 거래가 있을 무렵 윤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정관계 실력자, 기업 범죄, 대형 금융범죄 등을 수사하고 내사 배당권이 있는 자리다. 김건희씨의 돈이 유입된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조작 의혹을 경찰 당국이 들여다보고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표면상으론 도이치모터스 회장 권오수와 김건희씨의 거래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 ‘윤석열 검사’를 의식한 ‘보험용’ 성격을 합리적으로 의심해 볼 수 있는 정황들이다. 김건희씨는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되기 직전인 2017년 1월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의 권유로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20억원어치를 매수했다가,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자마자 급히 계약을 해지하고 20억원을 돌려 받았다. 2013년 매수한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2억원 어치도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된 직후 2억 1300만원에 전량 매각했다. 그 전과 후는 재산 공개 대상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다. 스스로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았다면 굳이 서둘러 계약을 해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잘못된 꼴을 못 보는 검사’ 윤석열에게 업무 관련성이 있는 고위 공직자 부인의 이런 거래 첩보가 입수됐다면 그냥 넘어가진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지금 윤 전 총장측은 명확한 입장이나 설명 보다는 ‘특혜가 아니다’ ‘인사청문회에서 검증이 됐다’거나 ‘전자공시가 됐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으면 금감원이 가만 있었겠느냐’는 식으로 두루뭉술 넘어간다.
김건희씨 위증 요구 보도에 대해서도 ‘사적 통화였다’고 교묘히 비켜간다. 김건희씨는 1억원의 용도에 대해 어머니와의 ‘화해 주선용’이라고 했지만, 약정 입회인에게 ‘2억원+아파트’ 제공도 모자라 추가로 화해를 위해 1억원을 제공하려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위증 부탁과 위증의 대가’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당시 김건희씨는 1억원을 주려고 약정 입회인 법무사 백씨를 3 차례나 찾아갔다. 위증을 번복하자 원래 위증대로 해달라고 추가로 1억원을 가져갔다고 보는게 상식적이다. 궁색하지만 “심부름 차원이었는데 어머니 일이라 자세히 몰랐다”고 한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을 퇴임하기 직전 신고한 재산은 69억여원이다. 이 가운데 3% 가량인 2억2천여만원만 본인 것이고 나머지 97%는 아내 김건희씨의 재산이다. 김건희씨의 재산 형성에는 장모의 기여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윤 전 총장은 아내와 장모가 형성한 재산의 터전에 살고, 자금 일부도 가져다 쓰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얼마전 장모가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 등으로 징역3년의 실형을 선고 받자 “법과 원칙에 따라 누구나 동등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유체이탈 화법이다.
윤 전 총장측을 성토하는 정대택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18년간이나 싸우다보니 확인되지 않은 과도한 주장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신나간 사람으로 취급받아야 할 일은 아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무마되고 왜곡됐다는 정대택씨의 주장 역시 전혀 엉뚱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윤 전 총장은 이 사건의 실체가 정말로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결대로라고 보는가? 사위나 남편이 아닌 특수통 검사의 객관적인 눈으로 보고 이에 대한 답부터 해야 한다.
윤 전 총장의 출마 명분은 공정과 정의다. 그런데 팔이 안으로 굽는 공정과 정의라면 그가 대통령에 나서야 할 이유도 설득력도 없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정대택 사건은 윤 전 총장의 공정과 정의의 시험대다. ‘공소시효’ ‘사적 통화’ ‘결혼 전 일’ 운운하며 비켜갈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진동은 뉴스버스 대표기자·편집인이다. 한국일보(12년) 조선일보(3년) TV조선(7년) 등을 거쳐 2021년 5월 탐사보도언론 뉴스버스를 창간했다. 창간 뒤 ‘고발사주(2021년)’ 와 ‘검찰, 디지털캐비닛 고발(2024년)’ 보도를 주도했다. 2016년 미르·K스포츠 보도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문을 연 장본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안기부·국정원 X파일>, <변양균·신정아 권력형 스캔들>을 특종 보도하고 DJ정부에서 진승현 게이트 등 권력비리 사건을 파헤쳤다. 국정농단 특종보도 과정에서 ‘최순실’을 금기어로 정한 조선일보 상층부와 큰 갈등을 겪었다. 이후 취재 비화와 조선 내부 고발을 담은 책 <이렇게 시작되었다>를 저술·발간한 뒤 조선 측과의 인연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