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의견] 김건희, 정경심의 굴레에 갇히다

2021-12-15     이진동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및 가짜 수상 실적 논란은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씨의 자녀 입시 비리 혐의를 빼닮았다. 

YTN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씨는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교수 지원서 경력 사항에 2002년 3월부터 3년 동안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로 재직했다고 적었다. 김씨는 이 같은 허위 경력을 기재하고 허위 경력을 뒷받침하는 재직증명서를 제출해 2007년 3월부터 1년 간 수원여대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하지만 게임산업협회는 2004년에 6월 설립됐고, ‘기획팀’과 ‘기획 이사’란 자리는 없었다. 또 김씨가 기획이사를 했다고 하는 같은 시기 게임산업협회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최승훈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건희라는 분과 함께 근무한 적은 물론 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김건희씨는 같은 지원서에 2004년 8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수상 실적을 기재했으나, 출품작 자체가 없었다고 YTN은 보도했다. 또 김씨는 2004년과 2006년 대한민국애니메이션 대상 특별상을 받았다고 기재했지만, 개인이 아닌 출품 업체에 주는 상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뉴스1)

“전체적으로 허위 아니다”와 “정상 발급됐다”는 주장은 궤변 

윤 후보는 14일 관훈토론회에서 김씨의 허위 경력 기재 의혹에 대해 “한국게임산업협회 비상근 이사로 실제 이사 직함을 가지고 일을 상당기간 도왔다”면서 “부분적으로는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허위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게임산업협회 핵심 관계자였던 최승훈씨는 “게임산업협회 초창기에는 10명 미만의 작은 조직이었음에도 김씨를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기획이사’ 명함이나 직함 자체도 ‘가짜’로 추정되는 정황이기 때문에 윤 후보의 해명 자체도 진위가 검증돼야 하지만, 설령 직함을 갖고 있었다고 해도 ‘허위’는 허위일 뿐이다. 

조국 전 교수의 아내 정경심씨의 입시비리 혐의 가운데 하나가 딸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 허위 발급이다. 정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조 전 장관의 딸이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에 참석한 게 맞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인턴확인서에 적시된 기간 동안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인턴확인서를 발급받은 만큼 세미나에 참석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판단했다. 인턴증명서 자체가 아니라 실체인 실제 인턴 활동 내역이 중요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김건희씨 사례에 그대로 적용해보면, 이사 명함을 갖고 일을 도왔다고 하더라도 실제 게임산업협회 업무를 하지 않았다면 허위 경력 기재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게임산업협회와 같은 건물에 있으면서, 협회 관계자들과 친하게 지내고 학교 특강에 부르기도 했다”는 김건희씨의 해명은 ‘허위 경력’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 없다. 실체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정경심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상고심을 다투고 있는 중이다.

윤 후보와 김건희씨 해명이 내로남불인 까닭

윤 후보는 또 “전체적으로 허위가 아니다”는 근거로 “수원여대 지원 당시 게임산업협회로부터 재직증명서를 정당하게 발급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또한 ‘허위 경력’에 대한 반박이 될 순 없다. 병역 면제 등을 받기 위해 의사가 정상적으로 발급해 준 진단서지만, 진단 내용이 허위이면 ‘허위 진단서’인 것과 같은 이치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시절 지휘했던 조 전 장관 일가 수사 때 검찰은 조 전 장관 아들에게 법무법인에서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줘 조 전 장관 아들이 지원한 학교의 학사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정경심씨와 최강욱 변호사(현 열린민주당 대표)를 기소했다. 

이후 최 대표는 재판에서 “인턴증명서는 진짜”라며 “조 전 장관 아들이 9개월 동안 매주 2회씩 16시간 인턴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인턴증명서의 기재 내용과 실제 활동 내역 간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다. 인턴증명서의 발급 자체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더라도, 실제 활동 내역과 차이가 있으면 ‘허위’라는 것이다. 

게임산업협회에서 김건희씨에게 재직증명서가 발급된 경위도 정확하게 드러나야겠지만, 최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한 법원의 논리로 보면 실제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재직증명서가 발급돼 교수지원에 이용됐다면 재직증명서는 허위이고, 교강사임용업무 방해로 볼 여지가 많다. 

최 대표는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다투는 중이다. 

국민의힘도 “김씨가 게임산업협회 결성 초기 보수 없이 ‘기획이사’ 직함으로 비상근 자문활동을 했고, 이후 협회 사무국으로부터 직접 그 사실을 확인받아 재직 증명서를 정상적으로 발급받았다”고 했다. 국민의힘 해명대로 하더라도 정경심씨 혐의에 비춰보면, 김건희씨가 기소 대상에서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다.

재직증명서가 위조됐는지 여부에 대해 김건희씨는 “위조하진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들의 증언으로 볼 때 위조됐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엔 조국 전 장관의 딸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의 양태와 판박이가 된다.

가짜 수상 실적 논란에 대해 윤 후보는 “완전 날조가 아니다”면서 “회사의 운영 과정과 출품에 깊이 관여했다”고 해명했다.

2004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수상 경력에 대해선 김건희씨 스스로가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었다”고 인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윤 후보의 해명은 2004년과 2006년 출품업체가 특별상을 받은 것을 개인 수상인 것 처럼 기재한 데 대한 것으로 보인다. 

YTN보도에 따르면 2004년 당시 수상한 출품업체 대표는 “김씨가 이사로 재직한 것은 맞지만 출품작 제작을 마친 뒤 들어왔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김씨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2006년의 경우엔 일원으로 참여했지만 혼자 수상한 것처럼 기재돼 있었다. 

정경심씨 혐의 가운데 하나인 딸의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논문 저자 등재의 경우도 인턴 활동을 하고, 영문 번역 등을 했지만 법원은 연구 활동 참여와 논문의 실질 기여도 등을 따져 허위로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입시를 위해 논문 저자로 등재한 건 맞지만 논문 작성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는 증언도 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딸 조씨가 실험을 이해할 능력이 없었고, 그 결과도 논문에 사용되지 않았다”는 증언을 더 신뢰했다. 

마찬가지 논리로 김씨가 기재한 2004년 2006년 대한민국애니메이션 대상 특별상 역시 업체 수상을 개인이 수상한 것처럼 했다면, 이 또한 허위 기재에 해당하거나 아니면 역할을 따져야만 합당성이 판별될 수 있는 문제다.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씨의 입시 비리 사건을 기준으로 보면 윤 후보는 변명이 아니라 사과를 했어야했다. 윤 후보가 현 정권을 비판할 때 쓰는 ‘내로남불’이 아니라면 말이다.

윤 후보에게 씌워진 조국 수사의 굴레 

윤 후보는 검찰총장 시절 특수부의 막강한 화력을 동원해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했다. 

조 전 장관 관련 수사가 없었다면 “언론 보도처럼 전체적으로 허위 경력을 썼다거나 수상 경력을 완전히 날조한 것은 아니다”는 해명이 부족함은 있었을지 모르나 통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한 장본인 입장에서 비슷한 사안에 그 같은 주장은 국민 감정과 크게 동떨어진 것이다. 

김씨는 위에 언급된 논란 이외에도 2014년 국민대 겸임교수 임용 당시에도 한국폴리텍1대학 강서캠퍼스 ‘시간강사·산학겸임교원’을 ‘부교수(겸임)’로,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석사’를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로 기재한 일도 있다. 

조 전 장관 일가를 수사하 듯 한다면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기재와 가짜 수상 실적도 전부 기소될 확률이 높다. 다만 정씨의 입시 비리와 다른 게 있다면 ‘업무방해’죄의 공소시효(7년)가 지났느냐, 지나지 않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수상 경력을 학교 진학을 위해 쓴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며 조 전 장관 딸 문제를 슬쩍 끌어들인 김건희씨의 항변은 대중의 감정을 자극할 소지가 크고, 윤 후보가 내세우는 공정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김건희씨가 “공무원 공인도 아니고 당시엔 윤석열 후보와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검증을 받아야 하느냐”는 발언에 대해 “조국 딸도 공무원, 공인도 아니었다. 진학 당시엔 아버지가 민정수석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검증을 받아야 했느냐'고 돌려주고 싶다”(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는 반박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허위 이력 기재 등은 공소시효 바깥의 일이지만, 만일 2015년 이후 대외 사업이나 활동에 허위 이력을 활용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엔 정씨 사례에 비춰 김씨도 처벌될 수 있는 문제다. 

또 윤 후보는 장모의 요양병원 불법 운영 의혹과 김건희씨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과잉 수사’라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의원은 “조국 수사할 때 강력하게 수사했던 것을 지금 본인 가족 수사에 대해서는 ‘나는 아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자기도 극복하고 나가야지”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

조 전 장관 일가가 사회적으로 비난 받을 일을 한 것과는 별개로 윤 후보가 '조국 수사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도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