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윤석열, '고발 사주' 부인했지만…사실관계 안 맞아

"고발할 거면 직접 하면 돼"…김건희 "남편이 검찰총장이라" "손준성, 추미애가 보낸 사람"…손준성은 '윤석열 사단' 단톡방 멤버 "제보자 성명불상자였다"…손준성, "제보자X가 지OO임"

2021-12-14     전혁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벌어진 정치공작 사건에 대해 부인했다. 야당에 고발을 사주할 이유도 없고, 손준성 검사는 자신의 측근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윤 후보가 의혹을 부인하는 근거로 제시한 발언들은 앞뒤 정황이 맞지 않거나 사실 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1. 윤석열 "(고발)직접 하면 되는 것"…김건희 "남편이 검찰총장이라 대응 못해"

윤 후보는 1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저희(윤석열 후보, 한동훈 검사장, 부인 김건희씨)가 권리를 침해받았으면 직접 하면 되는 것이지, 야당에 이걸(고발을) 맡길 이유가 전혀 없다"며 "제 입장에서 이런 걸 지시한 사실도 없고 도대체 이런 일이 텔레그램에 '(손준성)보냄'이라고 했다는 것도 알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고발을 할 것이면 직접 하지, 부하 검사를 시켜 야당에 고발을 사주할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나 고위공무원이 직접 고발을 한다는 것이 통상적인 일은 아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취재가 폭넓게 인정되고, 고위공직자가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언론 보도를 법적으로 문제 삼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도 과거 공무원의 아내로서 자신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지난 6월 29일 뉴스버스는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과거 '정대택 사건'의 증인이었던 법무사 백모씨가 증언을 바꾸자 1억원을 들고 백씨를 찾아가 진술을 바꾸지 말도록 요청했던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당시 김씨는 인터뷰 과정에서 "마타도어로 너무 저희가 공격만 받고 그 동안 저희 남편이 검찰총장으로 나온지 3개월 밖에 안 돼서 공격을 제대로 대응을 안 했다"며 "저희가 일반인이면 어떻게든 언론에다 내고 하는데, 공무원에 있는 사람은 그런 거 잘 못한다"고 말했다.

2. "손준성 추미애 사람"…손준성, 판사 사찰 문건 총괄·'윤석열 최측근' 단톡방 멤버

윤 후보는 고발장 최초 발송자인 손준성 검사가 이러한 사안을 논의할 만한 측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만약 이런 고발을 야당에 하라고 사주했다면 그야말로 정말 평생의 이해관계가 같이 가야하는 그런 관계 아니면 어렵지 않겠나"라며 "손 검사는 제가 원래 유임 요청했던 사람을 갈고 추미애 장관이 알아서 보낸 사람인데 제가 그 위치에 있는 검찰 간부와 이런 것을 논의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손준성 검사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나 고발사주 사건이 보도되기 두달 전인 지난 7월 1일 발간된 <추미애의 깃발> 대담집에서 추 전 장관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수사정보담당관실로)축소 개편될 경우 차장검사급에서 부장검사급으로 직급이 낮아지기 때문에 직급에 맞춰 인사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며 "그러자 (윤석열 후보가)수사정보정책관 손OO(손준성)은 그대로 둬야 한다고 엄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추 전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징계를 청구할 당시 징계사유가 됐던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을 총괄한 인사도 손 검사다. 윤 후보가 추 전 장관과 대립하고 있던 상황에서 손 검사가 추 전 장관의 사람이었다면, 내밀한 지시를 할 이유가 없다.

손 검사는 '윤석열 사단' 최측근 검사들의 단톡방 멤버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31일 MBC가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낸 직후부터 3일간 손 검사와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또 다른 참모인 권순정 검사 등 3명은 단체카톡방에서 128회의 대화를 했다. 세 사람의 단체 카톡방에서 보도 당일인 3월 31일 53회, 4월 1일 45회, 4월 2일 30회의 대화가 오갔다.

3. "당시 제보자는 성명불상자"…'손준성 보냄' 메시지에 "제보자X가 지OO임"

윤 후보는 MBC가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제보자를 특정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윤 후보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서는 그 당시만 해도 MBC 검언유착 보도가 나갔지만, 그 당시 (제보자가)성명불상자로 돼 있었고, 한동훈 검사장도 그 시기에 고발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과 조성은씨(당시 미래통합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 일부. '손준성 보냄'으로 전달된 "제보자X가 지OO임" 메시지가 적혀있다. 첨부파일과 달리 이는 손 검사가 직접 작성한 텍스트 문자이다. (사진=뉴스버스)

그러나 대검찰청은 고발장을 전달하기 전 MBC 보도의 제보자가 뉴스타파 등에서 제보자X로 소개됐던 지모씨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뉴스버스가 확보한 지난해 4월 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과 조성은씨(당시 미래통합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의 텔레그램 대화방에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메시지와 캡처 파일이 담겨있다.

김 의원이 조씨에게 지난해 4월 3일 오전 10시 12분 전송한 메시지에는 "제보자X가 지OO임"이라고 적혀있다. 해당 메시지의 상단에는 '전달된 메시지, 손준성 보냄'이라고 적혀있다.

또한 '손준성 보냄'으로 조씨에게 전달된 고발장 증거자료 사진 파일 중에는 지난해 4월 2일 지씨의 페이스북을 캡처한 파일도 포함돼 있다. 즉, 적어도 손 검사가 고발장을 전달하기 하루 전인 지난해 4월 2일에는 MBC 보도의 제보자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