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철희가 말하는 정치회복의 조건
정치 혐오를 넘어 ‘정치 회복’으로
정치권 전반에 대한 피로감과 냉소가 커져가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신간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이철희 지음,한겨레출판)는 정치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기능할 수 있는지를 논하는 책으로 주목받는다.
정무수석, 국회의원, 정치평론가를 고루 경험한 저자는 현장에서 얻은 관찰과 성찰을 바탕으로 “정치는 삶을 움직이는 기술이자 공동체를 설계하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또 “정치를 포기하면 갈등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위험한 방식으로 쌓일 뿐이다”고 말한다. 정치를 혐오하는 것이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 방치라는 점을 짚는 대목이다.
정치가 신뢰를 잃은 이유… 구조·문화·태도의 복합 문제
저자는 한국 정치의 난맥을 단순히 “정치인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는다. 제도와 문화, 태도가 결합되며 정치의 품질을 결정한다고 분석한다. “좋은 제도가 좋은 정치를 만들고, 나쁜 관행은 어떤 제도도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그는 선거제도, 정당 구조, 국회 운영 방식 등 제도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되, 더 근본적으로는 타협을 부정하는 정치문화를 문제의 핵심으로 바라본다. 정치가 본래 타협과 조정의 예술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 정치에서는 ‘양보=패배’라는 프레임이 지배하면서 공적 결정이 극단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태도보다 중요한 ‘시민의 감수성’
정치의 질은 결국 시민의 수준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도 인상적이다. “정치의 변화를 기다리는 시민은 결국 스스로가 변화를 만들어내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 혐오가 실제로는 정치의 질을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점, 정치가 바뀌기 위해서는 구조 개혁만큼이나 시민의 참여 의식, 감시, 감수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폭로’보다 ‘원리’에 집중한 정치 에세이로 볼 수 있다. 정무수석 시절의 뒷이야기나 정권 내부의 갈등을 기대한다면 이 책은 다소 의외일 수 있다. 구체적 에피소드보다, 정치가 어떤 원리로 작동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집중한다. 때문에 책은 자극적이기보다는 안정감 있게 읽히며, 정치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치 교양서’에 가깝다.
정치 혐오를 넘어 '정치 회복'으로
저자는 정치를 회복시키는 방법을 묻는다. 갈등 해결의 기술, 제도 개혁의 방향, 시민의 역할까지 입체적으로 다루며, 현대 민주주의가 어떤 조건 위에 서야 하는지를 제안한다. 정치가 피로해진 시대에 정치의 본래 기능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으로, 정치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정치에서 멀어진 독자에게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