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상혈압은 왜 '비정상'이 됐을까

'고혈압증'이라는 '만들어진' 질병의 본질

2025-11-16     이원영 자연건강 전문기자

주변을 보면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병원에서 혈압이 높다고 하니 불안하고, 혈압약으로 조절하면 안전하다고 하니 먹기 싫어도 먹는다. 사실 약 먹는 게 좋아서, 맛있어서 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혈압이 높으면 갑자기 큰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조심한다는 차원에서 먹는다. 자신의 혈압이 높고 낮은 것에 대한 개념도 없다. 그저 병원에서 말하는 기준치에 벗어났으니 ‘고’혈압이 되어 있는 것이다. 혈압을 재지 않았다면 그냥 지낼 사람도 혈압을 재고나서 어느 날부터 고혈압 ‘환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혈압약이 나를 지켜줄 것이란 믿음 때문인지 가끔 혈압약 먹는 것을 깜박하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걱정하는 모습도 본다. 의사들은 혈압 높은 것을 조절해서 (뇌졸중과 같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라는 말만 하지 혈압약을 먹음으로 해서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혈압약을 먹지 않고 생활 개선을 해서 건강한 혈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별로 말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약을 먹는 이유에 대해 “의사가 먹으라니까 먹는거지…”라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나이와 신체 조건에 상관없이 일률적인 혈압 기준치를 적용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지난 11월 9일 대한고혈압학회는 기자간담회에서 '고혈압 팩트 시트 2024'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20세 이상 인구 30%인 1,300만 명이 고혈압을 가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 수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에 근거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다. 여기서 적용한 고혈압 기준은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90mmHg 이상이거나 고혈압약을 먹고 있는 경우다.

고혈압군에 속하는 인구는 크게 늘어났는데, 이에 적절한 의료적 조치가 뒤따르지 않고 있으며 자신이 고혈압군에 속하는 것조차 인식하고 못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적극적인 고혈압군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정말 20대 이상 인구의 30%가 ‘고혈압 환자’로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위험군일까. 의료적 조치를 방치하면 급격하게 사망자가 늘어나서 인구라도 줄어들 것인가. 

대한고혈압학회의 이런 발표를 <고혈압은 병이 아니다>라는 책을 쓴 일본의 마쓰모토 미쓰마사 의사가 들었다면 또 한번 코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마쓰모토 의사는 “딱 잘라 말하면 고혈압은 병이 아니다. 약간 신경 쓰이는 정도의 혈압이 큰 병을 일으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것이 40년 이상, 줄잡아 10만 명을 진찰한 끝에 내린 나의 결론이다. ‘고혈압’이 병이라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수많은 사람들을 ‘고혈압 환자’로 만들어버린 것은 제약회사와 어용학자, 행정기관이 한통속이 되어 캠페인을 벌이며 ‘고혈압 위험론’을 퍼뜨렸기 때문이며 ‘고혈압증’이야말로 제약회사의 이익 때문에 만들어진 허구의 병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수축기 혈압이 200mmHg을 넘거나 심장에 지병이 있는 경우만 제외하고는 혈압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사실 병원에서 제시하는 각종 기준치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신체 조건, 나이, 컨디션 등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기준치를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같은 나이라도 비대한 사람과 날씬한 사람은 그에게 필요한 혈압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비대한 사람은 혈액을 돌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혈압이 필요할 것이고, 날씬한 사람은 훨씬 낮은 혈압으로도 혈액을 돌리는 데 충분할 것이다. 이럴 경우 비대한 사람의 수축기 혈압 150은 고혈압이고, 날씬한 사람의 혈압 120은 정상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할 수 있을까.  

일본의 경우 198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 20여년 사이에 고혈압 환자가 무려 20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준치라는 것을 계속 좁혀 ‘고혈압 환자’를 무더기로 양산했기 때문이다. 1987년 고혈압 기준치는 수축기 180mmHg였으며 이때 ‘고혈압 환자’ 수는 230만 명이었다. 이 기준치가 2004년  140으로 낮춰졌고 이에 따라 멀쩡하던 사람들이 환자군에 포함되며 그 수가 1,600만 명에 이르렀다. 그 수치가 다시 130으로 낮춰지면서  2011년 조사 결과 무려 5,500만 명이 환자군에 편입됐다. 일본이 ‘고혈압 환자’를 ‘양산’해온 과정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도 한치다를 게 없다.

애초 '혈압이 높다, 낮다'의 개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상혈압이라는 것은 약을 먹지 않고 혈압을 쟀을 때 나타나는 것이 ‘그 사람’에게 정상혈압이지, 병원에서 말하는 기준치가 정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미약하다. 

보통 사람들은 TV화면에서 뒷목을 잡고 '윽~'하면서 쓰러지는 장면에서 고혈압을 많이 연상한다. 혈압이 높아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장면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풍(뇌졸중) 중에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의 비율은 15~20% 정도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 80~85%를 차지한다. 여기서 혈압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혈압약이 뇌경색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혈압증이라는 병은 제약회사의 이익 때문에 만들어진 허구의 병'이라는 내용을 담은 일본의 마쓰모토 미쓰마사 의사의 저서.

일본 도카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혈압약 복용자의 뇌경색 발생률이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2배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고됐다. 혈압약이 뇌출혈 위험을 줄일 수는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이 발생하는 뇌경색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고혈압은 병이 아니다>의 또한 주요 내용이다. 뇌경색 외에도 고혈압약은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혈압 때문에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뇌세포의 괴사 원인을 제공하며 결국 치매와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마쓰모토 의사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혈관도 유연성과 탄력성을 잃어 딱딱해지 때문에 혈액을 멀리 보내기 위해 혈압이 높아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혈압 기준을 극단적으로 낮춘 현재의 기준치보다 옛날처럼 '나이+90'으로 계산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제언했다.

결론적으로 혈압약은 ‘고혈압’ 치료제가 아니다. 소위 기준치라는 것에 맞추기 위한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자신의 혈압에 대해 걱정이 된다면 부작용이 우려되는 대증요법에 의존하기 보다는 탄수화물과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식생활 개선과 (한 끼를 거르는) 단식, 소식,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대처하는 것이 ‘건강주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영은 중앙일보와 미주중앙일보에서 30여 년 일한 언론인 출신이다. 미주언론에 근무하면서 한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한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언론인으로 의료 공부를 하면서 자연치유 분야에 눈을 뜨고, 현대의료시스템의 문제를 직시하게 됐다. 환자를 상대로 돈을 버는 것보다는 자연치유에 대한 지식과 깨달음을 알리는 일이 더욱 보람 있다는 믿음으로 자연치유 연구와 건강칼럼 집필하고 강연을 이어왔다. 뉴스버스에도 매주 '자연치유'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칼럼집 <진맥세상>과 <음양이 생명이다>(편저), <약부터  끊으셔야겠습니다>(감수)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