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리터러시㊸] AI시대 핵심역량 '전략적 큐레이션'하기- 낮선 것들의 연결

혁신은 낯선 것들의 연결에서 온다

2025-11-16     김희연 기업전략 컨설턴트
이 글 내용에 맞춰 AI가 만들어준 이미지. (자료=뉴스버스)


" 혁신은 전혀 이어 보지 않은 것들을 연결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AI 시대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큐레이션'이라고 답할 것이다. 큐레이션은 맥락과 본질이 통하는 것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두 지점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관계를 읽어내는 능력, 그 관계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능력이다. 

지난 칼럼에서는 이 큐레이션 역량을 키우는 방법을 일상의 눈높이에서 풀어보았다. 와인의 이름과 고객의 스토리를 연결해 의미 있는 선택을 만드는 법, 산업혁명과 오늘의 AI 불안을 연결해 인간의 패턴을 읽는 법, 오케스트라 지휘 원리를 팀워크에 적용하는 법 등 일상에서의 의문과 정보를 연결하는 감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런 연결의 감각은 누구나 일상에서 키울 수 있는 ‘작은 근육’이라고도 말했다.

이제 그 작은 근육을 일의 세계로 확장할 차례다. 일상에서 키운 이 감각은 비즈니스에서 전략적 무기가 된다. 이질적인 산업을 연결해 해법을 가져오고, 과거의 실패에서 미래의 전략을 연결하고 지금의 가치와 ‘뒤집힌 가치’를 연결해 관점을 전환하는 것. 이런 것들이 모두 전략적 큐레이션의 영역이다.

큐레이션은 원래 미술관에서 나온 말이다. 작품을 단순히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작품을 나란히 두어 예상치 못한 의미를 이끌어내는 기술. 그런데 이 ‘보이지 않던 연결을 읽는 눈’은 미술사의 혁신마다 숨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인상파의 탄생이다. 카메라가 정확한 재현을 대체하자 화가들은 ‘감각의 순간’에 집중했고, 기차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인상적인 경험’이라는 새로운 미학을 만들었다. 언뜻 예술과 무관해 보이는 두 기술이었지만, 둘은 본질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압축하는 경험’이라는 맥락을 공유하고 있었다. 누군가 그 보이지 않던 연결을 읽어냈고, 예술사는 바뀌었다. 겉으로는 이질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 사이에 숨어있던 본질적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순간, 새로운 관점이 열린다.

이제 이 연결의 원리를 비즈니스로 가져와보자.

오늘날 비즈니스 혁신도 똑같은 원리다. 다이슨은 항공 역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날개 없는 선풍기'를 만들었다. 언뜻 무관해 보이지만, ‘공기 흐름 제어’라는 본질은 같았다. 혁신은 이렇게 ‘낯선 곳’에서 올 때 파괴력이 크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영감이 대부분 우연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런 우연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AI를 통해 우연을 '의도된 실험'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프롬프트를 사용해서 말이다. 

[이종 산업에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프롬프트]

"당신은 세계적인 융합 전략가입니다. 우리 회사의 [핵심 기술(또는 제품, 또는 서비스)]을 [평소 연결해보고 싶었던 다른 산업, 기술, 제품, 역사 속 장면, 혹은 본질적으로 통할 것 같은 상상의 영역 입력]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 3가지를 제안해 주세요. 각 모델에는 다음을 포함합니다: 1. 타깃 고객: 누구를 위한가? 2. 핵심 가치: 어떤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가? 3. 수익 모델: 어떻게 돈을 버는가? 4. 잠재적 리스크: 예상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이 프롬프트를 어떻게 활용할까?

첫 번째 [ ]에는 당신의 기술·서비스·제품을 넣는다. 두 번째 [ ]에는 아래와 같은 것들을 넣어본다.
- 평소 연결해 보고 싶었던 다른 산업의 영역 (금융, 패션, 예술, 항공, 레고 블록 등)
- 늘 흥미로웠던 기술이나 제품
- 오래 인상에 남은 역사 속 장면이나 사고의 순간
- 본질적으로 통할 것 같은 상상의 세계나 원리

예를 들면, ①[냉장고] + [레고 블록] → 개인 맞춤형 모듈형 냉장고 ② [커피 로스팅 기술] + [헬스케어] → 개인 맞춤형 카페인 관리 서비스 등의 형태로 지시해볼 수 있다.

그리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라면 책상 위나 길거리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단어나 이미지도 괜찮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아이디어를 얻을 때 카드 3장을 무작위로 골라 조합하며 새로운 통찰을 찾았던 것처럼, 무작위성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연결을 드러내는 힘이 있다.

이 프롬프트의 목적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연결을 읽는 눈을 넓히고, 다양하게 가상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작은 조합 하나가 숨어있던 본질을 드러내고, 그 본질이 당신의 비즈니스에서 ’유레카!’의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김희연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에서 출발,  유수 증권사의 IT애널리스트를 거쳐 2009년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증권·IT·제조 분야를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라 전략·신사업 발굴·IR을 총괄했다. 퇴임 후엔 AI를 통해 현자·석학들과 대화하며 전략·리더십 해법을 탐색하는 <AI스토밍(AI-Storming) 방식> 을 창안했고, 관련 저작권도 갖고 있다. 현재는 이 독창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기업과 기관에 <전략 컨설팅> 및 <AI활용 강의> 등을 하고, 뉴스버스에 'AI리터러시'를 연재하고 있다.  ‘AI 시대 공감이 경쟁력’이라는 주제로 쓴  <공감지능시대>라는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