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열풍, 비전과 철학 갖춘 AI 정치리더십 확립해야

속도보다 비전, 철학이 필요한 AI 국가 전략 AI는 기술이 아닌 ‘국가 인프라’ AI 복지국가, 국민이 체감하는 AI 행정

2025-11-10     김홍국 정치평론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 엑스포 2025'를 찾은 참관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온통 AI다. 정치권도, 경제계도, 우리 사회 전체가 인공지능 열풍에 빠져들었다. 초등학생도 AI를 이용해 숙제를 한다. 목사님도 AI가 작성한 글로 설교를 하고, 결혼식 축사도 AI가 작성한다. 유튜브에도 AI 정보와 학습, 최근 동향 등을 다룬 영상이 가득하다. 필자 역시 AI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정부의 AI 관련 움직임도 비상하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예산안을 통해,  2026년도 AI 관련 산업 예산을 올해 예산 3조3,000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AI 인재를 1만1,000명 양성하고, 인프라 구축에만 7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획기적인 투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AI 분야처럼 민간 분야가 감당하기 어려운 초대형 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공 투자 섹터를 담당할 정부 투자기관 관련 제도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조만간 정부조직 및 공공기관의 변화까지도 이뤄질 전망이다. 기업체와 학계, 직장인은 챗GPT, 제미나이, 브루, 미드저니, 소라, 젠스파크 등 각종 AI를 유료 구독하면서 업무작성 과정에서 다양한 도움을 받고 있다. 그야말로 AI를 모르면 뒤처질까 두려울 정도의 AI열풍이 사회 전체를 감싸고 있다.

지금 우리 인류는 지능형 기술이 일상을 변혁시키는 AI시대의 진입부에 서 있다. AI가 가져올 변화의 폭과 속도는 이전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꿀 정도로 혁명적이다. AI 기반의 도시 혁신 모델인 ‘AX시티’에서는 교통사고, 침수·화재 같은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측해 해결할 수 있으며,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일은 사전에 또는 적시에 막을 수 있다. 시민 개개인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가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로봇 청소기, 의수와 의족부터 휴머노이드까지 인간과 기계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앤트로픽 등 전 세계의 AI 관련 기업들은 초지능 개발을 포함한 AI 분야에 천문학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초지능 AI에 먼저 도달하는 기업이 빠르게 팽창하는 AI 산업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고,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AI 경쟁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기술 수준이 곧 한 나라의 안보를 좌지우지 하는 수준까지 이르면서 각국은 AI를 국가의 미래를 이끌 핵심전략 분야로 적극 투자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AI기업들이 주가의 상승과 하락을 이끌고 있다.

기업이 중심이 된 챗GPT, 제미니, 클로드 계열 등 거대범용모델은 멀티모달·대용량 컨텍스트·추론능력에서 빠르게 진보하고 있고, 이들 기업들은 초대규모 모델 경쟁을 계속 주도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컴퓨팅·반도체·인력에 대규모 투자로 대응 중이며,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은 다양한 전략과 규제를 병행하고 있다. 실제,미국은 인프라·산업 지원 쪽으로 정책을 재정비했고, EU는 AI 법제(안)을 통해 위험 기반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성능 GPU 등 하드웨어와 데이터·클라우드 인프라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으며, 한국도 국가 AI 컴퓨팅센터와 GPU 확보를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교육, 문화예술, 기업경영을 비롯한 생활 전반의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도제식 전수가 전부였던 판소리나 오페라, 추상화와 같은 전문 교육 영역도 AI 플랫폼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기업과 산업 현장에서의 AI 기술 도입 속도도 빠르다. 6G 등 초저지연 통신과 결합할 초연결 도시에서는 AI 융합 방식의 ‘지능형 네트워크’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율 목표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AI’ 도입으로 기업 업무 혁신의 새로운 전기도 마련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의 게임·문화 플랫폼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에서 AI기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를 체험하고 있다. 옆은 김형준 인조이스튜디오 대표.  (사진=연합뉴스)


AI 정치 리더십의 핵심은 ‘사회적 합의’

정부와 정치권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선언하고, AI 특화 시범도시 사업 예산 편성, AI 생태계 조성과 규제 개선을 통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는 2026년 예산안에서 잘 드러난다. 정부는 국회 예산안 제출을 통해, 내년 AI 예산안의 중점 방향과 관련해 “이 가운데 2조6,000억원은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인공지능 도입에 투입하고, 인재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지컬 AI(로봇 등 물리적 시스템에 AI를 결합한 형태)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팩토리 등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대전환을 신속하게 이루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6조원을 투입한다. “바이오헬스, 주택·물류 등 생활 밀접형 제품 300개의 신속한 인공지능 적용을 지원하고, 복지·고용, 납세, 신약심사 등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인공지능 도입을 확산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AI 인재 양성과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도 병행된다. 정부는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급인재 1만1,000명을 양성하고, 세대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민 누구나 인공지능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AI·콘텐츠·방위산업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 원으로 19.3% 확대 편성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향후 5년간 150조원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미래 성장의 씨앗인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도모하고, 성장의 혜택을 국민께서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술 개발뿐 아니라 AI 시대에 필수적인 윤리 가이드라인 수립과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도 진행중이다. AI는 생산성을 높이지만 일자리 감소와 감시사회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AI 시대에 필수적인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 소통 능력과 윤리의식을 두루 갖추려면, 지식 전달 위주인 기존 교육체계를 창의력과 상상력 위주의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정치권의 역할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국가 전략과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AI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철지난 이념이나 색깔론, 기술 낙관론 vs 공포론의 프레임 싸움을 벗어나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AI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여야가 AI를 정쟁 소재가 아닌 초당적 국가 과제로 합의하도록 AI 국회특위·국가전략위원회의 상설화가 필요하다. 기후, 출생, 교육, 복지처럼 AI도 국가 미래의 중요 과제이자 비전임을 선포하고, “AI는 일자리 빼앗는 기술이 아니라, 국민의 시간과 부담을 덜어주는 공공혁신 도구다”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더불어 국회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AI 기본권·기본법’을 정립해야 한다. 정당이 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시민의 존엄성과 권리를 기술보다 앞에 두는 법·제도 설계다. 이에 따라 ▲AI 인권·안전(AI 기본법, AI 권리장전, 개인정보·편향·감시로부터 보호) ▲노동 정책(AI 고용·전환 지원법,  직업 소멸 대비, 재교육·전직 보장), ▲정보 보호(AI 이용자 데이터 자기결정권 강화, 데이터 남용 방지, 투명성 강화), ▲선거·정치(AI 선거 관련법, 딥페이크·AI 여론조작 차단) 등에 나서야 한다.

AI로 공공 서비스를 혁신하고, 국민 체감형 AI 행정을 적극 추진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정부의 AI 사용을 국민이 직접 체감하고 장려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행정( 민원·세금·복지 신청 자동화), 복지(맞춤형 복지 추천, 취약계층 사전 발굴), 보건의료(AI 진단·예방 의료, 돌봄 로봇), 교통·안전(재난 예측, 치안 패턴 분석) 교육(학생별 AI 학습 코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이용해 혜택이 가장 필요한 국민에게 먼저 도움을 주는 AI 복지국가 모델 확립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공정·신뢰의 디지털 민주주의 제도 구축은 AI사회의 성공적 역할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정치권은 AI가 민주주의를 위협하지 않도록 선거·여론·정치참여의 룰을 촘촘하고 꼼꼼하게 재구축해야 한다. AI 생성 콘텐츠 선거 이용 제한 및 출처 표시 의무, 딥페이크 정치 공작 처벌 강화, AI 기반 국민참여 플랫폼 도입, 공공 정책 수립시 AI 국민 의견 분석 및 시민 참여 숙의 모델 결합 등이 그 사례가 될 것이다.

AI 대전환 시대의 성패는 기술을 얼마나 인간다운 방식으로, 타국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인류 전체의 미래와 비전을 위해 각 국가와 시민들이 적극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AI시대를 맞아, 우리 정부와 국회, 여야 정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기존의 이념과 당리당략이 아닌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위한 비전과 성과 경쟁에 나서길 기대한다.

김홍국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 지도자의 국정운영과 리더십, 협상력과 조정력, 국가보훈 등을 연구하고 현실정치에서 실천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대변인을 지냈다. 언론인으로 청와대를 비롯 주요 영역을 취재했고, 대학에서는 국제정치학 박사로서, 정치학, 언론학, 정치커뮤니케이션과 스피치 등을 강의해왔다. <리더의 말하기> <넬슨 만델라 위대한 조정자>, <오바마 2.0>, <미국의 거장들> 등의 저서와 <대통령의 국정어젠다와 對 국회 협상에 관한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