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리터러시㊷] AI가 못하는 '인간' 만의 역할, '연결의 큐레이션'
일상 속 큐레이션으로 의미 연결의 감각을 키우는 법
정보를 잘 고르고 연결하면 인사이트가 세 배로 깊어진다. AI도 다르지 않다. 어떤 질문으로, 어떤 조합으로 AI에게 새로운 인연을 맺게 할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그 ‘중매의 기술’, 즉 큐레이션을 일상에서 쉽게 실천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큐레이션 역량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연결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뉴스를 보며 “이 사건이 우리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이 스토리 구조를 비즈니스에 적용한다면?” 여행 중 “이 문화적 차이를 우리 조직 문화 개선에 활용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이런 질문 하나가 생각의 경계를 넓히고, 논리적 사고에 감각과 상상력을 더해준다.
스티브 잡스는 “창조성은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AI 시대에는 이 말의 무게가 더욱 커졌다. AI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것을 맥락화하고 의미로 엮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일상의 큐레이션은 크게 세 단계로 훈련할 수 있다.
① 감정적 의미 연결 - 정보에 맥락과 의미를 연결하는 감각을 키우는 것.
② 시간적 맥락 연결- 과거와 현재의 패턴을 이어보는 통찰.
③ 구조적 원리 연결 - 전혀 다른 분야의 원리를 차용해 문제를 재해석하는 것.
이 세 단계는 생각의 폭을 감정에서 시간, 그리고 구조로 확장시키는 일상의 연습이 된다.
먼저, 감정적 의미 연결의 사례부터 보자. 중요한 고객과의 저녁 자리를 준비한다고 해보자. 대부분은 포도 품종이나 생산 지역, 빈티지 같은 객관적 정보를 기준으로 와인을 고른다. 하지만 진정한 큐레이션은 정보가 아니라 의미를 연결하는 것이다. 고객의 성장 스토리나 승진, 축하, 위로 같은 맥락을 읽고 그에 어울리는 상징과 스토리가 담긴 와인을 고른다면, 그 선택은 단순한 ‘추천’이 아니라 ‘통찰’이 된다.
예를 들어 AI에게 “너는 최고의 소믈리에야. 승진한 고객에게 어울리는 와인을 3가지 추천해줘. 주제는 ①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 ②승진과 도약의 축하 ③ 우리 관계 함께 오래가자”라고 물으면, AI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① Far Niente(Chardonnay, Napa Valley): ‘아무 근심 걱정 없이’- 행복과 평화로움의 순간을 위한 와인.
② Frog’s Leap(Merlot, Napa Valley): ‘Leap’은 도약을 상징하는 이름.
③ Two Hands(Shiraz, Australia): ‘두 손으로 함께 만든 관계’, 동행의 상징.
이처럼 AI에게 ‘좋은 와인’을 묻는 대신, ‘의미 있는 순간’에 맞는 와인을 요청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 차이가 바로 의미를 엮는 인간의 감각, 즉 큐레이션의 본질이다.
두 번째는 시간적 맥락 연결이다.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운 지금의 현실, 이런 때에는 200년 전 산업혁명기의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너는 역사학자이자 경제학자야. 당시 어떤 이들이 도태되고, 누가 성장했는지 분석해줘. 그 교훈을 오늘의 AI 시대에 적용하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AI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도태된 사람들은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 방식을 고수한 장인들이었고, 성장한 사람들은 새로운 기계를 배우고 시스템을 설계한 이들이었다. AI를 피하지 말고 협업하라.
역사는 언제나 같은 질문을 던진다. 맥락이 같은 과거의 다른 시대를 연결하면, 기술의 변화 속에서도 인간의 본질은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변화 앞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연결과 의미 부여’를 통해 확장된다.
세 번째는 구조적 원리 연결이다. 최근 다큐멘터리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에서 마에스트로 장한나가 단 5분 만에 네덜란드 로열 콘세트르헤바우 오케스트라를 사로잡는 장면을 봤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케스트라 지휘와 기업 경영, 전혀 다른 세계 같지만 본질은 같지 않을까?”
AI에게 “너는 최고의 마에스트로야.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100명의 연주자를 하나로 만드는 원리를 우리 회사 팀워크에 적용할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으로 정리해줘”라고 물으니, AI는 이렇게 답한다. 명확한 비전 공유, 개별 역량 존중, 끊임없는 피드백, 그리고 전체 흐름에 집중하는 유연성을 공통점으로 뽑아낸다.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조직이라는 본질적 측면에서 서로 통함을 알 수 있다.
결국 큐레이션 역량은 서로 다른 세계를 고르고 연결해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힘이다. 와인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연결하는 사람’이 되는 것, 역사학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사람’이 되는 것, 음악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 자신의 고민의 답을 찾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AI 시대에 이런 연결의 감각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경쟁력이다. AI는 요청하면 이런 연결을 도와줄 수 있지만, 스스로 그 연결을 ‘발견’하지는 못한다. 바로 여기에 인간만의 역할이 있다.
이제 이렇게 하나 하나 일상의 큐레이션이 익숙해지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그 감각을 응용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산업과 기술,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단계, 그것이 다음 단계의 전략적 큐레이션이다. 연결의 감각은 작은 일상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큰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희연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에서 출발, 유수 증권사의 IT애널리스트를 거쳐 2009년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증권·IT·제조 분야를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라 전략·신사업 발굴·IR을 총괄했다. 퇴임 후엔 AI를 통해 현자·석학들과 대화하며 전략·리더십 해법을 탐색하는 <AI스토밍(AI-Storming) 방식> 을 창안했고, 관련 저작권도 갖고 있다. 현재는 이 독창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기업과 기관에 <전략 컨설팅> 및 <AI활용 강의> 등을 하고, 뉴스버스에 'AI리터러시'를 연재하고 있다. ‘AI 시대 공감이 경쟁력’이라는 주제로 쓴 <공감지능시대>라는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