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미국 월드컵 분위기 주도하는 LA "남은 5년도 짧다"
첫 3개국 공동개최와 48개국 참가, 미국이 일정 80% 독점 축구도시 LA, 아시아-중남미계 등 미국내 최다 축구팬 보유 2026 월드컵 결승전 도시 뉴욕 내정 결정 LA로 번복 희망
"홍보 효과 극대화, 결승전 유치를 위해서는 남은 5년도 길지 않다."
'천사의 도시' LA가 2026년 제23회 북미 월드컵 리더를 자처하며 국제축구연맹(FIFA) 수뇌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에 나섰다. 상주인구 400만명으로 미국 2번째 도시의 위상을 자랑하는 LA는 La-La Land(라라랜드), Tinseltown(번쩍이는 도시)이란 별명을 지니고 있다.
내년 11월 중동 카타르에서 22번째 월드컵이 개막하며 이후 2026년 6월 미국-캐나다-멕시코 북아메리카 3개국으로 이어진다. 2002년 한일 대회 이후 두번째이자 역대 첫 3개국 공동개최이기도 하다. 캐나다는 처음이지만 멕시코는 사상 첫 3번째 호스트의 영예를 얻게 됐다. 그렇지만 실속은 미국이 챙기는 셈이다. 결승전을 포함, 전체 80경기 일정의 80%가 미국에서 치러진다.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남에 따라 캐나다-멕시코 5곳, 미국 17개 도시가 대회 유치 의향서를 제출했다. 현지 심사에 돌입한 FIFA는 2022년 중순까지 미국내 개최지 11곳을 확정할 방침이다. FIFA는 미국대회 이후 월드컵을 2년마다 개최해 수익을 2배 이상 극대화할 계획이다. 그 대신 2년에 걸친 각 대륙별 지역예선 절차는 대폭 줄인다는 방침이다.
사상 첫 겨울철 이벤트인 2022카타르 월드컵은 50만명의 열성 축구팬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출전국과 축구팬을 보유한 유럽과 이동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고 시차가 크지않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슬람 율법을 극복하고 현지에서 술과 돼지고기를 판매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달간의 대회 기간중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바가지를 씌우거나 식음료 공급이 부족할수도 있다. 4년에 한번인 대목(?)을 맞아 전세계에서 건너오는 매춘부 단속도 골칫거리로 보인다. 경기장 안팎에서 훌리건 팬들의 난동이 벌어지더라도 단속 경관 숫자가 부족한 현실이다. 경상도 크기 면적인 카타르는 현재 5개도시에 8개의 구장을 건설하고 있다. 대부분 4만석 규모로 작은 편이다. 대신 이동거리는 최장 50마일(약80km) 남짓으로 반나절만에 편리하게 움직일수 있다.
이런 가운데 FIFA가 보낸 21명의 미주 대표단은 추수감사절을 앞둔 11월 22일(한국시간) 사흘간의 캘리포니아 답사를 끝마쳤다. 이들은 LA의 축구경기장뿐 아니라 베이스 캠프-훈련장 설비, 각종 이벤트 소화 능력, 숙박-교통-쇼핑-식당 상황도 두루 점검했다. 연중 화창한 날씨와 코리아타운 20만 한국인을 비롯해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국제적 환경, 할리우드-디즈니랜드-유니버설 스튜디오-시월드-레고랜드를 포함한 다채로운 관광거리가 남부 캘리포니아의 장점으로 꼽혔다. 또 2028년 세번째 LA올림픽을 앞두고 진행중인 다운타운 재개발 상황도 월드컵 행사 유치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LA는 1994년 첫번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와 단판 토너먼트는 물론, 결승전과 3-4위전까지 모두 로즈보울 구장에 유치하며 전세계에 축구도시로 각인됐다. 로즈보울은 이후 1999년 미국이 우승한 여자 월드컵 결승도 치러냈다. FIFA 대표단은 기존의 로즈보울 구장은 물론, 새로 선보인 소파이 스타디움도 둘러봤다. 내년에 개장 100주년을 맞는 로즈보울은 역사와 전통이 돋보인다.
반면 50억달러를 들여 지난해 완공한 소파이 구장은 프로풋볼(NFL) LA 램스-차저스의 공동 홈구장으로 3개월뒤 제56회 수퍼보울을 개최하는 최첨단 시설을 자랑한다. 또 LA 서북쪽 패사디나에 자리잡은 로즈보울(9만5000석)은 다운타운 도심에서 벗어난데다 주택가 주변이라 주차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10만명을 수용하는 소파이 구장은 LA국제공항 옆이라 이동이 편리하며 260곳의 VIP용 스위트석을 구비했다. 단점은 풋볼 전용구장으로 설계돼 축구장 기준으로 세로 폭이 협소한데다 기존의 인조잔디 카펫을 천연잔디로 교체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만약 '붉은 악마' 군단이 5년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금자탑을 달성하고 일정도 LA에서 소화하면 어떨까. 해외이주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세계 최대규모의 한인타운이 자리잡은 곳에서 다저스의 박찬호-류현진처럼 홈구장 이점을 누릴 것이다.
LA는 단순히 월드컵 일정을 소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1994년처럼 최대 축제인 결승전까지 유치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중복 개최를 꺼리는 미국축구협회는 잠정적으로 뉴욕 인근 뉴저지주 메도우랜드의 멧라이프 스타디움(8만석)을 2026년 파이널 장소로 승인했다. 유럽과 9시간의 시차를 보이는 LA가 결승전을 지구촌 시청자 기준 프라임타임에 시작하려면 현지시간으로 12시 한낮에 킥오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시청자-광고물량을 쉽게 확보할수 있으며 같은 이유로 18년전 여자 월드컵 결승도 일요일 같은 시간에 LA의 디그니티 헬스 스포츠파크에서 열렸다. 이 때문에 늦잠을 자거나 종교활동을 마친뒤 떠난 사람들로 주차장이 막혀 후반전 종료 직전에 관중석이 채워지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내 최대 사커시티를 자임하는 LA시 관계자들은 자신감에 차있다. 메이저리그 사커(MLS) 연고팀 LAFC의 사장이자 LA월드컵 유치위원회 공동회장인 래리 프리드먼은 LA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우리가 할일은 다했다. LA가 5년뒤 미국 월드컵 주요도시에 포함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연말 분위기도 뉴욕을 빼고는 LA를 위협할 국내 경쟁도시가 보이지 않고 있다. 남은 시간과 명분, 전통을 두루 고려할 때 내정된 결승전 장소를 뒤바꿀 막판 뒤집기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축구계 양대 산맥인 유럽-남미가 사이좋게 나눠가지던 월드컵은 19년전 한일대회서 브라질의 5번째 최다우승을 마지막으로 유럽의 독식이 됐다. 2006년부터 이탈리아-스페인-독일-프랑스의 유럽세가 우승을 독점하고 이 기간동안 남미는 결승전 진입도 한번에 그쳤다. 통산 우승횟수도 유럽12회-남미9회로 확연히 벌어졌다. 또 남미는 브라질을 제외하면 우루과이 역시 70년 이상 결승에 진출한 적이 없어 질적인 측면에서도 유럽국가에 미치지 못한다. 2년 사이 월드컵-올림픽을 한꺼번에 치르는 국제도시 LA가 향후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주목된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