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리터러시㊲] AI를 악마의 변호인으로 활용하라

확증 편향을 극복하고 균형을 찾는다

2025-10-05     김희연 기업전략 컨설턴트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에 더 솔깃하고, 마음이 기운다. 이게 바로 확증편향이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사람은 '간헐적 단식 성공 사례'만 찾아보고, 실패 사례나 부작용은 애써 넘기려 한다. 기업에서도 “이 전략은 반드시 성공할 거야”라는 믿음이 자리 잡으면, 반대 근거나 실패 가능성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경험 많은 리더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회의 중에 일부러 이렇게 묻곤 한다.

“좋습니다. 그런데 혹시 반대 논리나 리스크는 없을까요?”

이 단 한마디가 때로는 방향을 바꾸고 균형을 회복시킨다.

AI도 마찬가지다. 오래 대화하다 보면 사용자가 원하는 결로 맞추려는 경향성이 생기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대화가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이런 순간에 도움이 되는 개념이 바로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다.

글 내용에 맞춰 챗GPT가 생성한 삽화. (자료=뉴스버스)


이 표현은 중세 가톨릭 교회에서 비롯되었다. 어떤 인물을 성인으로 추대하려 할 때, 업적과 찬양만 나열하면 객관성을 잃을 수 있기에, 교회는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에서 흠을 찾는 담당자를 두었다. 그가 바로 ‘악마의 변호인’이었다. 성인 후보조차 반대 근거와 비판을 통과해야만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는 지혜가 깔려 있었다. 오늘날 이 개념은 회사 전략 회의, 토론, 학습 현장 등에서 “일부러 반대편을 맡아 맹점을 드러내는 역할”을 뜻하게 되었다.

AI와의 대화에서도 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이렇게 요청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해줘. 내가 설명한 계획이 실패할 수 있는 이유만 정리해줘.”

이때 특히 효과적인 순간이 있다. 이미 대화가 70%쯤 진행되어 결론이 굳어질 때,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직전, ‘뭔가 빠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 때, 혹은 한 방향으로만 끌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바로 이럴 때 AI에게 제동 장치를 맡기면, 우리가 놓치고 있던 그림자가 드러난다.

조직을 예로 들어 보자. 같은 안건을 두고도 부서마다 걱정하는 지점이 다르다. 영업팀은 “고객이 정말 지갑을 열까?”를 묻고, 개발팀은 “이게 기술적으로 가능한가?”를 따진다. 재무팀은 “투자 대비 수익이 확실한가?”를 확인하고, 법무팀은 “규제나 법적 리스크는 없나?”를 검토한다. HR팀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를 살핀다.

AI에게 “각 부서의 관점에서 반대 논리만 이야기해줘”라고 요청하면, 마치 회의실에 여러 부서장이 다 모여 위험 요소를 짚어주는 듯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신제품 출시 계획이 있다면 이렇게 요청하는 것이다.

“이제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맡아줘. 영업, 개발, 재무, 법무, HR의 관점에서 신제품 출시 계획에 대해 반대할 부문을 정리해줘”

그러면 AI는 고객 불신, 기술적 난관, 투자 회수 불확실성, 규제 리스크, 인력 부족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보여줄 것이다. 신제품이 회사의 비밀 이슈라면 구체 정보 없이 신제품이라는 키워드만 넣고도 평균적으로 점검하는 우려 사항을 미리 정리, 대비할 수 있다.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AI에게 맡긴다는 건 내 생각에 제동을 걸고, 보지 못한 그림자를 드러내며, 균형 잡힌 사고로 나아가게 만드는 과정이다.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려면, 때로는 AI에게 일부러 반대편을 맡겨라. 균형 있는 해법은 거기서 시작된다.

김희연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에서 출발,  현대·굿모닝·신한·노무라 증권의 IT애널리스트를 거쳐 2009년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증권·IT·제조 분야를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라 전략·마케팅·신사업 발굴·IR을 총괄했다. 퇴임 후엔 AI를 통해 현자 및 석학들과 대화하며 전략·리더십 해법을 탐색하는 <AI스토밍(AI-Storming) 방식> 을 창안했고, 관련 저작권도 갖고 있다. 현재는 이 독창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기업과 기관에 <전략 컨설팅> 및 <AI활용 교육> 등을 하고 있다.  ‘AI 시대 공감이 경쟁력’이라는 주제로 쓴  <공감지능시대>라는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