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계엄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위”…첫 재판서 부적절 인정?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 첫 공판...위증 외 혐의는 모두 부인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참석해 위증 일부를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를 부인했다. 또 계엄의 위헌성을 묻는 질문엔 “국가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위”라며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이번 재판은 26일 진행된 윤석열 공판과 마찬가지로 재판부가 법정 촬영 및 중계를 허가함에 따라 시작 전 1분가량 언론사들의 촬영이 진행됐다. 재판 영상은 개인정보 비식별화 과정 등을 거쳐 인터넷에 공개됐다.
재판은 한 전 총리가 “1949년 6월 18일생, 무직”이라고 신원을 확인하며 시작됐다. 특검팀의 공소사실 요지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 40분쯤 윤석열 집무실로 들어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서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게 됐다.
특검팀은 “피의자(한덕수)가 심의를 거치지 않고 비상계엄이 선포될 경우, 절차상 문제로 장애가 초래될 것을 우려해 윤석열에게 국무회의를 열어 정족수를 맞추고 절차적 외관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 전 총리는 국무위원 소집 상황을 점검하며 의사정족수를 채우려 했고, 윤석열이 국무회의를 거쳐 오후 10시 27분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까지 “대통령의 독단적·자의적 권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국무총리에게 부여된 권한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또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이후 언론사 단전·단수 이행 방안 등을 이상민 전 장관과 논의했으며, 12월 4일 새벽 1시쯤 국회에서 계엄해제 결의안이 가결됐음에도 관련 국무회의 개최를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상계엄 이후엔 사후에 만들어진 계엄선포문에 부서했으며 또 이 같은 행위가 문제될 것을 우려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파쇄를 제안한 혐의도 제기됐다. 2월 20일 윤석열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 문건을 모른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추가했다.
한 전 총리 변호인 측은 위증 혐의 중 일부는 인정했지만 나머지는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한 부분을 위증했다는 것만 인정한다”면서도 “피고인에게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문건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이어서 위증의 고의가 없다는 취지의 의견”이라고 답변했다.
다른 공소사실에 대해선 “(특검이 주장한) 구체적 사정이 없거나 피고인이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부인한다”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대통령 기록물인 비상계엄 선포문 폐기에 따른 공용서류 손상 등 모든 것이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모두진술이 끝난 후 재판부는 "계엄행위가 위헌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한 전 총리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적절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그는 “제가 40년 가까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시장경제, 국제적인 신임을 통해 우리나라가 발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져왔던 사람”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보면 계엄이라는 것은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봤을 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선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 증거조사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특검팀은 “CCTV 촬영 장소가 군사상 3급 기밀로 분류돼 있는데 국민적 관심이 높은 재판에서 비공개 문제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 절차를 진행 중이고 향후 진행될 증인신문에서도 CCTV 영상을 기억 환기용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피고인 본인과 변호인조차 (해당 CCTV를) 제대로 보지 못한 상황에서 3급 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조사받았다. 이제는 국민적 관심이 있으니 법정에서 공개한다고 말한다”며 “공개 재판이 원칙이긴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라는 이유로 여론 재판화 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반론했다.
이날 재판은 1시간 남짓 진행된 후 마무리됐다. 다음 기일은 10월 13일 오전 10시로 잡혔으며 오전 CCTV 서면증거 조사 이후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증인으로 불러 비상계엄 직전 국무회의 내용과 경위에 대해 신문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