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국가 행정전산망 마비…정부24·행안·국토·복지부 등 시스템 중단 상태

정부 "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 가동 중단" 정부, 사회재난 규정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정부 "세금 납부·서류 제출, 시스템 정상화 이후로 연장 안내" 정부통합전산시스템 관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 여파

2025-09-27     이진동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따른 행정 전산망 중단사태를 사회 재난으로 규정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에 있는 전산실에서 발생한 26일 화재로 국가 행정업무 시스템과 민원처리 시스템이 중단되는 등 초유의 국가적 전산망 재난이 발생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은 과거 정부통합전산센터로 정부 각부처 전산시스템을 구축, 관리하고 보안을 담당하는 곳이다.

27일 오후 현재 민원시스템인 정부24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복지복지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주요 부처 시스템이 일부 또는 전체 시스템이 다운되고 접속 장애가 지속되는 상태다.

정부는 앞서 이날 오전 국정자원의 화재로 인한 국가 전산망 장애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해 위기상황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해 가동했다.

다행히 27~28일 주말 상황이라 혼란 여파가 제한적이지만 복구가 늦어질 경우 평일 상황인 29일 월요일 부터는 행정업무와 민원처리 과정에서 큰 혼란이 예상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국가정보시스템 장애로 인해 민원 처리가 지연되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이 있을 수 있다"면서 "국민 일상에 직접적인 지장을 줄 수 있는 시스템부터 조속히 정상화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리는 "장애가 발생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고, 이를 국민에게 가감없이 미리미리 소상히 알리라"며 "피해사례를 예측해 선제 대응하라"고 관계부처에 당부했다. 이날 중대본 회의엔 행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훈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법제처, 소방청, 조달청, 국민권익위 등 전산망 장애와 관련된 부처들이 참석했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국정자원이 관리하는 정부 전산 업무는 대전 본원과 대구 분원 광주 분원 등 3곳에서 1,600여 시스템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대전 본원에서 관리하는 647개 정부 업무시스템이 중단됐다. 현재 행정안전부, 국토부, 복지부, 산업자원부 등 주요 부처 시스템과 정부24 민원 시스템, 우체국 금융과 우편 시스템 등이 전산망 장애로 중단된 상태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서버의 급격한 가열이 우려돼 선제적으로 모든 전산 시스템의 전원을 차단해 대전 본원의 647개 시스템의 작동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화재는 제7전산실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발생, 처음 시스템 장애는 7전산실의 70여개에서 시작됐으나 전체 서버의 가열이 우려돼 먼저 전체 시스템의 전원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647개는 대전 센터 전체가 관리하는 시스템이고, 7전산실에는 70개(시스템)가 있다”면서 “전산실 하나하나가 격벽이고 차단돼 있다”고 말했다.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시스템은 70여개이고, 격벽으로 차단된 다른 전산실은 항온 항습장치가 복원되면 빠르게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서버 과열에 따른 전체 서버의 데이터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시스템 이중화 등 백업체계가 현재는 시범사업 단계여서 이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데이터 손실 등 파장과 후유증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차관은 "현재는 항온·항습기를 우선 복구 중이며, 이후에 서버를 재가동해 복구 조치를 하고자 한다"며 "우체국 금융과 우편 등 대국민 파급효과가 큰 주요 정부서비스 장애부터 신속히 복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이어 "민원 처리가 지연돼 국민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 정상화 이전에 도래하는 세금 납부, 서류 제출은 정상화 이후로 연장하도록 유관기관에 안내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덧붙였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오른쪽 두번째)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따르 정부 서비스 장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업무시스템 마비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정부의 대외 서비스뿐 아니라 내부 업무 전산망인 '온나라시스템'도 장애가 발생,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온나라 시스템은 정부 전 부처의 문서 작성, 결재 등 업무를 통합해 운영하는 전산망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여파로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다수의 정부 부처가 온나라시스템에 접속하지 못해 주말 업무를 위해 출근한 공무원들이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부내 공지를 통해 복구 때까지 온나라시스템 접속이 불가능하고 온라인 쪽지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직원들에게 안내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행안부가 관리하는 온나라전자문서 시스템이 중단된 상태"라며 "전 부처 공통 사항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를 지휘·감독하는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홈페이지도 '먹통'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오전 현재 국무총리실 홈페이지에 접속을 시도하면 연결이 되지 않고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다'는 안내가 뜬다.

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나오고 있다. 전날 오후 8시 20분쯤 자원관리원 5층 제 7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9시간 50분 만인 이날 오전 6시 30분께 초진 완료했다. 빨간 색 원표시된 곳이 불이난 5층 전산실. (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10시간 만에 진화

전날(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불은 저녁 8시20분쯤 5층 7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발화해 리튬이온배터리 384개를 태우고 9시간 50분 만에 진화됐다.

대전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소방차 등 차량 64대를 투입했으나 대량의 물을 투입할 경우 국가자원 데이터가 훼손될 수 있어, 대량 방수를 하지 못하다 보니 신속한 진화에 한계가 있었다.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한번 불이 나면 꺼지기 어렵고, 불이 꺼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서버 보호를 위해 대량 방수를 하지 못하다 보니 한때 전산실 내부 온도가 160도에 달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배터리에서 케이블을 분리해 방수작업을 시도했으나, 불꽃이 발생하는 등 폭발 위험이 있어 분리작업을 중단했다.

결국 배터리 열폭주가 계속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 192개가 쌓여 있는 전산실 좌측에서 발생한 불이 우측편까지 확대돼 384개가 모두 탔다.

서버도 내부 온도가 장시간 고온으로 지속되면서 거의 소실된 상황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관계자는 "장비를 조달해 데이터를 긴급 복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일단 불이 완전히 꺼진 뒤에야 시스템 복구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무정전 전원장치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기 위해 전원을 차단하던 작업 도중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발생했으며, 이 과정에서 작업하던 업체 직원이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었다. 무정전 전원장치 배터리는 전산 시스템에 단절 없이 전기 공급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장치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