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0분 보석 읍소에 재판부 "석방 안되면 출정 거부하겠다는 거냐"
수용번호 달고 입장한 尹, 국무위원 의결권 침해 등 5개 혐의 모두 부인 尹 “1.8평 서바이브 힘들다…보석 인용하면 협조”...특검 “보석 해당 안 돼”
내란 재판에 11회 연속 불출석한 윤석열이 26일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사건 1차 공판과 보석 심문 기일에는 나와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15분 윤석열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부가 이날 중계를 허용함에 따라 윤석열이 85일 만에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남색 정장 차림의 윤석열은 이전보다 살이 빠진 모습이었으며 왼쪽 가슴에는 수용번호 3617번 배지가 달려있었다.
윤석열은 전날 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공판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7월 10일 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이후 11회째 해당 재판에 불참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는 보석 인용을 읍소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의 추가 기소로 윤석열에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미참석 국무위원 9명의 계엄 심의·의결권 침해 ▲계엄선포문 사후·허위 작성 및 폐기 ▲우호적 여론 형성 위한 허위 사실 공보 지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 지시 등 다섯가지 혐의가 더해졌다.
윤석열 측은 이날 특검팀이 제기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윤 측 변호인은 “대통령으로서 비상상황에 따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후 국회 의결에 따라 비상계엄을 해제했는데, 특검은 내란으로 기소하고 국무회의 소집 및 심의와 공보 행위를 범죄라며 직권남용으로 의율(법률 적용)하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부 공소사실은 계엄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위로 이중기소에 해당한다”며 “이에 대해선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이 추가 기소한 공소사실이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재판의 공소사실에 포함돼 있어 이중기소라는 것이다.
윤석열 측은 특히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사후 작성된 계엄선포문의 폐기를 지시했다고 떠넘기며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가 “한 전 총리 지시만으로 국법상 문서로서의 성격이 없어진다는 근거는 뭐냐”고 묻자 “한 전 총리는 행정 총괄이었기 때문에 폐기를 지시한 게 효력을 없앤다고 법리적으로 생각한다. 구체적 판례를 추후 제출하겠다”고 답변했다.
공판이 끝난 후 보석 심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윤석열은 앞선 재판과는 달리 18분가량 직접 발언하며 적극적으로 보석의 필요성을 강변했다. 그는 “구속이 되고 나서 1.8평짜리 방 안에서 '서바이브'(생존)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방 밖으로 못 나가게 하는데, 강력범 이런 게 아니면 약간의 위헌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 재판이라고 특검이 이야기하는데 계속 재판을 끌어왔다. 불구속 상태에서는 재판이나 특검 소환에 모두 성실하게 임했다”며 “외환죄를 조사한다고 또 소환장이 왔다. 응하기 시작하면 몇 번을 부를지 알 수 없다. 주 4∼5회 재판해야 하고 주말에 특검에서도 오라고 하면 가야 하는데 구속 상태에서 응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건강과 관련해선 “숨 못 쉴 정도의 위급한 상태는 아니지만 여기 나오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며 “보석을 인용해주시면 아침과 밤에 운동도 조금씩 하고, 당뇨식도 하면서 사법 절차에 협조하겠다는 뜻이다. 불구속 상태에서는 협조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도 말했다.
이에 재판부가 “구속 상태에 계속 있다고 하면 출정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윤석열은 “거부라기보다 원활하게 하기에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 현실적으로 일주일에 몇 회씩 하는 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윤석열의 주장에 대해 “수사를 원만히 진행하기 위해 구속을 한 상태인데, 각자의 입장이 다른 것 같다”며 “보석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외환 의혹에는 많은 군인이 관련돼 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구체적인 진술을 통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재판 과정은 개인정보 비식별화 과정 등을 거쳐 인터넷 영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