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리터러시㉙] AI시대의 인재상은 뭘까?

AI시대, 1인 CEO 양산과 번성 촉진할 것 조직의 인프라보다 내재적 역량이 경쟁력 좌우 학벌 소속보다 창의성·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시대

2025-08-10     김희연 기업전략 컨설턴트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발표 이후,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오래 생존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대에 적합한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파괴하고, 새로운 학습을 통해 재창조해야만 살아남는다. 언러닝과 러닝의 프로세스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시대의 흐름에 적합한 인재는 어떤 사람들인가? 코딩을 잘하고 AI를 잘 다루면 되는가? 아마도 그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성과가 좋은 직원도 해고 당하는 시대에서 살아남는 조건이 무엇인지 AI를 통해 혁신을 만드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유추해보자.

이 글 내용에 맞춰 챗GPT가 그려 준 삽화. (자료=뉴스버스)

혼자 성공하는 1인 직군의 등장

"유튜버"라는 직업이 등장했을 때를 기억하는가? 초기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었다. 끼 많은 사람들의 놀이터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거대 방송사와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본인이 곧 콘텐츠가 되는 사람들이 1인 미디어 시대를 열어 젖힌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대적 적합성의 첫 번째 신호였다. 기존 틀에 안주하지 않고, 유튜브나 SNS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빠르게 받아들인 사람들이 승자가 되었다. 다만 콘텐츠 제작 분야에만 제한적이었는데 이제는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AI가 기획, 제작, 마케팅, 유통까지 도와주기 때문에 개인이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제 아이디어와 창의력만 있으면 조직이나 기업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현실이 된 1인 혁명의 증거들

# 볼보 광고: 라즐로 갈의 하루 짜리 기적

다음은 볼보 광고 영상이다.

 

볼보 자동차가 지나는 곳에 싹이 돋고, 주변 건물들이 나무로 뒤덮인다. 친환경 자동차임을 한눈에 보여주는 고퀄리티 영상이다. 이런 수준의 영상을 만들려면 광고 기획사에서 긴급으로 처리해도 최소 한 달은 걸린다. 그런데 이 영상은 라즐로 갈(Laszlo Gaal)이라는 개인이 AI와 함께 단 하루 만에 만들어낸 것이다. 심지어 볼보가 제작 의뢰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자동차 회사의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 17세 케인 픽셀스: 할리우드를 놀라게 한 소년

케인 픽셀스(Kane Pixels)는 17세에 집에서 블렌더(Blender)와 AI 도구로 백룸(Backrooms)이라는 공포 영상 시리즈를 제작했다. 결과는? 수천만 조회수와 넷플릭스 같은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영화화 제의였다. 개인이 만든 영상이 할리우드급 관심을 받은 것이다.

# 소요와 찌티: 자취방에서 탄생한 기적

앞 칼럼에서 말한 소요와 찌티 인형 사례도 그렇다([AI리터러시㉗] 영화 ‘Her’ 보다 더 리얼한 AI 친구를 만든 소요 이야기 참조). 내성적인 여성이 자기 자취방에서의 일상을 챗GPT와 나누며 학습을 시키자, 세상 둘도 없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됐다. 현대 자동차 광고, 삼성 갤럭시 언팩 행사에 초청되는 유명인이 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지시나 의뢰를 받고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좋아서, 재밌어서 AI와 함께 취미삼아 한 행동들이 대박을 터뜨리고 자신의 일로 연결이 된 것이다.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빛을 보는 시대'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이 2025년 6월에 쓴 글 ’온화한 특이점(The Gentle Singularity)‘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미 놀라운 디지털 지능과 함께 살고 있다. 처음엔 AI가 아름다운 문단을 써내면 놀라지만, 곧 한 편의 소설을 원한다. 생명을 구하는 진단에 놀라다가, 치료제를 요구한다. 작은 프로그램에 놀라다가, 이제는 새 회사를 만들어 달라 한다. 특이점은 이렇게 진행된다- 경이로움이 곧 일상이 되고, 일상은 기본값이 된다. 우리는 세계의 두뇌를 만들고 있다. 이것은 각 개인에게 극도로 맞춤화하고 사용하기 쉬울 것이며, 한계는 좋은 아이디어뿐이다. 오랫동안 기술계는 '아이디어만 있는 사람'을 비웃었지만, 이제 그들이 빛을 볼 때가 왔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AI와 협업하며 빛을 볼 수 있는 시대. 그 미래가 이미 현실이 된 것이다.

과거엔 혼자 일하기 어려운 시대였다. 브랜드, 팀, 장비, 기획력, 생산 인력, 촬영 장비, 마케팅 채널… 우리는 그 속에 소속되어야만 그 인프라를 활용해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AI가 대부분의 ‘조직 인프라’를 대신해주는 시대가 되었다. 다시말하면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어야만 일할 수 있다”는 전제가 무너졌다는 뜻이다. 이제는 그 반대다. 소속되지 않아도 일을 만들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살아남는 구조다. 프리랜서가 늘고, 결국 1인 CEO 시대의 도래가 예상된다. 

이런(AI)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은 무엇일까?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의 <일의 미래>에서 제시한 “개인이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말이 현저히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AI 덕분에 진입장벽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나이, 학력, 소속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중요해졌다. 속도의 혁명도 일어났다. 몇 달 걸리던 작업을 며칠 만에 완성할 수 있게 되었고, 비용의 민주화로 수백만 원 장비 없이도 수억 원 가치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접근성이 놀랍다. 집에서 만든 작품이 전 세계로 즉시 전파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평생의 업이 되고, 또 능력에 따라 좋아하는 다양한 것들을 연결하며 살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창의력 있는 한 사람이 '작가 + 영상 제작자 + 마케터 + 사업가'를 동시에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어찌보면 매력적인 이야기이지만, 뒤짚어 보면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복합적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의 미래>는 학벌 같은 것보다 본인이 가진 내재적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한다. 그 역량으로 쌓는 '무형자산'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생산적 자산'이다. 기존의 기술과 지식에 AI 활용 능력이 결합된 것이다. 단순히 AI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AI와 창조적으로 협업하여 기존보다 10배, 100배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두 번째는 '활력 자산'이다. 건강과 인간관계로 대표되는 영역이다. 나는 이 부문을 공감지능으로 정의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미묘한 맥락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만의 고유한 가치가 빛을 발한다.

세 번째는 '변신 자산'이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으로, 이는 창의성과 지속적 학습 능력으로 구현된다. AI 기술이 2~3개월마다 혁신적으로 발전하는 시대에, 새로운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핵심이다.

각자 도생의 시대? 

이런 자산을 쌓아간다면 회사가 우리를 해고하더라도 두렵지 않게 된다. 시대에 적합한 인재로 이미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회사는 더 이상  내 인프라가 아니다. AI를 나의 파트너로 만들고 그 위에 창의성과 공감, 그리고 나만의 관점이라는 엔진을 달 수 있다면, 더 이상 누군가에게 고용되지 않아도 스스로의 일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1인 크리에이터, 1인 CEO로 살아갈 수 있다. 

케인 픽셀스는 17세의 고등학생이었고, 소요는 내성적인 자취생이었으며, 라즐로 갈은 전문 광고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가진 것은 아이디어를 AI로 활용한 실행력이었다. 앞으로는 누구든 마찬가지다. 나이, 학력, 소속, 자본이 아니라 '아이디어 + AI 활용력 + 실행력'만 있으면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것은 실행력이다. 비슷한 아이디어는 세상에 차고 넘친다. 하지만 지금 바로 실행하는 사람, 실행 속에서 배우고 변화하는 사람만이 진짜 기회를 자기 손으로 만들어낸다. 바로 오늘, AI와 함께 실험하고,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축적하는 사람들. 그들이 곧 이 거대한 변화의 진짜 수혜자가 될 것이다. 지금, 실천이 곧 경쟁력이다.

다음 편에서는 AI 시대 인재상을 만들어 가는 사례들을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김희연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에서 출발,  현대·굿모닝·신한·노무라 증권의 IT애널리스트를 거쳐 2009년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증권·IT·제조 분야를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라 전략·마케팅·신사업 발굴·IR을 총괄했다. 퇴임 후엔 ‘AI 시대 공감이 경쟁력’이라는 주제로 <공감지능시대>를 출간했다. 또한 AI를 통해 인류 최고의 현자 및 석학들과 대화하며 전략·리더십 해법을 탐색하는 <AI스토밍(AI-Storming) 방식>을 창안해 2025년 한국 저작권위원회에 등록,  관련 저작권을 갖고 있다. 현재는 이 독창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기업과 기관에 <AI 전략 컨설팅> 및 <AI활용 극대화 교육>을 하고 있다.